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준비청년을 위한 ‘두 번째 기회’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두 번째 기회’
  • 기고=김소원
  • 승인 2023.03.27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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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품다] 53. 김소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인천지역본부 복지사업팀 대리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이 커지는 현재, 보호대상아동 및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져야 할 것입니다. 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세상이 함께 키워가야 할 아이들을 따뜻하게 품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세상이 품다’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매주 월요일 아이들과 학부모, 전문가들과 함께 아동자립역량강화를 위한 글을 전해드립니다. - 편집자 말

김민지(가명) 자립준비청년이 제과제빵을 배우는 모습.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김민지(가명) 자립준비청년이 제과제빵을 배우는 모습.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동양육시설, 그룹홈, 가정위탁 보호 아래 생활하는 아이들은 일반적인 가정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에 비해 조금 더 일찍 어른이 돼야 한다. 이제 갓 성인이 되어 사회에 나온 아이들이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시설에서 모아둔 디딤씨앗통장(아동발달지원계좌), 자립정착금 그리고 자립수당 뿐이다. 이들은 보호가 종료되는 시점에 부푼 꿈을 안고 사회에 나오지만, 자립정착금은 보증금, 관리비, 생활비로 소진되고 자립수당은 월세로 사라지기 일쑤다.

오랜 기간 가정이 아닌 시설에서 생활하는 보호대상아동들은 직접 생필품을 구입하거나 식사를 준비하는 소소한 일조차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시설을 퇴소하는 순간부터 이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모든 것을 해내야 한다. 때문에 사회에 나온 대다수의 자립준비청년들이 계획성 있게 자립정착금과 후원금을 사용하기가 쉽지 않고, 자립수당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2021년 시설을 퇴소한 민지(가명)도 어릴 때부터 보육원에서 생활했다. 한때는 친구들과 다른 삶이 불행하다고 느낀 적도 있었지만, 점차 시설 생활에 적응했고 어느덧 퇴소할 나이가 되었다. 퇴소 후 민지는 학비와 생활비 마련을 위해 대학 생활 내내 아르바이트를 그만둘 수 없었다. 일이 생겨 목돈이 필요하게 될 경우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좌절감과 불안감은 항상 민지를 따라다녔다. 졸업반이 다가올수록 학업에 집중할 시간과 비용은 더 필요했지만, 자립정착금과 자립수당 외 더 받을 수 있는 지원은 없었다.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는 것 이상으로  자립준비청년들이 사회에서 자리를 잡고 꿈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경제적 지원은 늘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2022년 11월,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자립준비청년 지원 보완대책’을 발표했다.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보호단계별 전주기적 지지체계를 구축하고 민간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이다. 공공임대주택 확대, 자립지원전담인력 확충, 자조모임 활동비 지급, 자립수당 인상, 자립정착금 지급액을 1000만 원으로 인상할 것을 지자체에 권고하는 등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인천지역본부는 이제 갓 시설을 퇴소한 자립준비청년 외에도 보호종료 5년 이내 자립준비청년을 대상으로 ‘세컨 찬스(Second Chance)’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회에 나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립준비청년을 위해 ‘두 번째 기회’를 줄 수 있는 사업이다. 전공이 맞지 않아 편입준비를 희망했던 청년에게 도전의 기회를 주고, 심리상담이 필요하지만 경제적 부담으로 지속하지 못했던 청년에게 상담비용을 지원하며, 취업 또는 이직을 준비하는 청년에게 그 공백을 채울 수 있는 생계비를 지원한다.

‘세컨 찬스(Second Chance)’ 사업에 참여한 자립준비청년 A 씨는 “이제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을 때 기회가 주어져서 다시금 해볼 수 있었어요. 저도 방황하는 후배들을 기다려주고 지원할 수 있는 좋은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라고 전했다. 사회로 나가게 된 자립준비청년에게는 내가 실패를 하더라도 일으켜줄 보호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다시금 도전하고 의지할 수 있도록 응원해줄 수 있는 지지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보호대상아동의 자립과 관련된 이슈는 매우 뜨겁다. 다만 이 관심과 변화는 이제 막 보호가 종료된 자립준비청년에게만 집중되어 있다. 이미 사회에 나온 자립준비청년들 중에도 뒤늦게 꿈을 찾고, 꿈을 이루기 위한 경제적 지원이 필요한 이들도 많다. 자립준비청년이 사회에 잘 정착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장기적 관점에서의 자립지원 정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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