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남과 여 그리고 여행
한국의 최대 명절 설날, 기혼자들에게 설날 하면 떠오르는 건 어린 시절 세뱃돈과는 달리 '양가 부모님에게 무엇을 해드려야 하나?'가 아닐까. 근데 이런 고민을 가장 먼저 시작한 건 바로 결혼할 때부터였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결혼 문화상 양가 부모님 또는 양가 집안에 '무언가'를 해야 하는 문화가 있다. 이런 문화는 결혼 후 행복하기만을 원하는 '허니문'에도 영향을 미친다. 둘만을 생각하면서 둘만의 추억만을 간직하고 오고 싶은데 머리 속 한 켠에 자꾸 '선물 사야 하는데'가 자리잡고 있다. 최근 장기간의 허니문도 있긴 하지만 단 3~4일의 허니문인 경우도 있는데 이 중 하루 이틀을 선물 사는데 보낸다면 짧은 허니문은 더 짧아질 수 밖에 없다.
즐겁고 행복한 허니문을 꿈꾼다면 '선물'에 대해 미리 대비하고, 최소화하는데 두 부부의 지혜를 모아야만 한다.
허니문에서 ‘선물’에 대한 계획 없이 가면, 결혼식에 도움 준 사람들 그리고 축의금을 두둑하게 준 친척들, 없는 시간에도 멀리서 찾아온 친구들, 축가를 불러준 친구들, 그리고 부모님까지 고마운 사람들이 필름처럼 스쳐가면서 ‘선물’에 대한 압박에 휩싸이게 된다. 그들을 위해 선물을 기쁘게 사온다면 그건 분명 서로에게 기분 좋은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선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선물을 살 때도 그리고 줄 때도 그리 기분이 좋을 수 없다. 특히 선물 때문에 허니문을 망친다면, 그건 누구도 원하는 바가 아니다. 여행을 가는 당사자도 그리고 선물을 받는 그 누군가도 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잘못된 '선물 문화'는 꽤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허니문을 망쳐 왔다.
먼저 예비부부가 알아야 할 가장 중요한 건, 허니문은 두 부부를 위한 것이지 부부의 주변인을 위한 것이 아니란 점이다. 부부에 초점을 맞춰 여행계획도 짜고 그리고 ‘선물’ 부분도 최소화 해야 한다. 그래서 어떤 예비부부는 결혼 전 면세점에서 선물을 구매한 후에 여행지에 가서는 선물고민 없이 다니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이 때 문제점은 여행 시작부터 짐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한 도시, 한 호텔에서만 지낸다면 특별히 문제는 없겠지만 도시를 이동하거나 또는 여행기간이 길어질 경우 선물은 고스란히 짐이 된다. 면세점을 대신 할 방법으로 미리 여행지 정보를 찾아볼 때 'OOO 여행지에서 살 수 있는 선물'을 검색해서 미리 선물 목록을 정해 놓고 간다면 시간과 돈 모두를 아낄 수 있고, 선물 살 시기를 여행 마지막 부분에 넣는다면 짐 때문에 고생할 걱정도 덜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추천할 만한 건 허니문 선물을 대신할 방법을 찾는 것이다. 최근에는 ‘증정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증정품’으로 허니문 선물을 대신하기도 한다. 그 종류도 다양하다. 그리고 꼭 선물이 아닌 ‘식사대접’ 역시 ‘선물’이 될 수 있다. 물건이 아닌 마음이 중요함을 강조해야 한다.
최근 결혼한 친구 중 한 명은 허니문으로 홍콩을 다녀왔다. 근데 홍콩에 대한 평가로 ‘선물 사느라 쇼핑센터 밖에 생각나지 않는다’고 했다. 평생에 한번 있는 허니문, 지혜로운 선택이 필요하다.
*칼럼니스트 김영은 과거 항공사와 여행사, 관광청들이 보는 여행 관련 전문지 취재부 팀장을 지냈으며, 현재 전문유학 및 어학연수 업체인 유학컴퍼니를 운영하고 있다. 여행 전문지에서 경험한 세계 곳곳의 여행지, 그리고 현업에 있으면서 경험한 세계의 이야기를 칼럼에 담을 예정이다.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uhakcompany)를 통해 더욱 많은 칼럼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