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을 앞둔 아동에게,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이냐 물었습니다
자립을 앞둔 아동에게,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이냐 물었습니다
  • 기고=이주원
  • 승인 2022.07.04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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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품다] 18. 이주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남지역본부 과장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이 커지는 현재, 보호대상아동 및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져야 할 것입니다. 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세상이 함께 키워가야 할 아이들을 따뜻하게 품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세상이 품다’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매주 월요일 아이들과 학부모, 전문가들과 함께 아동자립역량강화를 위한 글을 전해드립니다. - 편집자 말

이은수(19세/가명) 아동의 '자립을 만나다' 프로그램 신청서 내용.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이은수(19세/가명) 아동의 '자립을 만나다' 프로그램 신청서 내용.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이 부담스러운 월세를 대신할 수 있는 주거 지원 서비스 상담을 받기 위해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문을 두드렸다. 자립준비청년과 LH 전세 주택을 구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자립준비청년은 “돈이요. 돈 때문에 힘들게 지낸 적이 정말 많았거든요. 어떻게든 빨리 취업 하려고 제가 하고 싶은 공부 대신 취업이 빨리 되는 학과를 선택해 대학에 진학했어요. 다른 친구들처럼 부모님이 있는 것도 아니고, 뭐든 다 제가 알아서 해야 했어요. 대학교 1학년 때, 운 좋게 학교 기숙사에 들어갔는데 여름방학이 되니 방을 빼야 한대요. 그래서 급히 학교 근처에 월세방을 구하고, 월세랑 다음 학기 학비를 벌려고 방학 때는 거의 아르바이트만 하며 지냈어요. 그동안 한 번도 쉬지 못하고 살아와서, 돈 걱정이 해결되면 저를 위해 한 번이라도 쉬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시설 퇴소 이후 자립준비청년이 맞이한 첫 여름방학은 갑자기 살던 방에서 나가야 하는 상황이 되어 더욱 가혹한 시간이었다.
 
이제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느긋한 늦잠으로 시작하는 하루, 친구 또는 가족과 함께 하는 낯선 곳으로의 여행, 그리웠던 집 밥, 배우고 싶은 운동, 취득하고 싶었던 자격증 등 스무 살이 되어 처음 맞이하는 여름방학은 누군가에게는 충전과 성장의 시간일 것이다. 하지만 시설을 퇴소한 자립준비청년에게는 두렵고 낯선 경험이 되기도 한다.

자립준비청년이 가족과의 관계가 단절된 상황이라면 여름방학을 맞이해 반갑게 만날 수 있는 가족도, 돌아갈 수 있는 집도 없다.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집이 없다면 인간다운 삶의 가장 기본적 인권이 침해된다. 생계급여 등 정부 지원금만으로는 헌법 제15조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추구하며 진로 적성 탐색이나 자기 계발 기회를 얻기 어렵다.

시설에서 퇴소를 앞두고 있거나 퇴소한 청년들을 직접 만나보면 퇴소 이후 안전망을 촘촘히 하는 것만큼 ‘보호 중’ 아동에 대한 여러 지원과 관심 또한 필요하다. 보호 중 아동에 대한 면밀한 지원이 충분히 제공돼야 보호 종료 이후의 삶 또한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다. 다양한 사유로 원가정에서 양육할 수 없어 양육시설, 공동생활가정, 위탁가정에서 성장하고 있는 만 15세 이상 보호아동과 만 24세 미만 연장보호,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실제적인 서비스가 필요하다. 이들에게도 여름방학이 성장의 시간이 될 수 있도록 기회와 자원이 주어져야 한다. 자립준비청년이 시설 퇴소 이후에 사회인으로서 동등한 출발선에 설 수 있도록, 우리 사회에서 더욱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야 한다.

2021년 정부에서는 자립준비청년 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만 18세가 되어 시설을 퇴소하는 청년을 가리키는 ‘보호종료아동’이라는 용어를 자립의 주체인 당사자에게 더 능동적인 의미를 담은 ‘자립준비청년’으로 변경했다. 또한 보호종료 3년 이내 지급하던 자립수당을 5년 이내로 확대하고, 아동 자산 형성을 위한 디딤씨앗 통장 정부 지원한도를 월 10만 원으로 상향했다. 자립 정착금의 지원 금액 상향 및 주거안전망을 위한 개선안도 반가운 소식이다. 시설 퇴소 5년간 가장 기본적인 생계와 주거 부분에 있어 자립준비청년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제도가 보완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남지역본부에서는 2022년 여름방학을 맞이해 경상남도에 거주 중인 17~19세 양육시설, 공동생활가정 등에서 생활하고 있는 아동들의 성장 환경 격차를 좁힐 수 있도록 자립지원 프로그램 '자립을 만나다'를 기획하여 진행한다. 정부 지원금으로는 부족해 그동안 배우지 못한 것, 경험하고 싶은 체험, 취득하고 싶은 자격증에 도전해 볼 수 있도록 1인당 최대 300만 원 한도 내에서 제공한다. 앞으로도 자립준비청년들이 건강하게 자립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고자 한다. 우리 사회가 자립준비청년들의 온전한 자립을 위해 더욱 관심을 가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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