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부부 사이 강간죄 성립" 첫 판결
"성생활 의무 있지만 강제할 권리는 없어"
정상적인 혼인관계 중인 부부 사이에서도 강간죄가 성립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는 대법원이 1970년 3월 정상적인 혼인상태에서 벌어진 부부간의 강간죄 성립을 부정한 이래 43년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신영철)는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대법관 13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부엌칼로 아내를 위협해 강제로 성관계를 한 혐의로 기소된 A 씨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3년 6월과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형법 제297조는 ‘부녀’를 강간한 자를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부녀’는 성년이든 미성년이든, 기혼이든 미혼이든 불문하고 여자를 가리키는 것”이라며 “법률상 처를 강간죄 객체에서 제외하는 명문 규정이 없으므로 문언 해석상으로도 처는 강간죄의 객체에 포함된다”고 판시했다.
특히 “부부 사이에는 배우자와 성생활을 함께할 의무가 포함되지만 폭행·협박으로 억압해 강제로 성관계할 권리까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혼인관계가 유지되고 있더라도 남편이 폭행이나 협박을 가해 아내를 간음한 경우에는 강간죄가 성립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전원합의체에 참석한 13명의 대법관 중 이상훈, 김용덕 대법관은 “사전적 의미로 강간은 ‘강제적인 간음’을 의미한다. 간음은 ‘부부 아닌 남녀가 성적 관계를 맺는 것’이므로 강간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부인이 아닌 부녀에 대해 성관계를 맺는 죄’로 해석해야 한다”며 다른 의견을 냈다.
현행법상 대법원 전원합의체 의결은 대법권 2/3 이상이 출석하고 과반수가 찬성하면 성립이 된다. 찬반이 같으면 재판장인 대법원장이 결정권을 가진다.
앞서 A 씨는 2011년 11월 아내 B 씨를 부엌칼로 위협해 강제로 성관계를 한 혐의로 특수강간죄로 당한 바 있다. 1심 법원은 부부 사이 강간죄를 성립한다고 보고 징역 6년을 선고했고, 2심 법원도 유죄를 인정했다. 다만 형량은 3년 6개월로 낮췄다. 그러나 A 씨는 그동안 법원이 정상적인 부부 사이에 강간을 죄로 인정한 적이 없음을 강조하며 무죄를 주장하고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4월 ‘부부 강간 성립’에 대한 공개변론을 열고 양승태 대법원장 등 대법관이 참석한 가운데 ‘정상적인 혼인관계가 유지되고 있을 때에도 남편을 배우자에 대한 강간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각계 의견을 수렴하기도 했다.
대법원은 그동안 이혼이나 별거 등 상태의 부부에게서 벌어진 강간죄만 인정해왔으며 대법원이 정상적으로 혼인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부부에게서 벌어진 강간죄를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opyright ⓒ 베이비뉴스 · [email protected]저작권자 © 베이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베이비뉴스 기사후원 ARS 1533-5155후원 안내























댓글 0
댓글을 쓰면 댓글 운영정책과 이용약관에 동의한 것으로 봅니다. 신고된 댓글은 24시간 안에 검토합니다 · 문의 [email protected]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