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록 이주아동에 대한 보호 사각지대 없어야”
“미등록 이주아동에 대한 보호 사각지대 없어야”
  • 기고=최대언
  • 승인 2023.05.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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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해요, 아동기본법] 5.최대언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광주아동보호전문기관 과장

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아동권리 보장 및 보호를 위해 '시작해요, 아동기본법'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우리 사회의 숙원과제인 아동기본법 제정을 통해 아동을 보호 대상이 아닌 권리 주체로 보는 인식은 더욱 높아져야 할 것입니다. 매주 월요일 아이들과 학부모, 전문가들과 함께 마련한 아동권리보장을 위한 글을 전해드립니다. -편집자 말

최대언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광주아동보호전문기관 과장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필자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광주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근무하며 아동학대를 겪은 아이들, 특히 보호 사각지대에 놓인 ‘미등록 이주아동’들의 현실을 목격해왔다. 생후 2개월이었던 씨리락사(가명)는 태국 국적의 친부모가 한국에 불법체류 중 태어났다. 부모가 일하기 위해 지인에게 씨리락사의 양육을 맡겼다가 지인의 학대로 아동이 뇌진탕을 입었고, 수술이 필요했으나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병원비만 1000만 원이 넘는 상황이었다. 병원 측에서는 아동의 생명이 달린 문제였기 때문에 먼저 긴급한 수술을 진행했고, 부모는 저축해놓은 돈과 지인에게 빌린 돈으로 일부 병원비를 지급했으나 모든 비용을 부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다행히 병원 측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지원을 받아 씨리락사는 치료를 잘 마치고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지만, 혹여 병원비 문제로 치료가 늦어졌거나 수술이 이뤄지지 못했을 경우를 생각하면 참으로 아찔한 상황이었다.

또 다른 미등록 이주아동 타낫(만 11살, 가명) 역시 태국 국적의 친모가 한국에 불법체류 중 태어났는데, 계부에 의한 학대가 심해 학대 피해아동을 긴급하게 보호하는 일시보호 쉼터에 분리 보호되었다. 다행히 현행법상 아동학대 보호 체계에 따르면 미등록 이주 아동도 국적 취득 여부를 떠나 우리와 같은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분리 보호된 이후 미등록 이주 아동을 위한 지원체계는 마련되어 있지 않아 장기 보호에 필요한 생계비나 의료보험은 지원되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보호는 어려운 상황이다.

씨리락사와 타낫과 같은 미등록 이주아동들의 현황은 추적조차 어려워 정확한 통계 수치를 알 수 없으므로 소위 ‘유령 아이’라고 불린다. 최근 법무부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미등록 이주아동수는 약 5000명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인권단체들은 국내에서 출생한 불법체류 아동 수를 포함한다면 미등록 이주아동이 2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우리나라 아동 인구 1000명당 학대 피해아동 발견율이 5.02%(2021년 기준)임을 고려한다면, 아직 우리사회에서 발견되지 않은 미등록 이주아동 중 학대 피해 아동 수도 적지 않음을 추정할 수 있다.

‘아동기본법’의 근간이 되는 UN아동권리협약에서는 아동학대로부터 아동을 보호해야 하며(제19조), 무국적을 포함한 모든 아동의 권리 이행을 보장(제7조)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최근 아동학대와 관련된 제도와 지원이 개선되면서 아동의 생명과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는 존재한다. 특히 ‘모든 아동의 권리 이행’이라는 아동기본법의 취지를 살려 우리 땅에서 함께 살고 있는 미등록 이주아동에게도 ‘학대로부터의 보호’라는 안전망이 더 세밀하게 구축되어야 한다. ‘아동기본법’ 제정을 통해, 아동의 권리를 구체화하고 아동의 권리와 건강한 성장을 보장하기 위한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 분명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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