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 이용 엄마가 대통령에게 쓰는 편지
유모차 이용 엄마가 대통령에게 쓰는 편지
  • 기고 = 탁예은
  • 승인 2013.09.02 1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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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아름답고 멋진 대한민국 보여주고 싶어요"

[특별기획] 부모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쓰는 편지 - 가고 싶은 유모차

 

아이에게 멋진 대한민국을 많이 보여주고 싶은데, 계단이 없는 곳만을 찾아 다녀야 하는 현실이 참 답답하고 갑갑합니다. ⓒ탁예은
아이에게 멋진 대한민국을 많이 보여주고 싶은데, 계단이 없는 곳만을 찾아 다녀야 하는 현실이 참 답답하고 갑갑합니다. ⓒ탁예은

 

존경하고 친애하는 박근혜 대통령님께.

 

대통령님, 우선 매월 보내주시는 육아 지원금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아이의 미래를 위해 꼬박꼬박 청약 적금으로 저축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교통 약자로서 겪은 고충을 전해드리고 싶어 모니터 앞에 앉았습니다.

 

아기 아빠가 쉬는 날에는 다 같이 버스 혹은 지하철, 택시를 타고 싶어도 유모차를 들고 이동해야 하는 힘겨움에 걸어갈 수 있는 곳 위주로 가거나, 거의 집에서 하는 놀이로 만족하며 아이와 아쉬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베이비뉴스의 기고 기회를 통해 편지를 보냅니다.

 

저는 노원구 월계동 주공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저희 아파트 옆은 임대 아파트여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분들의 모습을 많이 보게 됩니다. 왜 그분들이 대중교통 보다 전동휠체어에 의지 할 수밖에 없는지 유모차와 함께 하며 많이 공감하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유모차를 가지고 종종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다니던 중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가 없는 곳에서 유모차를 들고 오르고 내리다가 안 좋아진 허리와 근육통으로 인해 요즘은 찜질팩과 저주파 물리치료기가 없으면 잠을 이루지 못하곤 합니다.
 
한번은 아이가 어릴 때 친정엄마와 자가용 대신 지하철로 명동에 간적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관광명소인 명동을 보여주고 싶어서 명동역과 을지로입구역에 데리고 갔는데 정말 가는 곳마다 계단이 그렇게 높을 수가 없었습니다.
 
바삐 다니는 대한민국 사람들 사이에서 친정엄마와 전 아이의 유모차를 들고 아이를 안고 오르락내리락 해야 했습니다. 그 후 저희 삼대에게 지하철, 버스, 택시란 정말 무거운 과제가 되었습니다. 지하철을 뜸하게 타게 된 이후 제 딸 하은이는 지하철이 낯설어 지금도 지하철 타는 것을 무서워합니다.

 

또 한 번은 어린이 대공원에 데리고 간적이 있었는데 다녀 온 후 정말 좋았는지 또 가자고 하는 딸 하은이를 대중교통의 불편함 때문에 종종 포기하게 하고 버스와 지하철을 타려면 멀고 힘들다고 말하며 단념하게 하기도 합니다.
 
버스 또한 친정 갈 때 종종 이용하게 되는데 탈 때마다 정말 위험천만해 친정집에 도착해 '휴우' 하고 한숨을 몰아쉽니다. 유모차나 아이가 있다고 해서 미리 서준다거나 기다려 주지 않는 현실에 빨리 타고 빨리 내려야 다른 분들이 불편함을 느끼진 않을까하는 조바심과 조급함에 한시도 편안히 버스를 타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 힘겨움에 버스와 지하철 그리고 택시 대신 짧게는 삼십분 길게는 한 시간씩 유모차를 밀며 걸어서 친정집에 가고, 야시장, 재래시장, 북서울 꿈의 숲, 마트, 백화점을 가기도 합니다.

 

아이가 클수록 유모차와 아이의 몸무게와 짐들을 합하면 15kg에서 25kg이 훌쩍 넘는 무게를 밀고 다니는 것입니다. '폐지 수거를 위해 상자들을 주우러 다니는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이것보다 더 힘드시겠지' 하면서 참고 견딜 때도 있지만, 더운 여름 그리고 추운겨울을 지나며 아이와 함께 여러 정거장을 걸어서 다니는 것에 지치기도 합니다.

 

요즘 낮 산책을 해도 제한된 곳을 다니다 보니 마음이 덜 충족된 아이는 아기 아빠가 퇴근 후 아빠와 밤 산책을 하게 됩니다. 어제는 밤 산책 중 모기에 물린 저희 예쁜 딸의 눈이 팅팅 부어 정말 속상하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어쩌면, 아이 키우면서 그 정도의 고충은 당연할 수 있습니다. 제가 공립초등학교 영어강사로 있을 시절 지금보다 더 불편한 현실에서도 아이에게 많은 것을 체험하게 해주며 키워 오신 학부모님들과 저희가 어릴 때엔 더 열악한 대중교통 현실에서도 우리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주고 잘 키워주신 부모님을 생각하면 말입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발전하는 대한민국 덕분에 갈 수 있는 곳도 많아지고 가고 싶은 아름다운 곳도 많아진 요즘, 지금 세대 아이들에게 멋진 대한민국을 다양하게 보여주고 싶은데, 계단이 없는 곳만을 찾아 다녀야 하는 이 현실이 참 답답하고 갑갑할 때가 많습니다.

 

버스와 지하철에 임산부와 장애인 노약자를 배려해주는 좌석이 있듯이, 아이와 유모차를 동반한 부모님들을 배려하는 좌석이 생기길 바랍니다. 대통령님의 법안 또는 규정을 통해 대한민국 여러 곳을 계단이라는 장애물 때문에 가지 못하는 대한민국 부모들의 이 슬픈 마음을 헤아려 주는 환경을 만들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또 하나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놀이터마다 있는 그네들과 시소에 안전벨트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이가 어릴 때 그네를 태우고 싶어도 안전장치가 되어있지 않아 요즘에서야 신나게 흥미롭게 시소와 그네를 타는 딸을 보며 '진작 탔으면 더 즐거웠을 텐데' 하며 아쉽기도 합니다. 이제 태어나는 대한민국의 새싹들은 놀이터에서 그네도 시소도 안전벨트가 없어 겁내지 않고 마음껏 타길 바라는 마음에 용기 내어 말씀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저는 어린이집들의 모습이 만족스럽지 않아 출산전 초등학교 영어 강사로 가르쳤던 경험을 토대로 집에서 홈스쿨링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 어린이집을 체험하던 중 첫 날부터 삼십분씩 엄마와 아이를 떼어놓는 연습을 하는 어린이집 때문에 아이는 어린이집에 겁을 내고 집에서 엄마와 있는 것을 안전하게 생각합니다.

 

어린이집이 처음 한 달 혹은 두 달 동안만 이라도 엄마와 함께 다녀서 함께 적응할 수 있도록 규정을 만들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홈스쿨링을 할 경우 집에서 하는 홈스쿨 과정도 정규과정으로 외국처럼 인정받을 수 있도록 법안 개정을 간절히 바라며 부탁드립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늘 대한민국을 위해 애써 주심에 감사드리며 항상 응원하고 기도하겠습니다.

 

◇ 대통령에게 쓰는 편지 공모 안내

 

오는 9월 15일 오후 2시부터 서울광장에서 '유모차는 가고 싶다' 연중캠페인 서포터즈 발대식이 열린다. ⓒ베이비뉴스
오는 9월 15일 오후 2시부터 서울광장에서 '유모차는 가고 싶다' 연중캠페인 서포터즈 발대식이 열린다. ⓒ베이비뉴스


'박근혜 대통령에게 쓰는 부모들의 편지 - 가고 싶은 유모차' 공모에는 누구나 자유롭게 응모할 수 있습니다. 유모차를 이용하면서 느꼈던 불편했던 점과 유모차를 이용하게 되면서 교통약자에 대한 자신의 시선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적어 보내면 됩니다. 심사를 거쳐 채택된 원고에는 소정의 원고료가 지급됩니다. ▶ 보내실 곳 ibabynews@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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