부부가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최고의 자녀교육이라는 말이 있다. 아이 앞에서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것만으로 그 자체가 자녀에게 교육이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아무리 행복한 부부라고 해도 부부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 부부싸움은 일상에서 늘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부부싸움은 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현명하게 잘 싸우는 법을 아이에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부부싸움을 하더라도 가능한 한 아이 앞에서 하지 않는다. 아이가 보는 앞에서 부부싸움을 하면 아이의 정서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특히 영아는 대화가 가능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더욱 유의해야 한다. 생후 6개월 정도가 되면 주변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는데, 갑자기 큰소리가 들리거나 분위기가 험악해지면 본능적으로 위협을 느끼고 조그만 소리에도 잘 놀란다. 아이가 잠에서 잘 깨는 습관이 있다면 불안한 환경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부득이하게 부부싸움을 해야 한다면 가능한 한 목소리를 낮추고, 장소를 바꿔서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좋다.
아이 앞에서 부부싸움을 할 때는 부부싸움의 이유를 분명히 말해줄 필요가 있다. 학령기 이전의 아이는 자기중심적 사고를 하기에 ‘나 때문에 엄마 아빠가 싸우는 거야’라고 생각하기 쉽다. 부부싸움의 원인이 자신이라고 생각하면서 심한 죄책감과 불안감에 시달릴 수 있다. 아이가 자기중심적 사고를 하지 않도록 ‘엄마 아빠가 ○○문제로 의견 차이가 있어서 그런 거야. 잘 해결하려고 그러는 거야. 너 때문은 아니니 걱정하지 마’라고 부부싸움의 이유를 알린다. 이 과정에서 아이에게 해결사 역할을 요청해서는 안 된다. ‘네가 봤을 때 누구 말이 맞아?’라는 말로 엄마와 아빠의 의견 중 누가 더 옳다고 생각하는지 질문하는 것은 아이에게 또 다른 부담을 안겨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너는 절대 아빠 같은 사람 만나지 마’, ‘나중에 엄마처럼은 되지 마라’와 같이 부모 중 한쪽의 존재를 부정하는 말을 하는 것도 아이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다. 이 말은 결국 부정하는 아빠 또는 엄마의 모습이 아이에게 나타나면 자신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오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아이와 같은 편이 되어 부모 중 한쪽을 소외하면 결과적으로 아이가 성장해서도 이러한 대인관계를 형성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부싸움을 하더라도 화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부부싸움에는 승자와 패자가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내가 옳다는 것을 입증해야만 직성이 풀린다고 해서 계속 논쟁만 이어가는 것은 좋지 않다. 싸움을 계속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합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싸움의 궁극적 목적은 이기고 지고의 문제가 아니라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함께 잘 살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부부싸움을 하고 화해를 했다면 ‘엄마 아빠가 싸워서 무서웠지? 미안해. 어제 잘 이야기해서 화해했어. 너랑 동생이랑 싸우는 것처럼 엄마 아빠도 싸울 때가 있단다’라고 말해준다. 이처럼 부부싸움은 한쪽이 일방적으로 당하지 않았다는 전제가 있다면 아이의 정서에 부정적 영향을 크게 미치지 않는다.
부부싸움은 그 자체가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 없다. 오해를 풀고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다. 부부싸움의 궁극적인 목적은 싸움 그 자체가 아니라 갈등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더 행복해지는 법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이에게 현명하게 잘 싸우는 법을 보여주었을 때, 그것만으로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다.
*칼럼니스트 정효진은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말하기 강의를 하고 있다. 서로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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