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홀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 당연한 시대는 지났다. 예식을 가장 편리하게 올릴 수 있는 장소로 여전히 웨딩홀만한 곳도 없지만 자신만의 특별한, 의미 있는 결혼식을 올리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기존의 장소를 조금 변형해 예식 공간으로 개방하는 곳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보편적인 결혼식이 아닌 만큼 감수해야 할 부분이 있다. 준비하는데 번거로울 수 있고, 편하고 깔끔한 웨딩홀을 두고 웬 유난이냐는 친지나 하객의 볼멘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남다른 결혼식을 올리고 싶은 이들에게는 다음의 장소들이 해답이 될 수 있겠다.
◇ 자연 속 리얼 야외 결혼식 ‘숲 속 결혼식’
서울 서초구 양재 시민의 숲은 인기가 좋은 야외 예식 장소다. 겨울을 제외한 4월~11월 사이에만 하루 1건의 예식 신청을 받는다. 입장료는 없고, 주차는 54대까지 가능하다. 초대할 수 있는 하객은 100~200명 정도. 예식에 필요한 물품과 피로연은 개인이 준비해야 한다.
양재 시민의 숲 관계자는 “성수기에는 야외 결혼식장 이용 신청이 많고, 만족도도 굉장히 높은 편”이라며 “결혼식장으로 쓰이던 야외 뜰의 시설 중 낙후된 것을 현재 새것으로 교체하고 있다. 올봄부터는 좀 더 깔끔해진 야외 예식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 도서관에서 올리는 '작은 결혼식'
서울 서초구 반포동 국립중앙도서관은 지난해 7월부터 국제회의장을 일반인에게 결혼식장으로 개방하고 있다. 개방 이후, 약 6개월 간 19건의 결혼식이 진행됐다. 매주 토요일 하루 1건만 예식을 진행해 공간과 시간을 넉넉하게 쓸 수 있어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시설 이용료는 6만 원으로 매우 저렴하다. 최대 250~300명의 하객을 초대할 수 있다. 피로연은 구내식당에서 원하는 업체를 불러 진행할 수 있다.
국립중앙도서관 관계자는 “올해는 하반기 신청자까지 총 41건의 예식이 잡혀있다. 진행 추세로 보면 연말까지 70~80건의 예식이 잡힐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작년에 비해 많은 사람이 작은 결혼식에 관심을 가져 도서관 결혼식 신청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 서울 시민청 '작지만 뜻깊은 결혼식'
지난달 12일 개관한 서울 시민청은 '작지만 뜻 깊게 치르는 결혼식'을 제안하며 서울 시민에게 지하 2층 태평홀과 이벤트홀을 결혼식장으로 개방하고 있다.
개관과 동시에 첫 웨딩마치를 울린 시민청 1호 결혼식의 주인공은 공모를 통해 선정된 권준명(28)·서현진(28) 씨였다. 평소 결혼식을 허례허식으로 치르고 싶지 않아 고민하던 이 커플은 시민청 1호 결혼식 주인공으로 낙점됐다.
권준명 씨는 “결혼식에서 절약한 비용을 두 사람이 일하고 있는 학교와 병원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눌 예정이다. 먼 훗날 어느 누구한테 자랑할 수 있는 결혼식이기 보다 나중에 태어날 우리 아이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결혼식을 하고 싶었다”고 작은 결혼식을 올리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시민청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싶다면 시민청 결혼식 온라인 카페에 가입해 분기마다 공식 접수가 있을 때 신청서류를 내면 된다. 현재 2013년 2분기까지 모집 신청이 끝났다. 2분기 공모에는 1분기보다 많은 신청자가 서류를 냈다.
매주 토요일 1회 예식 진행이 가능하고 최대 150명의 하객을 초대할 수 있다. 이용료는 10만 원으로 매우 저렴하다. 피로연은 개인이 정한 업체를 통해 결혼식을 치른 자리에서 진행할 수 있다.
◇ 영화관에서 ‘영화 같은 결혼식’
개그맨 김원효, 심진화 커플은 2011년 9월 25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CGV 영등포 타임스퀘어 스타리움관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김원효는 이후 방송을 통해 평소 공연장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싶어한 심진화의 바람을 따라 공연장보다 집중이 잘 되는 영화관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이 커플처럼 영화관 결혼식을 올리고 싶다면 대여하고자 하는 영화관의 해당 상영관 좌석 수에 티켓 값을 곱한 가격을 대관료로 내면 된다. 예식에 필요한 물품, 피로연은 야외 예식과 마찬가지로 개인이 준비하면 된다. 이용시간과 가격은 영화관에 따라 변동 사항이 있으니 전화 문의가 필요하다.
CGV 홍보팀 관계자는 “김원효, 심진화 커플이 결혼식을 올린 스타리움관은 좌석 수 550석에 국내에서 가장 큰 화면과 최첨단 사운드 등이 특징인 상영관이어서 하객 수가 많고 준비된 이벤트가 많은 연예인 커플의 결혼식을 올릴 수 있었다”며 “대관료는 좌석 수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이고 상영관에 따라 이벤트가 가능한 곳도 있다. 영화관 결혼식이라는 것이 다소 생소하지만 특별한 예식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매력적인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온 가족 여행 결혼식’도 최근 유행
내 집에서 하객을 모시고 결혼식을 치르는 ‘하우스 웨딩’의 형식을 빌려 치러지는 ‘펜션 웨딩’, 스키장이나 워터 파크가 있는 리조트에서 치르는 ‘리조트 웨딩’, 골프장 코스 중 한 곳을 예식무대로 꾸며 올리는 ‘골프장 웨딩’, 이국으로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떠나 올리는 ‘해외 웨딩’도 최근 주목받는 결혼식 유형들이다.
이 유형들은 온 가족과 하객이 예식의 주인공이 되고 여행도 즐길 수 있는 이상적인 결혼식으로 꼽히는데, 적지 않은 비용과 준비가 필요해 시간, 비용 등에 구애받지 않는 이들이라면 진지하게 고려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