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시련 견디게 해준 모유수유
가족의 시련 견디게 해준 모유수유
  • 정리 = 정은혜 기자
  • 승인 2013.08.08 21: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모유수유 수기공모전 장려상 김진숙 씨 작품

[연재] 나의 모유수유 성공기 공모전 수상작

 

국내 유일의 임신출산육아 전문방송 육아방송(회장 신경식)과 국내 최초 육아신문 베이비뉴스(대표 최규삼

)는 세계모유수유주간(8월 1~7일)을 기념해 최근 ‘나의 모유수유 성공기’ 모유수유 체험 수기공모전(http://mother.ibabynews.com)을 진행했다. 아기에게 모유를 먹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엄마들의 눈물겨운 사연들이 올라왔다. 그중 공정한 심사를 거쳐 당선된 우수작품 12편을 차례차례 공개한다.

 

저는 완전모유수유로 자랐습니다. 친정엄마는 젖이 나오든 안 나오든 경제적으로 가난했기 때문에 분유 살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하셨습니다. 지금처럼 많은 정보나 지식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냥 당연한 것으로 여기셨다 합니다. 덕분인지 전 병원을 출산과 검진 이외에는 거의 이용해본 적이 없습니다. 흔한 입원도 수술도 한 번 없이 지금껏 건강하게 살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전 모유수유의 필요성에 대한 믿음과 의지는 출산하기 전부터 굳건했습니다.

 

아기를 낳고 제일 먼저 했던 것이 모유수유였습니다. 처음이 힘들다는 것은 익숙히 들어 잘 알고 있었기에 아기가 빨지 못해도 적은 극소량이더라도 두려워하지 않고 꾸준히 수유를 반복했습니다. 조리하면서 가슴이 돌덩이처럼 뭉쳐 마사지를 해줄 때마다 너무 아파 소리지르며 울기도 하고, 통증 때문에 잠을 못 이룬 날도 있었습니다. 또 아기가 빨 때마다 유두가 얼마나 쓰리던지 이도 없는 아기의 힘이 무섭게까지 느껴졌습니다.

 

수유량이 너무 적어 분유수유가 필요해 도움을 받을 때마다 아기는 유두혼동으로 인공젖꼭지를 빨지 않고 울기만 했습니다. 조리원에서 조리사님이 아기에게 컵으로 분유를 수유하시는데 아기가 정말 자지러질 정도로 우는 걸 보고 충격받아 전 더욱 젖이 나오든 나오지 않든 시시때때로 젖을 물렸습니다. 아기와 저의 노력 때문인지 젖량은 아기가 제법 먹을 만큼 늘었고 모유수유가 익숙해진 2개월쯤 저희 가족에게 시련이 닥쳤습니다.

 

평소 건강이 좋지 않았던 남편이 암이라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앞으로의 모든 것이 두려웠습니다. 심지어 사랑스러운 아기를 후회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마음이 죄스럽고 미안해서 아기만 보면 눈물이 멈추질 않았습니다. 남편도, 아기도 전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남편은 저와 아기가 마음이 아프다고 했습니다. 우리 가족은 모두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남편은 바로 입원해야 했고 수술을 준비했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수술이 가능했고 단 하루라도 빨리 암덩어리를 제거해야 했습니다. 남편의 병간호를 위해 다들 모유수유를 끊으라는 권유를 받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었습니다.

 

혼합수유를 해보려고 시도해 보았지만 모유수유에만 길들여진 아기는 인공젖꼭지를 아예 물지도 않고 넘어가듯이 울기만 했습니다. 굶기기도 해보고 자세도 바꿔봤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천천히 아기를 변화시키기에는 시간이 없었습니다. 전 그냥 완전모유수유를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남편의 건강이 좋지 않았던 만큼 내 아기는 꼭 완모하여 건강히 살았으면 하는 간절함이 있기도 했습니다. 

 

전 고집 피워 100일도 안 된 아기를 데리고 남편의 병실에서 함께 지냈습니다. 면역력이 없는 갓난아기를 걱정하며 아집이라고 혼내시는 분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나마도 제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엄마 품에서 먹고 싶은 밥'을 먹게 해주는 것뿐이었습니다.

 

다행인 것은 병원에서 감사하게도 2인실에 저희 가족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친정엄마가 함께 아기를 봐주셨습니다. 병실 한쪽에서 수유할 때 의료진이 들어와 서로 놀라기도 하고, 병문안 오신 손님들 때문에 수유를 못 한 적도 있었습니다. 물론 모유수유 간격이나 수유시간은 신경 쓸 겨를도 없이 그냥 아기가 울면, 먹은 지 좀 됐다 싶으면, 또 제 가슴이 딱딱해지고 아프면 젖을 물렸습니다. 남편 앞에서도 꺼렸던 모유수유를 천하나에 앉을 곳만 있으면 어디서든 누가 있든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남편을 수술실로 보내고 모유수유를 하는데 고장난 수도꼭지처럼 눈물이 끝도 없이 흘렀습니다. 수유하고 있는 아기의 머리에 떨어진 제 눈물을 닦으며 미안함에 또 눈물이 났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른 체 끙끙거리며 온 힘을 다해 젖을 빠는 아가를 보며 강해지기로 결심했습니다. 세상에서 귀하디귀한 소중한 천사가 우리에게 와 주었는데 부모란 사람이 이렇게 아픈 기억만을 준 것입니다. 예전 TV 프로그램에서 엄마의 감정이 아기에게 전달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수유하는 동안 엄마 품에서 심장소리로, 모유로, 향기로 다 느끼고 전달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맞아. 지금 힘든 건 아빠가 아픈 것도 아니고 면역력도 없는 자신이 병원에 있다는 것도 아닐 거야. 엄마가 항상 슬퍼하며 자신을 바라보고 우는 모습일 거야."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안타까움에 슬퍼하는 내 감정이 아기를 제일 힘들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전 적어도 모유수유 하는 동안만큼은 아니 내 아기를 바라보는 동안은 항상 미소 지으려 애썼고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려고 노력했습니다. 슬픔이 아기에게 전달되지 않도록.

 

수술 후에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긴 후 남편을 간병하며 아기를 돌보는 건 쉬운 일 만은 아녔습니다. 매일 저녁땐 집에 와 아기 목욕을 시키고 용품을 챙겨서 다시 병원에서 잠을 잤고 아기가 보채며 울 때마다 다른 환자분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업고 안고 병원로비로 달려가 달래주고 수유를 했습니다.

 

다행히 아기는 아픈 곳 없이 잘 지내며 통증으로 힘들어하는 남편 옆에서 긍정 엔도르핀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습니다. 그렇게 한 달여를 보내고 우리 아기는 아빠가 입원해있는 병원에서 100일도 맞이했습니다. 엄마 아빠가 미안해하고 있다는 걸 아는지 세상에 둘도 없는 천사미소로 차가운 병실을 행복한 공간으로 만들어주었습니다. 전 모유수유를 포기하지 않았음이 자랑스럽습니다. 적어도 아기에게 '엄마의 품에서 맛있는 밥'을 지켜줄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우리 부부는 아기에게 긍정적인 에너지와 극복할 힘을 얻었습니다.

 

이 고맙고 소중한 아기가 다음달에 돌잔치를 합니다. 물론 많이 회복된 든든한 아빠와 함께 말입니다. 이유식도 거부하고 시도때도없이 엄마 찌찌만 찾는 아기, 찌찌를 물어야만 잠이 드는 '찌찌바라기'가 된 우리아기. 하지만 지금껏 감기 한 번 걸린 적 없이 건강히 지내주어 얼마나 감사하고 고마운지. 전 2년이고, 3년이고 아기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면 우리 가족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해주었던 모유수유를 계속 고집할 생각입니다.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