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그만뒀다고 '배움' 권리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모든 아동의 배움 권리] 정다영(만18세) 굿네이버스 아동권리모니터링단 멘토
나는 고등학교를 그만 둔 '학교 밖 청소년'이었다. 또래들이 학교에 간 때에 밝은 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종종 내 나이와 용건을 묻는 사람들이 있었다. 내가 '학교 밖 청소년'이란 사실을 밝히면 하나같이 '어쩌다 학교를 그만뒀는지'를 물어봤다. 나는 그 질문이 학교생활에 어떤 문제가 있어서 그만둔 것이냐는 질문임을 알았다. 지금은 대학에 입학해 바쁘게 살고 있지만 여전히 종종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그러나 학교 밖 청소년 모두가 학교 생활에 문제가 있어서 학교를 그만두는 게 아니다. 올해 5월 여성가족부에서 발표한 ‘2023년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청소년들이 학교를 벗어난 이유는 ‘심리·정신적인 문제’ 31.4%, ‘원하는 것을 배우려고’ 27.1%, ‘부모님의 권유로’ 22.4%, ‘시간을 마음대로 쓰고 싶어서’ 21.8%였다. 학교를 그만두게 만드는 직접적인 문제도 물론 있지만 개인과 가정이 원하는 것과 각자의 사정으로 학교 밖 청소년이 된 이들이 오히려 더 많다는 사실을 조사 결과가 보여주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은 종일 뭘 하며 하루를 보내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다.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보통 아침 9시부터 오후 5~6시까지 학교 일정에 따라 공부한다. 학교라는 일정이 사라진 '학교 밖 청소년'의 하루가 궁금할 법도 하다. 결론을 말하자면 학교 밖 청소년도 대부분 공부한다. 정규 교육과정에서 벗어났으므로 검정고시를 봐야 하고, 이후엔 대학교 진학을 준비하거나 진로와 관련된 학업을 이어가는 경우도 많다. 앞서 언급한 '2023년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9.5%가 '학교를 그만둘 때 검정고시 준비를 계획했다'고 대답했고, 29.6%는 '대학 진학을 준비한다'고 응답했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제28조에는 모든 아동의 교육받을 권리에 대해 언급하며, 균등한 교육 기회를 보장받을 권리를 강조하고 있다. '학교에 다니는 아동이나 학교에 다니지 않는 아동이나 모두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사회에서 살아가는 ‘학교 밖 청소년’에게는 균등한 교육 기회가 주어지고 있을까?
요즘은 인터넷 강의 등이 워낙 잘 되어 있어 정규 과정을 배우는 데엔 크게 지장이 없다. 그렇지만 그 외 직업과 관련된 교육이나 대학교 진학 정보 등을 얻기 위해서는 입시 컨설팅을 찾아다니거나 인터넷 정보를 계속해서 수집하는 등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보다 몇 배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특히나 최근에는 대학교의 입시 유형이 다양하고 복잡해 정보를 찾더라도 구체적인 실행방법을 알 수 없어 막막하다.
나는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를 통해 직업교육과 대입 정보를 비교적 수월하게 얻었지만 지역 내 지원센터가 없거나 너무 멀어서 이용하지 못하는 학교 밖 청소년들도 있다. 인프라에 접근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은 진로를 결정하고 관련 교육을 받는 일이 더 어려워진다.
지난해 나는 굿네이버스 전남북부지부 아동권리모니터링단으로 활동하며 학교 밖 청소년도 배울 권리가 있고, 이를 위한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특히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조례에서 지역 장학회의 장학금 지급 대상이 '학생'으로 한정돼있다는 문제를 발견하고 장학금 지급 대상에 '학교 밖 청소년'도 포함할 수 있도록 개정을 요청하는 등 직접적으로 정책을 제언하기도 했다.
이 제안은 조례 개정까지 이어지진 못했지만 군청 관계자가 조례 취지를 직접 설명하는 등 지역에서 학교 밖 청소년에 관심을 갖는 어른들이 많아졌음을 알게 하는 성과로 남았다.
한편 굿네이버스에서는 모든 아동의 배움을 보장하는 캠페인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나와 같은 ‘학교 밖 청소년’을 비롯해 병원에 오래 입원하거나 치료받느라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건강장애학생' 등 배우고 싶지만 배울 수 없는 환경에 놓인 모든 아동이 배움의 기회를 잃지 않도록 보장하는 '배움의 빈 공간' 캠페인이 바로 그것이다.
나는 학교라는 제도 밖에서 상대적으로 더 치열하게 학습을 이어가야 했다. 그렇기에 모든 아동의 배움을 보장하자는 취지와 목적에 누구보다 뼈저리게 공감한다. ‘학교 밖 청소년’으로서의 시간을 모두 보내고 어엿한 대학생이 된 지금, 더 큰 소리로 외쳐 보겠다. 우리는 모두 같은 권리를 가진 아동이다. 이 세상 모든 아동은 차별 없이 동등하게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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