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전아름 기자】
#남편이 회사 동료 A씨와 불륜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게 된 B씨는 남편의 직장 동료 27명에게 단체 메일을 보냈다. 메일에는 두 사람이 수개월 동안 회사 출장 등을 이유로 여행을 다녔다는 내용과 함께 찍은 사진이 첨부됐다. 또 B씨는 A씨에게 ‘전 국민이 아는 거 머지않았다’는 내용의 협박성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당시 재판부는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B씨가 A씨를 비방할 목적으로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으며, 이 때문에 A씨가 직장을 그만두는 등 심각한 피해를 보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배우자 혹은 지인의 불륜을 폭로하는 글들이 잇따라 게재되고 있다. 하지만 배우자의 외도로 격해진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즉흥적으로 행동하면 낭패를 보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김진휘 법률사무소 진률 이혼전문변호사는 “허위 사실 뿐 아니라 사실을 공연히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면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며 “공연히 사실을 적시했다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허위 사실을 적시했다면 이보다 가중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말했다.
다만 불륜을 폭로하는 모든 행위가 명예훼손에 해당하진 않는다. 명예훼손이 성립하기 위해선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상태, 곧 공연성이 충족되어야 하고 발화자의 폭로를 토대로 피해자가 누구인지 특정할 수 있는 특정성도 충족해야 한다.
실무에서 사실적시 명예훼손 소송의 핵심 쟁점은 공연성 성립 여부다. 대법원은 명예훼손죄의 공연성에 대해 개별적으로 소수에게 관련 사실을 알렸더라도 그 상대방이 불특정 또는 많은 사람에게 적시된 사실을 전파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에 따른 처벌 가능성이 커진 만큼 배우자의 불륜을 알게 됐다면 침착한 대응이 필요하다.
일부 예외 사유도 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실을 적시했다면 처벌받지 않는다. 여기서 공공의 이익이란 국가·사회 기타 일반 다수인의 이익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도 포함된다.
이혼소송이나 상간자 위자료 청구소송과 달리 사실적시 명예훼손은 형사소송이다. 억울함을 풀어보려다 되려 상대방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받거나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그러므로 배우자의 불륜으로 이혼 소송을 준비 중이라면 냉정한 태도를 유지하며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법적 대응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끝으로 김진휘 변호사는 “불법적인 제3자 개입이나 증거수집, 명예훼손은 되려 법정에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며, 되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며 “내용이 무엇이든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발언은 삼가고 사적보복이 아닌 합법적 방법으로 자신의 권리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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