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제주도민 시점, 대한민국 수도 서울 관찰일기
전지적 제주도민 시점, 대한민국 수도 서울 관찰일기
  • 칼럼니스트 김재원
  • 승인 2023.05.15 1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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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사람 제주살이 이야기] 76. 육지에 나가보면 알 수 있는 제주살이의 행복

제주에 살고 있지만, 대부분의 인간관계를 육지에 남겨두고 왔기에 크고 작은 경조사가 생기면 어쩔 수 없이 육지를 다니게 됩니다. 요즘에는 항공권 가격이 치솟으면서 육지에 한 번 나갔다 오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큰 부담이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지인 결혼식의 축의금을 받고 정리하는 중책(?)을 맡은 터라 반드시 가봐야 했었는데요. 이런저런 이유로 육지에 나갈 때면 최대한 많은 것들을 관찰하고 기록하려고 합니다. 글을 쓰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작가이다 보니 어쩌면 이런 조금 특별한 경험들이 제게는 큰 도움이 되거든요. 

당일치기로 육지에 다녀오려면 새벽 일찍 공항에 나와야 한다. ⓒ김재원
당일치기로 육지에 다녀오려면 새벽 일찍 공항에 나와야 한다. ⓒ김재원

그래서 오늘은 이번 서울 육지행에서 만나본 전지적 제주도민 시점의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관찰일기를 전해드릴까 합니다. 서울에 가면 우선 저도 모르게 신기한 광경을 보거나 진귀한 장면을 보면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집중하여 쳐다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앞서가던 사람이 갑자기 멈추어 평범한 것들을 유심히 쳐다보고 심지어 사진까지 찍고 있으니 서울사람들 오히려 저를 특별한 사람으로 쳐다보더군요. 

이번에는 서울 사람들의 패션을 자세히 살펴보았는데요. 남녀 구분 없이 바지 통이 많이 넓어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제주에서는 아직까지는 통 넓은 바지를 그렇게 많이 입지 않는데 말이죠. 그러면서 내가 입고 있는 바지가 너무 스키니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래서 사람들이 더 쳐다봤나 싶었습니다. 아울러 패션 피플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연예인 같은 사람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세상에 잘난 사람들은 죄다 서울에 있나 싶었는데요. 헤어. 패션. 분위기 등등. 매력쟁이들이 무척이나 많았습니다. 물론 기상천외한 복장을 갖춘 사람들도 몇 명 발견했지만요. 너무도 특이해서 나도 모르게 넋을 놓고 보다가 겨우 정신을 차렸는데요.

서울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지하철 역사. ⓒ김재원
서울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지하철 역사. ⓒ김재원

이번 서울 방문의 최종 목적지는 동대문구 회기동이었습니다. 제주 집에서 출발해 목적지까지 도착하는데 총 3시간 30분이 걸렸는데요. 이중 김포공항에서 회기역까지 가는 데만 1시간 15분이나 걸렸습니다. 제주에서 일본 가는 게 더 빠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주에 내려와 살기 전 어떻게 서울에서 살았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는데요. 서울은 정말이지 위대하고 대단한 도시임에 틀림없습니다. 서울 사람들 서울에 사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 같고요. 

긴 여정을 오고 가면서 수많은 사람을 관찰했는데요.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뿐이었습니다. 책을 사고 책을 읽는 분들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줄이 있는 유선 이어폰을 사용하는 사람도 필자 한 명뿐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유선 이어폰을 끼고 책까지 읽고 있으니 더 쳐다보는 듯했는데요. 50대 이상 아저씨들도 무선 이어폰을 사용하는 것에 무척이나 놀랐습니다. 스마트워치도 많이 상용화된 걸 확인할 수 있었고요.  

지하철 역사내 여행용 캐리어 운반을 위한 컨베이어 시스템. ⓒ김재원
지하철 역사내 여행용 캐리어 운반을 위한 컨베이어 시스템. ⓒ김재원

변화와 함께 여전히 더디게만 흘러가는 장면들도 볼 수 있었습니다. 지하철 객차 내 임산부를 위한 분홍색 의자는 다행히 비어 있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바로 옆자리 승객이 30% 이상 은근슬쩍 침범하거나 아무렇지도 않게 태연하게 자리를 점거한 경우도 봤습니다. 규칙을 이렇게나 지키지 않는다 는것에도 놀랐지만 만삭의 임산부가 이 좁은 자리에 앉을 수 있을 건지도 의문스러웠습니다. 그냥 한자리를 비워두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임산부가 편안하게 앉을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을 내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은가 싶었습니다. 그리고 쩍벌남이라 표현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은 것에도 두 번 놀랬고요. 

지하철 객차 내 임산부 배려석. 이름뿐이 아닌 진정한 배려석이 되길 바란다. ⓒ김재원
지하철 객차 내 임산부 배려석. 이름뿐이 아닌 진정한 배려석이 되길 바란다. ⓒ김재원

코로나 방역정책이 완전히 해제되는 분위기이지만 대중교통을 타는 분들 중 대략 40%는 아직도 마스크를 하고 다니시는 듯했습니다. 제주에서는 이제 하고 다니는 사람을 보기 힘들 정도인데 서울은 아직까지는 조심하는 분위기여서 저도 얼른 준비한 마스크를 착용했습니다. 왠지 해야만 할 것 같아서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오늘 서울에 온 목적이 축의금 봉투를 받고 정리하기 위해서였는데요. 축의금 봉투를 받아보니 요즘은 80% 정도는 축의금을 10만 원 이상 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의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큰 변화로 여겨졌는데요. 앞으로 부의금. 축의금을 내는 데 있어서 아주 큰 공부가 되었습니다. 제주에 있다 보니 이렇게 세상 돌아가는 상황들을 정확하게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말이죠. 물론 형편과 상황에 따라 해야 하는 것이겠지만요. 

축의금 봉투에 든 축의금 액수를 통해서도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김재원
축의금 봉투에 든 축의금 액수를 통해서도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김재원

당일치기로 서울에 다녀오면 가까운 해외를 당일로 다녀온 듯한 피로감이 몰려옵니다. 제주에 살고 있지만 마치 해외에 살고 있는 기분도 들고요. 서울에 살 때보다 내게 주어진 시간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제주에서의 생활이 참 감사한 마음입니다. 차를 타고 조금만 가면 바다와 숲이 있으니 자연과 함께 스트레스를 풀기에도 너무나 좋고요. 이런 곳에서 꿈같은 일상을 매일매일 살아가고 있으니 저는 제주가 참 좋습니다. 어떻게 서울에 살았나 싶을 정도로요. ‘여행을 떠나보면 안다’는 말이 있지요. 오늘도 제주에 살고 있음이 참 행복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육지에 나갔다가 다시 제주로 돌아오면 숨이 트이고 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김재원
육지에 나갔다가 다시 제주로 돌아오면 숨이 트이고 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김재원

*칼럼니스트 김재원은 작가이자 자유기고가다. 대학시절 세계 100여 국을 배낭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작가의 꿈을 키웠다.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에 사는 '이주민'이 되었다. 지금은 제주의 아름다움을 제주인의 시선으로 알리기 위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에세이 집필과 제주여행에 대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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