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조용한 결혼식이 좋다' 점차 확산
'작고 조용한 결혼식이 좋다' 점차 확산
  • 웨딩뉴스팀 김고은 기자
  • 승인 2013.08.28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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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용 결혼문화 성찰 분위기...작은 결혼식 주목

최근 가수 이효리가 ‘식 없는 결혼’을 하겠다고 선언해 화제가 됐다. ‘애초부터 화려한 결혼식을 계획하지 않았고, 가까운 친지만 모시고 상견례 겸 식사하며 식을 대신하려 한다’는 이효리의 말에 많은 누리꾼들이 환호를 보냈다. “본인의 뜻이 확고해도 일가친척과 주변의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한국사회에서, 더군다나 연예인이 예식을 생략하는 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용감하다. 나도 이렇게 결혼하고 싶다.” 이효리의 결혼 소식에 한 누리꾼이 단 댓글이다.

 

낭비적인 품목을 생략하고 가까운 사람만 초대해 간소한 결혼식을 올리는 이른바 ‘작은 결혼식’ 바람이 불고 있다. 호화로운 결혼식을 지양하는 결혼문화 조성에 많은 예비부부들이 공감을 표하고 있는 것.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결혼식을 올릴 수 있는 장소’ 하면 으레 예식장만을 떠올리기 마련이었지만 최근 공공기관, 기업 등에서 시민을 위해 강당 등의 장소를 개방하면서 예식장소 선택의 폭도 점차 넓어지고 있다.
 
‘시민을 위한 공간’을 모토로 지난 1월 12일 문을 연 서울시청 시민청은 시민들에게 결혼식  장소로 태평홀을 오픈해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하객은 최대 150명만 부르고 결혼비용을 간소화해 1000만 원 이내로 치르겠다는 서약을 해야 결혼식을 올릴 수 있는데, 세 번의 신청자 모집을 거치는 동안 신청자가 매번 약 20%씩 늘었다. 평균 40건의 신청접수가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고, 현재까지 19쌍의 커플이 웨딩마치를 울렸다.
 
이외에도 전국 130여개 공공기관이 무료 혹은 소정의 장소 사용료만 받고 강당 등을 결혼식 장소로 개방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생활개혁실천협의회와 혼례종합정보센터를 운영하며 혼례 문화 개선에 앞장서는 한편, 시민에게 개방을 결정한 전국 시설 정보를 혼례종합정보센터에 공개하고 예약도 돕고 있다. 
 
작은 결혼식 준비를 돕는 사회적 기업도 생겨났다. 청년여성문화원은 작은 결혼식을 올릴 수 있는 시설, 방법, 준비과정의 인프라를 확대하고 혼례 문화 의식 개선을 도모하는 작은혼례운동사업단을 꾸려 운영하고 있다. 500~1000만 원 이내로 결혼식과 신혼여행을 모두 마칠 수 있는 혼례모형을 개발해 공급하고, 결혼의 의미, 건전하고 효율적인 결혼식 진행 전반에 대해 가르치는 웨딩플래너 양성과정을 개설해 작은 결혼식을 원하는 이들에게 적극 지원하고 있다.

 

지난 2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용강동 중부여성발전센터 강당에서 작은혼례 웨딩플래너 양성과정의 일부인 부케 제작 실습이 진행됐다. 작은혼례 웨딩플래너 양성과정은 사단법인 청년여성문화원과 생활개혁실천협의회가 함께 만드는 여성가족형 사회적 기업 '작은 혼례 운동 사업단'이 작은혼례 웨딩플래너 80명을 양성하기 위해 만든 과정이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지난 2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용강동 중부여성발전센터 강당에서 작은혼례 웨딩플래너 양성과정의 일부인 부케 제작 실습이 진행됐다. 작은혼례 웨딩플래너 양성과정은 사단법인 청년여성문화원과 생활개혁실천협의회가 함께 만드는 여성가족형 사회적 기업 '작은 혼례 운동 사업단'이 작은혼례 웨딩플래너 80명을 양성하기 위해 만든 과정이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이렇듯 작은 결혼식을 올리려는 이들과 이들을 도우려는 기관이 많아진 이유는 고비용 결혼문화에 대한 사회적인 성찰로 볼 수 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0~2012년 기혼자의 평균 결혼준비비용은 남녀 각각 7545만 6000원, 5226만 6000원. 2009년 조사 때보다 각각 200만 원, 2000만 원 가까이 상승했다. 신혼집 장만 비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높아지고, 과시적 결혼 문화가 유행처럼 확산된 탓이다. 이런 고비용 결혼문화는 젊은이들로 하여금 아예 결혼을 포기하게 만들고 있다. ‘경제적 이유로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젊은이는 남성은 40.4%, 여성은 19.4%에 달한다.
 
여성가족부(장관 조윤선)는 지난해부터 작은 결혼식 캠페인을 전개하는 등 허례허식을 근절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여러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도 동참해 고비용 결혼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뜻을 모으면서 작은 결혼식 문화는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사내 예식장을 만들어 운영하는 기업, 협력업체 측에 경조사를 알리지 못하도록 규정을 만든 기업, 국내 신혼여행을 준비하는 직원에게 지원금을 주는 기업도 생겨났다.
 
여성가족부 가족정책실 관계자는 “옛날과는 다르게 부모 위주의 결혼식에서 벗어나 자신의 힘으로 결혼식을 준비하고 자신이 부르고 싶은 하객만 불러 결혼하려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 이들의 바람직한 결혼식을 돕고 걸림돌을 없애줄 수 있는 제도 개선, 방안 확대를 지속 추진하고 있다. 올해는 장소확보에 주력하고 있는데, 무료로 공간을 개방해 줄 장소를 찾아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상철 생활실천협의회 사무총장은 “혼례종합정보센터를 통한 전화문의가 점점 늘어 홈페이지 내 시설 정보에서 바로 예약할 수 있게 시범 운영을 진행 중이다. 전국 각지 시설에서도 꾸준히 장소를 개방하겠다며 연락이 닿고 있다. 우리도 직접 장소 개발을 위해 현장으로 나가고 있다. 곧 공공시설 혼례장 운영 매뉴얼을 만들어 보급하고 시민들이 더 많은 장소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꼭 비용적인 문제가 아니더라도 피동적인 식순대로 ‘해치워 버리는’ 예식장의 결혼식과 사돈에 팔촌까지 초청해 혼잡하게 치르는 결혼식이 꺼려져 작은 결혼식을 택하는 이들도 있다. 짧게 끝나는 예식에 비용은 막대하게 들어가고 본인 취향과 거리가 먼 예식 순서를 따라야 하니 실속을 중시하는 이들은 자신이 직접 기획하고 그에 합당한 가격을 지불하는 작은 결혼식을 선호하는 것이다.
 
실례로 여성가족부가 2011년 발표한 관혼상제 관련 설문조사에서는 1000명 중 56.1%는 관혼상제 문화 중 가장 많은 개선이 필요한 영역이 '혼례'라고 꼽았다. 이 중 56.1%는 ‘과다한 혼수, 15.2%는 ‘틀에 박힌 결혼식’을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내년 1월 결혼을 준비 중인 예비신부 김소정(31) 씨는 “시민청을 비롯한 공공기관 예식을 알아보고 있다. 신청이 여의치 않으면 규모가 적당한 레스토랑을 빌려 조촐하게 올리려 한다. 예비신랑이 외국인이어서 하객 규모가 크지 않은데다 시끌벅적하고 정신없는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예물예단 같은 것도 우리 상황상 자연스럽게 생략했는데 결혼식에 과하게 비용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며 작은 결혼식을 올리려는 이유를 설명했다.
 
올 겨울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 최명진(35) 씨는 “결혼을 준비하며 집 마련에 대한 고민을 제일 많이 하는데, 결혼식 준비에 들어가는 일회적인 비용을 줄여 집에 투자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여자 친구와 의논해 불필요한 부분을 생략하기로 했다. 평소 결혼식보다 결혼식 이후가 훨씬 중요하다고 늘 생각하고 있었고, 여자 친구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요즘은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 장소나 방법에 대해서도 다양한 방법들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수경 가정교육 강사는 “작은 결혼식에 필요를 느꼈어도 관행대로 결혼식을 올리는 사람이 더 많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언론과 사회 지도층이 선도적인 역할을 하면서 이슈를 계속 만들었고, 거기에 사람들이 동요하면서 사회전반적인 분위기와 맞물려 작은 결혼식의 긍정적인 면이 대두된 것으로 보인다. 건전하고 합리적인 결혼식을 지지해줄 수 있는 사회적 장치가 늘어나고 지혜로운 결혼 생활 준비를 할 수 있는 의식 장려가 되면 긍정적인 결혼관을 확산하는 기초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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