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그들은 가족이 되었다
그렇게 그들은 가족이 되었다
  • 기고=이천규
  • 승인 2023.02.20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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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품다] 48. 이천규 이든아이빌 사무국장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이 커지는 현재, 보호대상아동 및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져야 할 것입니다. 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세상이 함께 키워가야 할 아이들을 따뜻하게 품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세상이 품다’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매주 월요일 아이들과 학부모, 전문가들과 함께 아동자립역량강화를 위한 글을 전해드립니다. - 편집자 말

이든아이빌 이천규 사무국장.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이든아이빌 이천규 사무국장.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작년 8월, 광주에서 안타까운 소식들이 전해졌다. 아동복지시설을 퇴소한 자립준비청년 두 명이 연이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기사였다. 두 청년의 비극적 선택은 표면적으로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이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외로움도 큰 부분을 차지했을 것이라 짐작된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4월부터 2022년 8월까지 3년 4개월 동안 자립준비청년 13명이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특히 본격적인 코로나19 국내 유행이 시작된 2020년, 자립준비청년의 극단적 선택이 증가한 것으로 보고됐다.

그렇다면 자립준비청년들의 극단적 선택을 막을 수 있는 대안은 없을까?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에서 지난 1월에 발표한 ‘2023년 자립준비청년 자립지원강화계획’ 분야별 사업 목록을 보면, 심리·정서 지원 강화가 첫 번째로 언급됐다. 그만큼 자립준비청년의 사회 적응을 위해 무엇보다 심리·정서적 지원 강화가 시급하다는 뜻이다. 서울시는 이들의 실질적 자립 실현과 안정적인 사회 정착을 위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사업을 제안했다. 

첫 번째 사업은 ‘키다리 아저씨 프로젝트(지역사회연계 및 사회적 결연)’다. 이 사업은 만 20세 이상 자원봉사자 또는 후원자와 아동복지시설(아동양육시설, 공동생활가정) 아동 중 결연 희망 아동을 일대일로 연결하는 사업이다. 두 번째는 사회적 관계망 형성을 위한 ‘멘토-멘티 결연’사업이다. 두 사업 모두 자립 준비 중인 아동을 대상으로 실질적인 자립 실현과 안정적인 사회 정착을 위해 마련된 지원 체계다. 이처럼 자립준비청년에게 든든한 공공의 울타리가 우리 사회에 미리 존재했다면, ‘두 청년의 안타까운 선택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늦었지만 이들을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하나씩 마련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아동복지 현장에서는 오래전부터 무연고 아동이나 원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아동을 대상으로 결연가정과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이 멘토링을 통해 정서·심리적 도움을 받아 건강하게 성장한 자립준비청년이 있다. A보육원을 퇴소한 김진희(가명, 만24세) 씨는 결혼과 출산을 앞둔 자립준비청년이었다. 양가 상견례 자리에서 진희 씨의 가족으로 동행한 사람은 보육원 원장과 진희 씨가 ‘이모’라고 부르는 결연가정의 보호자였다. ‘이모’는 2012년 A보육원에서 한 아이를 입양하면서 진희 씨를 알게 되었고 이후로도 함께 명절을 보내고 여행도 같이 다니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보육원 퇴소 후에도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여느 엄마와 딸처럼 수다도 떨고 고민도 나누는 관계로 발전했다. 보육원 원장은 진희 씨를 옆에서 보살펴주는 ‘이모’가 존재한다는 사실로만으로 감사했지만, 상견례 자리 이후 진희 씨에게서 우연히 듣게 된 이야기 때문에 더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결연가정의 이모가 진희 씨에게 ‘출산 후 본인의 집에서 몸조리하면 어떻겠냐’고 먼저 제안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진희 씨와 이 결연가정은 진정한 의미의 가족이 되어 있었고, 7월이면 또 하나의 생명이 이 가족에게 찾아온다. 비록 엄마 품에서 응석을 부리기도 전에 시설에 맡겨져 사랑을 모르고 자란 진희 씨지만, 새로운 가족을 만나 더 큰 사랑을 받았고 이제는 태어날 아이에게 더 큰 사랑을 나눠줄 날을 기다리고 있다. 진희 씨처럼 자립준비청년이 전하는 희망의 이야기들이 많이 전해져 우리 사회에 따듯한 온기를 불어 줄 순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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