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줄 수 있던 것 이것밖엔 없었어"
"너에게 줄 수 있던 것 이것밖엔 없었어"
  • 정리 = 정은혜 기자
  • 승인 2013.08.06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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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유수유 수기공모전 장려상 장지애 씨 작품

[연재] 나의 모유수유 성공기 공모전 수상작

 

국내 유일의 임신출산육아 전문방송 육아방송(회장 신경식)과 국내 최초 육아신문 베이비뉴스(대표 최규삼)는 세계모유수유주간(8월 1~7일)을 기념해 최근 ‘나의 모유수유 성공기’ 수기공모전(http://mother.ibabynews.com)을 진행했다. 아기에게 모유를 먹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엄마들의 눈물겨운 사연들이 올라왔다. 그중 공정한 심사를 거쳐 당선된 우수작품 12편을 차례차례 공개한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무더위를 뚫고 외근을 나가던 2008년 8월 말. 그렇게 예고도 없이 32주 가을이는 강제로 엄마 뱃속에서 꺼냄을 당했습니다.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다고 했었더라면 병가라도 내고 잠시 쉬었을 텐데, 이틀 전에도 이상 없다던 엄마가 갑자기 임신중독이라는 진단으로 아직 세상에 나올 준비를 마치지 못한 아기를 뱃속에서 떼어놓았습니다.

 

남들은 태어나자마자 엄마젖을 물어본다는데 이틀간 중환자실에서 나오지 못해 목소리도 들어보지 못한 우리아기는 젖은커녕 인큐베이터 안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삼 일째 겨우 정신을 차리고 10분간 만나본 가을이는 초유는커녕 독한 심장약을 주입해 금식처방이 내려졌고 한 번도 빨려보지 못한 젖은 불어나는데 5일이란 시간이 걸렸습니다.

 

금식이 풀리면 미숙아들은 흡수력이 낮으니 모유가 더 좋다는 말에 손으로 짜보고 또 짜보았지만 한 방울씩밖에 맺히지 않는 젖이 왜 이리 야속한지…. 한 시간에 한 번씩 짜내도 한 숟가락도 되지 않는 양이 미안하고 또 미안한데 이마저 금식이라 먹여주지도 못했습니다.

 

힘만 주고 요령이 없던 초보엄마의 젖은 짜내다 보니 살갗이 다 벗겨져 피딱지가 앉았고 퉁퉁 부어올라 바로 눕지도 못했지요. 그래도 혹시나 이렇게 짜 놓으면 오늘은 금식이 풀려 한 모금이라도 먹어줄까 짜내고 또 짜내지만 늘어나지 않는 젖양과 풀리지 않는 아기의 금식은 우울증으로 이어졌습니다. 우울하면 젖도 더 안 돈다던데,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 다시 한 번 젖을 쥐어짜 보지만 늘어나는 건 피딱지요, 늘지 않는 건 젖양이니 또다시 눈물만 나오는 시간이었죠.

 

애도 없이 병원을 떠나기 싫어서 병원부설 조리원에 입실하였고 일주일 만에 처음으로 젖마사지라는 것을 받아보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생각하지만 마사지해주신 분이 저희 아기를 반은 키우신 거라고 말씀드릴 정도였습니다. 유축기는커녕 손으로 쥐어짜도 한 방울이 겨우 맺힐 정도였는데 유선이 열리자 뭉쳐있던 초유가 유축기로도 유축이 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임신중독증상이 심해 아직도 혈압약을 포함해 몇 가지 약을 먹고는 있었지만 모유수유는 엄마의 선택이라고 말씀해주셔서 열심히 또 열심히 우리아기를 생각하며 3시간에 한 번씩 20분간 하루 8번 밤에도 알람을 맞춰두고 유축을 했습니다. 아기가 빨지 않고 유선이 모두 열리지 않아 부분적으로는 뭉쳐있었지만 다행히도 젖양은 꾸준히 늘어 한번에 200cc까지 유축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러나 태어난 지 보름이 지난 제 아기 가을이는 금식이 겨우 풀렸지만 호스를 통해 네 시간에 한 번씩 2cc 주입되는 모유도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적어도 40cc는 한 번에 먹어야 탈수가 되지 않는다고, 그래야 엄마 품에 안겨 볼 수 있다는데 독한 주사들과 연이은 검사들로 인해 아기의 소화력은 쉽게 좋아지지 않았습니다. 유축한 모유는 쌓이고 쌓여 냉동실을 가득 채워가고 하루 2cc씩 늘려가는 수유량 등 더디기만 한 지옥 같은 21일은 평생의 한으로 남을 것입니다. 다행히 집중치료실에 있는 이른둥이 중에는 엄마 뱃속에 오래있던 편이었기에 21일 후 2kg의 몸무게로 제 품에 안기게 되었고 한 번에 유축한 짠모 40cc를 젖병에 넣어 수유하는 감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요즘 아기들은 참 크게 낳으시던데 2kg의 제 아기는 아빠 손바닥 위에 올라가는 크기인지라 직접 수유를 하면 빨 힘이 없다고 병원에서 2.8kg이 될 때까진 유축해 젖병으로 먹이라고 하였습니다. 먹어만 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집에서 하루 8번 20분씩 유축해 보관하고 배고픈 아기에게 다시 데운 젖을 젖병에 넣어 먹이고 젖병을 닦고 아기를 돌보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제 몸도 쉽게 좋아지지 않아 출산 후 한 달 동안은 혈압약을 계속 복용하고 있었고 부종이 심해 장기까지 모두 부어 열 발자국 옮기는데도 현기증이 날 정도였으니까요.

 

미숙아는 퇴원해도 큰 병원에서 검사할 일이 참 많습니다. 하루는 오전에 안과검진이 있어서 병원에서 아기 눈에 안약을 넣고 대기를 하는데 배가 고프답니다. 아직 직수를 할 수 없어서 상할까 봐 얼려간 모유를 중탕해서 젖병에 물려주었는데 지나가시던 할머니께서 “아기에게 젖을 줘야지 저렇게 우유를 먹인다”고 혀를 차셨습니다. 욱하는 마음에 “이거 젖 짜서 먹이는 거에요”라고 하고 싶었지만 일찍 낳아 이 고생을 시키고 있는 아기에게 미안해서 입 꾹 닫고 열심히 먹였습니다. 그동안에도 제 젖을 불어나고 있는데 이렇게 녹여서 먹이는 게 참으로 미안했습니다. 빨리 직수를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요.

 

그래도 아기가 잘 먹어주니 감사하며 짠모를 한 지 70일, 우리아기가 2.8kg이 되었습니다.  분명히 직접 수유를 하면 편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웬일입니까. 벌써 유두혼동이 와서 그런지, 한 번도 젖을 물어보질 않아선지 젖병만 내놓으라고 울어대는 아기를 보니 또 우울해집니다. 젖병을 물리는 척 하다가 젖을 물려보기도 하고, 안는 방향을 바꿔서 물려보기도 하고, 나중에는 젖을 입에 물리고 한손으로 젖을 짜서 입에 넣어주기까지 하며 일주일을 아기와 전쟁 아닌 전쟁을 치렀습니다. 안 물겠다는 아기를 보며 약해지는 날은 젖병을 물리고 또 힘내서 독하게 마음을 먹고 젖을 물려 짜주고 나중엔 옆에서 보시던 친정엄마께 “그냥 애 힘들게 하지 말고 젖병 줘라”, “왜 애를 고생시키느냐”고 혼까지 나면서 젖을 물렸습니다.

 

정말 딱 일주일이 지나는 날 우리아기가 달라졌어요. 엄마 젖을 빨아주었어요. 처음 젖을 물려보신 엄마들은 이 기분 아실 거에요. “그래 내가 네 엄마란다. 아가야 고맙다”라는 말을 속으로 얼마나 외쳤는지 남편도 모를 것입니다. 뱃고래를 늘려주질 못해 밤중에도 두 시간에 한 번씩 젖을 찾고 소화력이 좋지 않아서인지 한 시간에 한 개씩은 내놓는 기저귀를 갈면서도 “먹어줘서 고맙다”란 말을 중얼거리고 있는 제 모습이 상상이 되실까요?

 

안타깝게도 거의 빨기 반사가 거의 사라진 후에 직수를 해서인지 젖몸살이 참 자주 찾아왔습니다. 한 달 반에 한번은 뭉쳐서 열이 나고 끙끙거릴 정도로 자주 뭉치더랍니다. 아기는 잘 안 나온다고 울고 젖은 불어나는데 안 나오고 유선염 검사도 하고 약도 먹고 나중엔 젖마사지하는 분께 출장 마사지도 받았습니다.

 

처음부터 잘 빨았으면 좀 더 나을 수 있었을지 모르겠는데 워낙에 잘 뭉치니 이쯤 먹이면 분유를 먹이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유식을 시작하고 우리아기가 심한 ‘우유알러지’인걸 알았습니다. 이유식에 한 티스푼 섞었던 분유에 반응하여 울고 보채던 아기가 분수처럼 토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리곤 설사를 하고 뱃속을 비우니 편안해졌습니다.

 

처음엔 이유를 몰라 당황하고 놀랐는데 커가면서 얼굴에 우유를 묻히기만 해도 빨갛게 올라오면서 발열을 할 정도로 알러지가 심했기에 분유는 꿈꿀 수도 없고 무조건 완모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젖이 뭉쳐서 풀어내다 보면 유두 부분에 하얗게 점처럼 뭉쳐 올라오는 것이 있었습니다. 처음엔 뭔지 몰랐는데 젖찌꺼기 같은게 뭉쳐서 유선을 막고 있다가 풀려서 올라오는 것이라고들 하더라고요.

 

근데 이 찌꺼기가 나오지는 못하고 유두에 박혀서 하얗게 보이기만 하였습니다. ‘이것만 빠지면 젖몸살도 나아질 텐데’ 하다가 집에 있던 주사기 바늘로 가시 뽑아내듯이 찔러서 빼낸 적이 있습니다. 정말 거짓말처럼 찌꺼기가 빠지자 유선에 고여있던 젖이 줄줄 새어나왔습니다.

 

이래서 엄마는 위대하다고 하는 걸까요? 자식을 먹어보겠다고 제살을 찔러가며 젖을 먹이고 있을 줄은 엄마가 되기 전엔 상상도 하지 못했었습니다. 그런데 상황이 닥치면 어쩔 수 없게 되더군요. 그 후에도 젖몸살이 오고 막힌 유선구멍이 있을 땐 저도 모르게 바늘을 찾고 있었습니다. 다시 하라면.. 그래도 또 바늘을 찾고 있을려나요?

 

완모의 끝이 어딘지 모르겠는 상황에서 우유도 못 먹는 아기에게 젖을 뺏기 미안해서 ‘먹고 싶다’고 할 때마다 물리곤 했습니다. 나중엔 아장아장 걸어 다니다 심심하면 품에 안겨 쪽쪽 빨아먹고 다시 놀 정도로 컸습니다. 그러다 만 18개월 교정연령 만 16개월에 갑자기 일어나지 못할 만큼 제가 아팠습니다. 병원에서도 이상하다고 입원을 하라고 했죠. 우리아기 아직 밤중수유도 못 떼었는데. 다행히 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고 혼자 입원해 있자니 아기가 너무 눈에 밟혀서 집에 보내달라고 떼를 써 하루 만에 퇴원하였습니다.

 

그런데 만 하루 단유를 한 상황이라 양가 어르신들께서 이참에 단유를 하라고 강요 아닌 강요를 하셔서 어이없이 그날로 단유를 하게 되었습니다. 아기도 엄마 아파서 또 입원한다고 하니 너무 무서워서 젖을 찾다가도 다가서지 못하고 울어버리는 상황이었죠. 젖몸살 백배의 고통이 단유의 고통이었습니다. 밤중수유까지 꼬박꼬박 하다가 하루 만에 젖을 말리려니 단유하는 열흘이 너무도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래도 열흘이라는 시간은 지나가고 저는 18개월 4일의 완모맘이 되었습니다.

 

아기에게 줄 수 있는 것이 젖밖에 없어서 울며 짜서 먹이던 시간도 흘러 이제 그 아기가 여섯 살이 되었고 둘째도 22개월 동안 완모를 하였습니다. 이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수유의 시간이 아쉽고 그립지만 더 행복한 날이 기다리고 있겠지요. 힘들게 낳아서 미안하고 튼튼하게 자라줘서 고맙단다. 너희를 이만큼 키울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너희는 모를 거야. 사랑한다. 내 아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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