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아이와 격의 없이 지내는 ‘친구 같은 부모’가 되는 것이 이상적인 양육방식으로 여겨지면서 무한애정으로 아이의 뜻을 무조건 받아주는 아이 중심 가정도 늘어났다.
하지만 아이를 존중해서 상처주지 않고 키운다는 좋은 취지가 무색할 만큼 어느 순간부터 아이가 참을성 없고 제멋대로인 것을 허용하거나 그런 아이들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부모들도 생겨났다.
전문가들은 무조건적으로 아이의 뜻을 받아준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항상 자기 위주로만 돌아가지 않는 바깥세상에 상처입고, 부모가 빠진 세상에서는 스스로 알아서 할 줄 아는 게 없는 어린아이 같은 어른으로 성장해 혼란을 겪게 된다고 지적한다. 이는 부모와 아이 간의 따뜻한 신뢰로 형성된 건강한 애착이 아닌, 맹목적인 애착중심의 육아법의 유행이 가져온 폐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신과 의사이자 베스트셀러 저자인 이시형 박사는 그의 신간 ‘아이의 자기조절력’에서 “사회성이나 책임감을 비롯한 다방면엔서 ‘자기조절력’은 기본”이라며 “자기조절력이 미숙하면 고위험 아이로 자라게 되고 결국은 어른으로 성장해 사회에 부적응 하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고 말한다.
특히 그는 “자기조절력이 제대로 생기려면 적어도 세 돌이 되기까지 뇌의 전전두엽, 특히 안와전두피질이 발달돼 감각, 감정, 이성(理性) 간에 제대로 된 연결 회로가 완성돼야 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세 돌 이전의 무조건적인 애착 중심의 양육 방식은 아이의 자기조절력 형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근래 수십 년간 이상적 육아로 여겨져 온 허용적 애정과잉 양육의 착오를 뇌과학에 근거해 설명하면서, 아이 중심의 양육이 어떻게 자기조절력 결핍을 만들었고 그 결과 어떤 심각한 결과들이 생겨나고 있는지를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또 자기조절력을 발달시키는 양육법과 문제행동을 보였을 때 대처법과 안정된 애착을 근간으로 풍부한 감성과 자발적 학습, 올바른 생활습관, 사회성과 도덕성을 키우는 구체적인 실천방법 등도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아이를 지성과 감성이 조화를 이룬 ‘인간력’이 튼튼한 사람으로 성장시키려면 왜 자기조절력이 최우선적인 요건인지를, 또 어린 시절의 양육이 자기조절력의 발달에 얼마나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지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아이의 미래를 미리 예측하고, 어떤 직업인으로 키울 것인가를 깊이 고민한다는 건 큰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어떤 시대가 오든 우리의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이시형 박사는 “이 모든 것을 좌우하는 ‘자기조절력’이야말로 어떤 난관도 헤쳐 나갈 수 있는 생명력의 요체”라며 “막연한 미래 환경을 걱정하기보다는 현재 우리 아이의 자기조절력을 보완해 주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고 전한다.
수십 년간 연구, 저술, 강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열정적인 활동을 펼쳐 온 이시형 박사는 이스턴주립병원 청소년과장, 경북의대ㆍ서울의대(외래)ㆍ성균관의대 교수, 강북삼성병원 원장, 사회정신건강연구소 소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실체가 없다고 여겨지던 ‘화병(Hwa-byung)’을 세계 정신의학 용어로 만든 정신의학계의 권위자로 대한민국에 뇌과학의 대중화를 이끈 선구자이기도 하다. 현재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이사장직도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공부하는 독종이 살아남는다’, ‘세로토닌하라!’, ‘배짱으로 삽시다’, ‘우뇌가 희망이다’, ‘이시형처럼 살아라’, ‘이젠 다르게 살아야한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