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준비청년 기획전시 2인전 ‘담김’ – 네게 담긴 꿈을 믿어
자립준비청년 기획전시 2인전 ‘담김’ – 네게 담긴 꿈을 믿어
  • 기고=모유진
  • 승인 2022.09.05 0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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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품다] 26. 모유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아동옹호센터 자립활동가모임 ’청자기’ 활동가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이 커지는 현재, 보호대상아동 및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져야 할 것입니다. 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세상이 함께 키워가야 할 아이들을 따뜻하게 품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세상이 품다’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매주 월요일 아이들과 학부모, 전문가들과 함께 아동자립역량강화를 위한 글을 전해드립니다. - 편집자 말

자립준비청년 기획전시 2인전 ‘담김’ 모유진 활동가 작품.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자립준비청년 기획전시 2인전 ‘담김’ 모유진 활동가 작품.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내가 친구들에게 꿈을 꾸는 삶을 살라고 해도 되는지 모르겠어.”

최근에 같이 살고 있는 룸메이트에게 이렇게 말했다. 자립준비청년, 모든 것을 혼자 책임져야 하는 상황 속에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으면 길이 열린다고 믿었다. 그동안 자립준비청년의 삶을 노래로 만들어 음원을 3곡 발매했다. ‘아라보다’, ‘Within me’, ‘그대를 닮은 꿈’ 곡을 작곡해서 세상에 내보이는 일은 절대 쉬운 길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조금씩 찾아오는 기회들, 자립준비청년의 인식이 바뀌고 점점 나아지는 정책들을 보며 어려워도 이 길이 맞는 길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사건사고가 삶에 끊이지 않았다. 한고비 겨우 넘기면 어느새 더 큰 문제들이 앞에 쌓여 있었다. 할 수만 있다면 삶에서 도망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처음 작곡한 곡 ‘아라보다’에 이런 가사를 썼다. “세상은 내가 포기하길 원하지 않아. 선명히 내 안에 길이 있어.” 그러나 꿈에 부풀어 다양한 시도를 하던 나는 어느새 꺾이고 있었다. 여전히 매달 날아오는 고지서와 청구서를 두려워하고 혼자서 모든 것을 선택하며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무거워했다. 나는 17년도 이전에 보호를 종료했기 때문에 자립수당을 받을 수 없다. 최근 자립수당이 5만 원 올랐다는 소식에 기뻐하면서도 씁쓸함을 감출 수 없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 기획한 2인전 전시회가 시작되었다. 2022년 7월 23일부터 7월 31일까지 진행했던 2인 전시회에는 출간 예정인 동화 ‘상냥하고싶어’, 에세이 ‘숨김없는 말들’, ‘당신을 듣다, 공감을 쓰다’ 외의 캘리그래피와 그림이 전시되었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기획하고 섭외하는 과정을 겪으며 많은 것을 배우고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시간을 보냈다.

전시장에는 자립을 앞둔 보육원 친구들과 가정위탁 친구들이 왔다. 자립 선배들이 전시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자립캠프에 참여한 후배들이 단체로 방문한 것이다. 전시 기획을 설명하고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데, 한 친구가 내게 사인을 해달라고 엽서를 건넸다. 그러자 다른 친구들도 모두 엽서를 건네며 사인을 해달라고 말했다. 친구들의 눈에는 막막하기만 한 자립 이후의 삶을 그려나가고 있는 내가 하나의 롤모델처럼 느껴졌을 거라는 생각이 스쳤다. 분명 시설에서 지내면서 친구들은 선배들의 긍정적인 소식보다 부정적인 이야기들을 더 많이 들었을 것이다. 유흥업소와 불법을 일삼는 곳에서 일하는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찾아올 자신의 자립을 두려워했을 것이다. 그런 친구들에게 긍정적인 자립을 향해 나아가는 것만으로 나는 역할을 이루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살아가다 보면 또 벽을 발견하는 날들이 올 것이다. 설움이 마음을 두드리고, 눈가를 적시는 날도 올 것이다. 결혼하고 나면 시댁을 보며 내 편이 되어줄 친정이 없음을 서러워하고, 김장 김치를 보내주는 곳도, 신랑과 싸우고 잠시 피할 곳도 없음에 마음이 좋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괜찮다. 그때 가면 또 생각해 내면 된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나로서, 자립준비청년으로서 살아가는 방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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