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선 아이들... '홀로서기' 아니라 '함께서기' 필요한 때
벼랑 끝에 선 아이들... '홀로서기' 아니라 '함께서기' 필요한 때
  • 기고=정아영
  • 승인 2022.10.11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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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품다] 30. 정아영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북아동옹호센터 사회복지사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이 커지는 현재, 보호대상아동 및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져야 할 것입니다. 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세상이 함께 키워가야 할 아이들을 따뜻하게 품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세상이 품다’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매주 월요일 아이들과 학부모, 전문가들과 함께 아동자립역량강화를 위한 글을 전해드립니다. - 편집자 말

2021년 11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북아동옹호센터는 경상북도 예비자립초년생이 자립선배와의 만남을 통해 자립에 대한 막연함을 해소하고 위기대응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올데이 동립[同立]캠프’를 진행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2021년 11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북아동옹호센터는 경상북도 예비자립초년생이 자립에 대한 막연함을 해소하고 위기대응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자립선배와의 만남, '올데이 동립[同立]캠프’를 진행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자립은 한자로 ‘스스로 자(自)’, ‘설 립(立)’이다. 보호대상아동과 함께 익숙하게 사용해왔던 이 단어를 통해 그동안 우리 사회가 보호대상아동과 자립준비청년들에게 ‘홀로서기’를 강조해온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제도와 지원에도 현장에서 만난 보호대상아동과 자립준비청년들은 자립의 과정을 “모든 것을 홀로 해내는 것”, “스스로 모든 결정을 해야 하는 것”, “혼자 일어서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2021년 7월, 정부에서 ‘보호종료아동 지원강화 방안’ 발표 이후 보호기간이 연장되고 자립수당이 확대되는 등 그동안 보호대상아동 및 자립준비청년들이 어려움을 호소한 부분들에 대한 다방면의 지원들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1년을 막 넘긴 시점, 보육원 퇴소 후 홀로서기에 나선 자립준비청년들이 연이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아이가 마지막으로 남긴 글에는 “아직 읽지 못한 책이 많은데...”라는 말이 적혀있었다. 짧은 문장이지만 마지막 순간에 아이가 느낀 ‘삶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이 전해졌다.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의 94% 이상은 극단적인 선택 전에 주변에 ‘위험신호’를 보낸다고 한다. 아이의 위험신호를 받아줄 데가 마지막으로 남긴 유언글밖에 없었던 것이 더욱 안타깝다.

보호대상아동들은 필수로 보호 종료 전에 자립지원표준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체계적인 자립프로그램과 더불어 제도 개선을 통해 아이들에게 그동안 가장 큰 어려움으로 손꼽혔던 경제적 지원이 대폭 강화되었으나, 최근 발생한 비극적인 사례들은 ‘안정적인 자립’이 비단 경제적 지원과 자립지원교육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물론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지원들이지만 정작 벼랑 끝에서 혼자라고 느끼는 아이들에게 게이트키퍼 역할을 해주는 것은 경제적 지원이나 교육이 아니라 혼자가 아니라고 말해주며 함께 방법을 찾아주는 주변 지지체계(사람)이다. 수많은 지원들도 ‘세상에 나 혼자’라는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에게는 무용지물이다.

자립전담요원과 위탁부모는 아이들이 안정적인 자립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과 교육을 진행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자립전담요원의 경우 많게는 요원 한 명당 100명 이상의 보호대상아동 및 자립준비청년을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올해 전국 17개 지자체에 자립준비청년을 지원하는 ‘자립지원 전담기관’을 설치하고 자립지원 전담인력 120명을 배치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인력을 충원하지 못했으며 몇몇 지자체는 아직 자립지원 전담기관을 설치하지 못했다. 아이들의 자립 준비 내실화를 위해 자립전담요원 한 명당 20∼30명의 아이들을 담당할 수 있도록 인원을 확충해야 한다. 영국처럼 보호대상아동이 만 18세 때 개인상담사를 지정하는 것까지는 아직 힘들더라도, 주거, 경제, 심리적인 문제 등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자립전담요원이 필요하다. 

‘자립’, ‘홀로서기’가 가진 단어의 의미 탓인지 당사자인 아동들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를 어려워하며 보호 종료를 앞두고 어른들에게 자신의 고민이나 어려움을 털어놓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 우리는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연습시키고 어려움이 있을 때 언제라도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단순히 자립지원표준화 프로그램으로 필요한 교육을 진행하고 경제적 지원을 하는 것에서 끝내는 게 아니라 자립프로그램과 제도를 변경할 때 당사자의 의견을 반영하고, 보호 종료 후 어려움이 닥쳤을 때 어디서, 어떻게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지 필요한 시기에 정확한 정보를 찾는 방법을 알려주어야 한다. 혼자 해결이 안 되는 문제는 주변의 어른이나 기관들에게 요청할 수 있도록 지역 내 지지체계를 만들어주어야 하며, 또래 자립준비청년 자조모임 등을 통해 정보나 감정을 활발히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더불어 ‘자립’을 ‘홀로 해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도 변화해야 한다. ‘자립’을 보호대상아동이 ‘마땅히 홀로 해결해야 할 일’로 치부하여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겨서는 안 된다. 자립을 앞둔 아이들과 보호 종료가 된 자립준비청년들이 지역사회에서 정착하지 못하고 사회를 떠나지 않도록, 아이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함께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립의 목적이 ‘혼자 서기’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 ‘함께 서는 과정’임을 알려주어야 한다. 혼자 자라는 아이는 없기에 우리 사회가 보호대상아동과 자립준비청년이 건강하게 사회 구성원으로 ‘함께 서기’ 할 수 있도록 더욱 따뜻하게 품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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