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실패로 먼저 떠나버린 부모님... 남겨진 5살 아이의 삶은?
사업 실패로 먼저 떠나버린 부모님... 남겨진 5살 아이의 삶은?
  • 기고=김동훈
  • 승인 2022.11.14 08: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상이 품다] 35. 김동훈(가명) 자립준비청년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이 커지는 현재, 보호대상아동 및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져야 할 것입니다. 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세상이 함께 키워가야 할 아이들을 따뜻하게 품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세상이 품다’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매주 월요일 아이들과 학부모, 전문가들과 함께 아동자립역량강화를 위한 글을 전해드립니다. - 편집자 말

김동훈(가명) 자립준비청년이 정장 지원 사업으로 받은 정장을 착용한 모습.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김동훈(가명) 자립준비청년이 정장 지원 사업으로 받은 정장을 착용한 모습.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집에 들어와서 온 집안을 헤집는 장면이 5살 때 겪은 일인데도 지금까지 뚜렷하게 기억난다. 부모님은 IMF 시대에 사업이 망하면서 나와 동생을 키우기 힘드셨는지 조부모님 곁에 우리를 둔 채 떠나버리셨다. 부모님과 헤어지기 전, 우리 가족은 함께 놀이공원을 수도 없이 갔었다. 그리고 부모님이 떠나신 뒤, 할아버지와 할머니, 고모와 같이 놀이공원을 가게 되면서 또래 아이들이 부모님과 함께 오는 것이 부러웠다. 밝은 색으로 가득했던 추억은 점차 검게 물들어갔다.

평생 암울할 것 같던 인생은 조부모님의 노력과 희생으로 점차 활력을 얻기 시작했다. 친구들처럼 부족함 없이 자랄 수 있도록 우리 형제를 아낌없이 지원하기 위해 조부모님은 편안한 노후를 포기하고 힘들게 열심히 땀 흘리며 일하셨다. 조부모님의 지원 덕분에 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군생활을 시작했다. 부대 내에서 누구보다도 성실하게 복무하면서 간부와 병사들에게 인정받고, 모든 사람들과 소통하며 친해졌다. 나를 의지해 주는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더 많이 뛰고 노력했다. 열심히 군생활을 하면서 정작 우리 집은 나의 시야에서 멀어지게 되었다. 어느 날, 전화를 통해 할아버지가 췌장암에 걸리셨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대로 수화기를 놓고 한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그날을 기점으로 멍하니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 많아졌다.

커서 효도하겠다는 말과 약속만 늘어놓고 결국 병만 안겨드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이 좌절하고 후회했지만 당장 할 수 있는 효도를 시작했다. 노력만 하면 좋아질 거라는 희망을 안고 계속해서 군생활을 열심히 했다. 새벽 훈련시간, 간부의 통화에서 내 이름과 할아버지 얘기가 들렸다. 처음엔 못 들은 척하며 부정했지만 분위기는 차가운 공기로 가득했고 뼛속까지 차갑게 스며들었다. 오늘이 고비라는 마지막 말을 듣고 병원으로 바로 달려갔다. 할아버지는 손자 좀 불러달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몇 시간이 지난 후 숨을 거두셨다. 가족들 모두 울고 있었지만 집의 가장인 나는 마음대로 울 수 없었다. 오히려 일부러 밝은 목소리로 임종을 보지 못한 동생에게 이야기하며 장례식장으로 당당하게 들어갔고 괜찮은 척, 의젓한 척, 내 마음을 숨겨야만 했다. 그리고 홀로 밖으로 나와서야 내 감정을 표출할 수 있었다.

이후 나태해진 마음을 다잡고 무사히 전역 후 학업에 열중했고, 가족의 기둥이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하지만 학비와 생활비는 많은 부담이 되었고, 친구들과의 친목, 스펙을 쌓기 위한 강의, 자격증 취득을 위한 준비는 꿈도 꿀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친구들을 따라가기 위해 대외활동을 중심으로 나름대로 취업을 위한 경력을 쌓아갔지만, 모든 것이 경제적 지원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나 자신이 무기력해지기 시작했다. 동기들과 벌어진 격차를 좁히기 위해 3배 이상 노력해야 했으며, 그만큼 힘이 빠져나갔다.

하지만 포기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국가근로장학생으로 선발되어, 돈을 차곡차곡 모으기 시작했고,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지원을 받아 자격증, 교육에 대한 욕구를 해소할 수 있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몇 번이고 좌절했지만 이렇게 나를 도와주는 사람들 덕분에 일어설 수 있었고, 목표도 생기게 되어 부지런하고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경제적 안정으로 인한 심적인 편안함도 느낄 수 있었다. 많은 사람과 기관의 도움 덕분이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노력으로 극복하면서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것은 힘이 많이 든다. 지금도 우리 주변에는 직면해있는 현실에 나아가지 못하고 절망하는 나 같은 학생들이 있다. 보호종료아동, 보호 중인 아동들을 위한 지원은 아이들이 성공적으로 자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국가는 책임을 지고 자립준비청년들이 흙길이 아닌 꽃길로 걸을 수 있게 밝혀주는 등불이 되어야 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바람이 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나는 이야기하고 싶다. 국가의 책임 하에 앞으로도 나와 같은 보호대상 아이들이 도움받을 수 있는 사업과 지원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말이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실시간 댓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일 : 2010-08-20
  • 일반주간신문등록번호 : 서울 다 10138
  • 등록일 : 2011-01-11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 (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Copyright © 2022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