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학대한 아빠와 분리된 수현이, 원가정 복귀는 어떻게?
자신을 학대한 아빠와 분리된 수현이, 원가정 복귀는 어떻게?
  • 기고=안소미
  • 승인 2022.11.21 0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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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품다] 36. 안소미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서울아동옹호센터 사회복지사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이 커지는 현재, 보호대상아동 및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져야 할 것입니다. 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세상이 함께 키워가야 할 아이들을 따뜻하게 품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세상이 품다’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매주 월요일 아이들과 학부모, 전문가들과 함께 아동자립역량강화를 위한 글을 전해드립니다. - 편집자 말

2021년 9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서울아동옹호센터는 서대문구청과 함께 시설보호아동 최선의 이익 보장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2021년 9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서울아동옹호센터는 서대문구청과 함께 시설보호아동 최선의 이익 보장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선생님, 수많은 아빠 모습 중 첫 월급으로 밥을 사주던 아빠 모습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아동학대로 분리되어 시설에 거주하던 수현(가명, 18세)이가 자신을 학대했던 아버지의 사망 소식에 내뱉은 한 마디였다. 아버지의 마지막 길, 아이는 학대했던 모습이 아닌 시설로 분리된 후 자신을 만나기 위해 일을 시작하고 생애 처음 번 돈으로 저녁을 사준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렸다.

시설보호아동이란 이처럼 아동학대와 방임, 빈곤 등의 이유로 원가정에서 안전하게 보호받지 못할 때 일시적으로 아동양육시설이나 공동생활가정에서 보호·양육하는 아동을 말한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이 가족과 분리되지 않고 원가정에서 자랄 권리를 강조하고 있다. 또한, 아동복지법 제4조 제3항에 명시된 원가정 보호 원칙은 아동이 가정 외 보호를 필요로 하는 상황일지라도 최대한 태어난 가정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부모와 원가정을 지원할 필요가 있으며, 원가정에서 성장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최대한 가정과 유사한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재 보호아동의 원가정 복귀율은 저조한 실정이며, 가정 외 보호 기간이 장기화되고 있어 아동의 원가정 보호 권리가 저해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시설보호아동을 위한 정책은 원가정 기능 회복과 복귀를 통한 조기 보호종료보다 시설에서의 적응과 만기 퇴소 이후 자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로 인해 아동은 원가족을 포함한 친척과의 관계에서 단절을 경험하고, 자립을 지원할 지지체계가 축소되어 느끼는 사회적 고립감은 성인기까지 이어지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설보호아동이 원가족과 관계를 유지하고, 원가족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는 이유는 원가족과 친인척이 아동에게 가장 중요한 지지체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동은 원가족과 물리적으로 함께 살지 못하더라도 정서적인 유대관계를 지속할 때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고 자아 정체감의 혼란을 덜 겪을 수 있다.

2019년 정부의 포용 국가 아동 정책 발표 이후, 우리는 시군구 지방자치단체장 중심의 아동학대 대응체계 전면 개편, 아동학대전담공무원 및 아동보호전담요원 시군구 배치, 2020년 아동복지법 개정을 통한 지방자치단체장의 면접교섭 지원에 관한 규정 신설 등 아동보호의 국가 책임성이 강화되며 아동보호체계의 급격한 변화가 있다. 이러한 과도기 상황에서 아동보호체계에서 큰 영향을 미치는 아동보호전담요원, 가정위탁 및 시설 종사자들의 어려움 중 하나는 원가정 관계 개선을 위한 면접교섭의 구체적인 실천 방법이다.

여러 학자에 따르면 원가정 관계 개선 및 복귀를 위해서는 분리 후 부모-아동 간의 만남이 중요하며, 만남 그 자체보다는 만남의 시작과 빈도, 분리 직후부터 6개월까지의 시기가 중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면접교섭은 원가정과의 연락, 외출, 외식 등 단순한 만남에 그치고 있어 실질적인 원가족 복귀를 위한 면접교섭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를 위해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서울아동옹호센터에서는 2021년 시설보호아동 최선의 이익 보장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으며, 2022년 서대문구청, 숭실대학교 노혜련 교수를 비롯한 연구진들과 함께 강점관점 해결중심을 기반으로 한 원가정 관계 개선을 위한 실무자 가이드북을 제작하고 있다. 이 가이드북에는 초기면담 단계부터 원가정 복귀 이후 모니터링에 이르기까지 실무자들이 직접 실천해 볼 수 있는 원가정 관계 개선 프로그램과 구체적 질문들이 담길 예정이다.

성공적인 원가정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실무자들의 역량 강화뿐만 아니라 보호체계 전 과정에서 아동의 의견 청취권 강화, 원가정 복귀 아동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 기관 간의 소통과 협력 강화를 위한 지원 등 정책적 개선과 아동보호체계의 이해관계자들의 원가정 관계 개선에 대한 인식 변화가 지속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노력해도 원가정 복귀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관계를 유지하고 회복해가는 과정은 아동의 정서적 지지체계 마련뿐 아니라 분리되는 과정에서 상처 입은 아이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회복할 수 있는 순간이 될 수 있다. 원가정과의 관계를 이어가는 결정은 아동의 선택에 달려있다. 다만, 아이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원가정과의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스스로 느끼고 판단할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은 보호아동을 둘러싼 어른들의 몫이다. 어른들이 아이들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고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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