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준비청년의 첫 집 구하기, 세심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자립준비청년의 첫 집 구하기, 세심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 기고=염복영
  • 승인 2023.02.13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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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품다] 47. 염복영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지역본부 '청년들의 자립이야기' 자립활동가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이 커지는 현재, 보호대상 아동 및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져야 할 것입니다. 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세상이 함께 키워가야 할 아이들을 따듯하게 품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세상이 품다'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매주 월요일 아이들과 학부모, 전문가들과 함께 아동자립역량강화를 위한 글을 전해드립니다.- 편집자 말

염복영 자립준비청년이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기 위해 주거지를 살펴보는 모습.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염복영 자립준비청년이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기 위해 주거지를 살펴보는 모습. ⓒ초록우산어린이재단

2021년 그토록 바라던 대학에 입학하며, 부푼 마음으로 자립을 준비하게 된 염복영 씨.

모든 게 처음이라 낯설고 어려웠지만, 걱정보다는 자립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세상은 녹록지 않았다. 대학 입학 시기와 맞물려 LH청년전세임대 전세금 지원 한도액에 맟춰 갈 수 있는 곳은 반지하와 옥탑방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반지하 주택을 계약하기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전세금 지원을 신청했지만,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적은 1억 1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는 결과를 듣게 되었다. 당장 1900만 원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앞날이 캄캄했지만, 본인의 사정을 이해해주신 부동산 사장님과 집주인 덕분에 자립정착금 1000만 원까지 합쳐 1억 1100만 원에 집을 계약할 수 있었다.

집을 구할 수 있어 한편으로는 다행이라 생각했지만, 자립정착금 1천만 원을 그대로 전세금으로 내야했기에 빈집에 몸만 들어가는 상황이 되었다. 그동안 차곡차곡 모았던 디딤씨앗통장을 해지해 겨우 필요한 물품만을 손에 쥐었다.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며 2년의 시간이 흘렀고, 집을 계약하는 시기가 다가왔다. 반지하에 살다보니 불편한 점이 많아 이사를 결심했지만, 그 사이에 많이 올라버린 전세 가격에 청년전세임대 지원금으로 구할 수 있는 집은 더 없었다. 이사로 고민하는 모습을 본 부동산 사장님이 반전세를 권유했고, 결국은 다른 곳으로 이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매월 부담해야 하는 금액에는 월세, 관리비, 청년전세임대 주택 이자 등을 포함해서 약 50만 원에 달해 부담이 컸다.

지난 2년간 두 번의 이사를 겪으면서 자립준비청년에게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자립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주거에 대한 안정성이다. 집을 구하기 위해 많은 정보를 찾아보았지만 늘 부족했고, 공부해도 정작 계약할 때가 되면 모르는 게 참 많았다. 먼저 자립준비를 한 선배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예비 자립준비청년이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몇 가지 정책을 제언하고 싶다.

첫째, 청년전세임대 지원금이 기존 1억 2000만에서 1억 5000만 원으로 상향되면 집을 구하는데 있어서 보다 많은 선택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지원금으로 구할 수 있는 집은 반지하 주택이나 옥탑방 밖에 없다. 본인처럼 반전세 개념으로 집주인에게 별도의 월세를 부담해야 하거나 자립정착금을 주거비로 지출해야 하는 경우를 보더라도 전세임대 지원금 상향은 절실하다. 

둘째, 집을 구할 때 주거지원에 대한 정보가 이해하기 쉬운 용어로 재정비될 필요가 있다. 집을 구하면서 느꼈던 점이 주거지원에 대한 정보가 너무 방대하고 전문용어로 작성되어 있어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들로 정보가 제공된다면, 자립을 앞둔 후배들이 집을 구하는데 있어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마지막으로 자립준비청년이 첫 번째 자립으로 집을 구할 때 도와줄 수 있는 '주거전문인력'이 필요하다. 처음 주거 독립을 위해 집을 알아봤을 때 도배, 수압, 방범창 여부 등 이런 것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주변에도 많은 자립준비청년들이 정보 부족으로 집을 구할 때 집 주인에게 요청할 수 있는 부분을 말하지 못하거나 입주하는 집의 안 좋은 부분을 알아채기가 힘들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자립준비청년들이 첫 번째 집을 구할 때 집의 상태와 조건을 확인해 줄 수 있는 전문지식을 가진 주거전문인력이 가까이 있다면 이러한 어려움은 최소화될 수 있는 분이라 생각한다.

자립준비청년을 흔히 '열 여덟 어른'이라고 한다. 이제 막 자립한 10대 후반 또는 20대 초반 청년들에게는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렵다. 보호가 종료되어 사회로 나오는 자립준비청년은 매년 평균 약 2500명에 달한다. 자립준비청년에게 임대료만 지원해주는 주거지원서비스를 넘어 건강한 자립을 도울 수 있도록 세심한 지원과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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