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수유 권장한다면 수유실이 있어야죠"
"모유수유 권장한다면 수유실이 있어야죠"
  • 기고 = 김정아
  • 승인 2013.03.22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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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두 아이의 엄마가 대통령에 쓰는 편지
[특별기획] 박근혜 대통령에게 쓰는 부모들의 편지

 

젊은 사람들이 아기 낳기를 거부하는 사회. 이른바 젊은이들의 '출산 파업'은 우리 사회의 큰 문제로 떠올라 있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새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젊은이들의 출산 파업을 끝낼 수 있을까? 베이비뉴스는 박근혜 정부 출범을 맞아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쓰는 부모들의 편지' 특별기획을 진행한다.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소망하는 마음으로 보내온 독자들의 편지를 연재한다.

 

안녕하세요. 저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34살입니다. 현재 휴직 중인 초등학교 교사이고요.

 

모유가 좋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습니다. 임신한 후 대부분 엄마들은 모유수유를 굳게 다짐하죠.

 

하지만 아이를 낳고 날이 가면 갈수록 모유수유를 포기하는 엄마들이 생겨납니다. 빠른 사람은 처음부터 아예 실패하고 어떤 사람은 한 달, 어떤 사람은 백일, 어떤 사람은 육 개월 등 처음의 목표한 기간에 도달하지 못하고 점점 포기하는 숫자가 늘어납니다.

 

저도 임신하고 임산부 교실에 가서 “모유는 24개월 먹이세요. 아이의 건강과 정서를 위해 정말 좋습니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24개월을 먹이겠다고 굳은 결심을 했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그냥 먹이면 되지. 그게 뭐 대수라고 모유수유 서약이며 모유수유 교실 등 별것이 다 있어서 유난을 떨지’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갖은 노력과 오기로 10개월 모유수유를 실행하고 있는 지금. 지금껏 모유를 먹인 저 자신이 너무 대견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지난 10개월을 돌아보면 그 고생이 떠올라 눈물이 날 지경입니다. 그리고 지금도 24개월 모유를 먹였다는 어머니들을 보면 존경스럽습니다.

 

9개월 된 아이와 나들이에 나선 저에게 갑자기 아이가 배가 고픈지 무엇인가 큰일을 한 건지 울면서 보채기 시작했습니다. 목소리도 정말 큰 우리 아이는 지하철이 떠내려갈 듯 우는데 엎고 달래고 얼러도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자신의 불편한 사항이 해결되지 않는 한 아마도 계속 울 듯했습니다.

 

옆에 계신 할머니 한 분은 “새댁, 내가 가려줄 테니 아이 젖 먹여. 배고파서 그런가 봐” 또 옆자리의 할머니 한 분 “아이가 응가 한 거 아냐? 괜찮아, 아이인데 뭐 한번 확인해 봐.” 온 차의 사람들의 시선은 저와 아이에게 집중되어 있는데 아무리 아이래도 여자아이인데 이 사람 많은 곳에서 아랫도리를 훌러덩 벗기기에는 너무 민망했습니다. 그리고 큰일이라도 했으면 그 냄새를 어찌 감당할지 눈앞이 깜깜했습니다.

 

수유실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기에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 아이 젖을 먹였습니다. 눈물이 날 것 같더라고요. 이렇게 힘들게 아이 모유수유를 해야 하나 싶고요.

 

두 아이를 키우는 김정아 씨는 정부가 모유수유를 권장하면서도 모유수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지 않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정아
두 아이를 키우는 김정아 씨는 정부가 모유수유를 권장하면서도 모유수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지 않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정아

 

최근에는 모유수유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 모유보다 좋은 보약은 없고 정서적 교감 형성에도 굉장히 좋다고 합니다. 하지만 모유수유를 하는 엄마들은 사회생활에 제약이 이만저만한 게 아닙니다. 음식점을 예약해도 놀이공원에 놀러 가도 우선은 수유실이 있는지 먼저 확인을 합니다.

 

웬만한 음식점에 수유실은 대부분 없고요. 제 친동생 결혼식장에 가서도 화장실에서 모유 먹였습니다. 수유실 있는 예식장은 한 번도 못 봐서 대부분의 결혼식은 패스하는 실정이지만 어찌 누나가 동생 결혼식에 안 갈 수 있나요? 가야죠. 그리고 아이를 울리든지 화장실에서 비위생적으로 수유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있다고 해도 수유실 위치를 확인하고 가야 합니다.

 

백화점 1층에서 쇼핑을 하다 7층 수유실까지 우는 아이를 들쳐 엎고 뛰어야 합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아이가 언제 배가 고파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죠. 저도 대중교통을 타고 가다가 아기를 향한 안타까움과 함께 따가운 시선에 공연히 식은땀만 흘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이에 놀러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현실이 되고 맙니다.

 

최근에 모유수유를 권장하는 사회 분위기와 함께 많은 큰 건물과 공원에 수유실이 생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모유수유를 권장한다면 수유실이 꼭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 유축을 해서 다니는 워킹맘을 위해 직장에 꼭 수유실 및 유축실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유실 및 유축실에는 유축기, 수유의자, 쿠션, 전자레인지, 기저귀 교환대, 정수기 등을 잘 갖춰주고 위생 관리에 철저히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겠죠? 에어컨 등 냉난방 시설도 필수고요.

 

건강한 아이를 낳는 것은 엄마의 책임이지만 사회와 주변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미국에서 모유 수유로 1년에 절약할 수 있는 건강 비용이 36억 달러나 된다고 발표했습니다. 분유를 만들고 운반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 폐기되는 분유 깡통과 우유병 때문에 생기는 환경오염은 사회 전체적으로 커다란 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건강한 아기와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모유수유. 이제 엄마의 책임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에게 쓰는 편지 공모 안내

 

박근혜 대통령에게 쓰는 부모들의 편지에는 누구나 응모할 수 있다.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바라는 소망을 담아서 진솔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쓰면 된다. 심사를 거쳐 채택된 원고에는 소정의 원고료가 지급된다. ▶ 보내실 곳 ibabynews@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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