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싶은 유모차, 멀기만 한 세상 밖 풍경
가고 싶은 유모차, 멀기만 한 세상 밖 풍경
  • 기고 = 김민정
  • 승인 2013.09.04 19: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이의 발이 돼 주는 유모차는 달려가고 싶습니다"

[특별기획] 부모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쓰는 편지 - 가고 싶은 유모차

 

유모차를 타고 엄마와 아이가 함께 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신다면 잠시나마 엄마의 숨통이 트여 육아에 활력소가 되지 않을까라는 조심스런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양민정
유모차를 타고 엄마와 아이가 함께 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신다면 잠시나마 엄마의 숨통이 트여 육아에 활력소가 되지 않을까라는 조심스런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양민정

 

사랑하고 보고 싶은 박근혜 대통령님께 엄마의 마음을 담아서.

 

안녕하세요. 저는 대구시 달성군에서 10개월 아이를 두고 있는 초보엄마입니다.

 

40년 만에 가장 무더웠던 이번 여름을 보내면서 정부에서는 전력난 해소를 위해 절전캠페인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 역시 국가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고심하면서 에어컨 실내온도 26도를 유지하면서 보냈던 특별한 여름이었습니다.

 

지난해는 임신과 함께 국가에서 지급해주는 고운맘카드를 통해 산부인과 혜택도 톡톡히 받아서 참 기뻤습니다. 그리고 작년 겨울 대통령 선거에는 다른 어떤 정책보다도 복지정책에 관심이 많이 갔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제가 대통령님께 편지를 쓰는 이유는 숨 가쁘게 달려온 지난 10개월 엄마의 모습들을 되돌아보며 다른 사람들에게 보탬이 될 만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욕구가 커서입니다. 또 매달 보내주시는 20만 원의 보육료를 정말 유용하게 잘 쓰고 있다는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아기를 가진 엄마, 아빠라면 누구나 아이에게 좋은 유모차를 선물해주고 싶은 것이 부모의 욕심입니다. 늦은 나이에 엄마가 되어 출산용품을 준비하면서 유모차는 엄마보다는 아빠들이 더 관심있어 하는 육아품목 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구요.

 

아빠의 경제력을 말해준다고 해서 차로 비유해 그랜저 급, BMW 급 등등 몇 백 만원씩 하는 고가의 유모차들이 아기사랑이라는 명목으로 지름신을 불러오게 만든다지요.

 

대통령님. 우선 이 고가의 유모차를 국가 차원에서 대여해주는 시스템이 꼭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수도권에서는 시간별, 요일별로 가능하다고 알고 있는데 지방까지 정책이 활발히 펼쳐져서 '좀 더 넓은 공간에서 생활할 수 있었으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지금부터는 올여름 유모차를 이용하면서 겪었던 불편한 점을 몇 가지 적어볼까 합니다.

 

아이랑 매일 놀아주다보면 엄마도 아이도 지치는 순간이 반드시 찾아옵니다. 그래서 불쾌지수가 높은 여름철이면 육아가 더욱더 지치고, 집이 마치 창살 없는 감옥처럼 느껴져 돌파구를 찾게 되지요.

 

그럴 때 친정집은 구세주처럼 느껴지고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지만, 친정과 가까운 거리에 살고 있지 않는 저로써는 아이와 함께하는 친정나들이가 마치 이사하는 날처럼 벅차게 느껴지곤 했답니다.

 

유모차와 아이에게 필요한 짐을 들고 대중교통 이용은 상상도 할 수 없었으며,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친정집은 무조건 콜택시를 불러서 이동해야만 했습니다.

 

아이들은 엄마 양수 속에서의 흔들림을 기억해서인지 차를 타면 잠자는 버릇이 있어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주는 택시 안에서는 순하게 잠드는 착한아이로 바뀌더라구요. 저희 아이는 낮에도 낮잠을 나눠서 오전, 오후로 자는데 낮잠도 성장과 관련이 깊다하여 초인종도 잠시 꺼두고 생활하고 있어요.

 

그래서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잠이 들면 아무래도 소음과 공해에 노출되는 부분이 크다보니 이용을 꺼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기는 수시로 자주 먹기 때문에 기저귀도 수시로 갈아줘야 하는데, 기저귀거치대가 설치되어 있으면서 유모차가 함께 들어갈 수 있는 넓은 화장실이 부족해서 이용을 주저하게 되는 점도 있구요.

 

저는 장애인 화장실에 유모차를 끌고 들어가서 아기와 마주보며 화장실을 이용했었는데 아이도 함께 이용 가능하도록 안에 기저귀거치대가 있으면 정말 좋겠다란 생각을 절실하게 했답니다.

 

또한 저는 주로 아이와 바람 쐬러 마트를 자주 가는데 맞은편에서 담배 피는 사람을 보면 괜히 나왔다고 후회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아이가 지나가는 길에는 ‘담배피지 마세요!’ 라는 문구를 적어주면 조금 더 조심해서 그 길을 지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하다가도 내가 아이 키운다고 너무 유난떠는 건 아닐까?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스쳐지나온 경험이 있습니다.

 

엄마의 마음이라면 아마 공감 하실 것 같아서 제가 느꼈던 순간을 잊지 않고 적어 본 것이니 편안하게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유난히 이번 여름은 저에게 뼈아픈 고통의 시간 이였고 너무나 긴긴 나날들이여서 다시 떠올리고 싶지도 않지만 아픈 만큼 성숙한다는 진리를 깨닫고 반성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답니다.

 

아는 길도 물어가고 조심해서 가야하는데 저는 집안에서 아이를 돌보다가 급하게 젖병을 찾으러 가던 찰나, 그만 문지방에 발가락이 끼여서 골절되는 사고를 당하고 말았지요.

 

그래서 한 달 동안 다리에 깁스를 하는 바람에 보행 장애를 직접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마음껏 걸어 다닐 수 없으니 걷는 기쁨이 얼마나 크고 감사한지…. 새삼 우리 주변의 휠체어를 타고 다니시는 분들을 다시 보게 되었고 양보하는 마음을 품을 수 있었답니다.

 

저희 아이가 워낙 활동적인지라 행여 답답해 칭얼거리기라도 하면 잠시 바람이라도 쐬어줄까 아픈 다리를 이끌고 외출을 감행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때마다 유난이도 많이 그리고 높게만 느껴졌던 인도의 턱들이 저에게는 버거운 존재였답니다.

 

다리가 불편하신 분들이 지나다닐 때 얼마나 불편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턱없는 인도가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아기들은 엄마와 정서적으로 친밀해지기 위해서 신체접촉을 많이 하는 놀이를 하면 좋다하여 안아주고, 업어주기를 무한반복해서 열심히 놀아주지만 엄마의 관절은 남아나질 않아 손목, 어깨, 허리, 무릎 돌아가면서 아픈 날이 늘어납니다. 때문에 아이에게 이유 없는 짜증을 내기도 해 미안한 적이 많아요.

 

그럴 때 유모차는 엄마가 잠시 해방되도록 도와주는 고마운 존재입니다. 또 아이는 엄마와 나란히 걸어가는 경험을 통해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충분히 받아서 밝고 건강하게 크게 성장하리라고 믿고 있어요.

 

하지만 현실은 유모차와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가까운 공공도서관에서 유모차를 타고 가서 아이와 동화책을 읽고 싶어도 일단 어딘가에 잠시 두어야하는데 놓아둘 장소가 없고 분실 위험이 있어서 도서관 산책길만 배회하다가 돌아온 적이 많습니다.

 

그리고 요즘 들어 많이 생기고 있는 키즈카페는 엄마와 아이가 함께 놀 수 있는 공간이라서 엄마들이 가끔 이용하지만 식사를 해야 된다는 전제가 있고 유모차는 밖에 두어야해서 조금 불편했어요.

 

정부기관에서 이런 키즈카페를 벤치마킹하여 유모차를 타고 엄마와 아이가 함께 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신다면 잠시나마 엄마의 숨통이 트여 육아에 활력소가 되지 않을까라는 조심스런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아이를 낳고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있는 것에 놀라고 꿈꾸는 세상이 현실이 되어가는 현대를 살아감에 참으로 감사한 날들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자 대통령님이 제가 첫아이를 낳고 10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 실생활에서 부딪치는 애로사항을 열린 마음으로 들어주신다는 꿈같은 일들이 현실에서 펼쳐지고 있어 참으로 다행이고 행복합니다.

 

매일 육아전쟁에 고생이 많을 엄마들의 마음을 대신해서 이번 기회에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 마음에 편지글 공모를 스쳐 지나갈 수 없었습니다. 훗날 아이가 자라서 철이 들 때 쯤 되면 더 좋은 세상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을 거라는 상상을 하면서 기분 좋게 마음을 전해보았습니다.

 

비록 답장은 받지 못하는 편지가 되겠지만, 이번 가을은 누군가가 저를 소리 없이 응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깨에 힘이 납니다. 또 세상에서 제일 잘한 일이 살기 좋은 세상에 아이를 태어나게 했다는 사실에 제자신이 무척 자랑스럽습니다. 또한 든든한 후원자 박근혜 대통령님이 계셔서 너무 행복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대통령님. 예전보다 사람의 생명 탄생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세상을 만들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아이가 사랑으로 매일 잘 커나갈 수 있도록 엄마의 소명을 다해서 국가에 보탬이 되는 사람으로 만들겠습니다.

 

◇ 대통령에게 쓰는 편지 공모 안내

 

오는 9월 15일 오후 2시부터 서울광장에서 '유모차는 가고 싶다' 연중캠페인 서포터즈 발대식이 열린다. ⓒ베이비뉴스
오는 9월 15일 오후 2시부터 서울광장에서 '유모차는 가고 싶다' 연중캠페인 서포터즈 발대식이 열린다. ⓒ베이비뉴스

 

'박근혜 대통령에게 쓰는 부모들의 편지 - 가고 싶은 유모차' 공모(http://safe.ibabynews.com)에는 누구나 자유롭게 응모할 수 있습니다. 유모차를 이용하면서 느꼈던 불편했던 점과 유모차를 이용하게 되면서 교통약자에 대한 자신의 시선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적어 보내면 됩니다. 심사를 거쳐 채택된 원고에는 소정의 원고료가 지급됩니다. ▶ 보내실 곳 ibabynews@ibabynews.com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실시간 댓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