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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에서 어른이 된다는 것

[이주배경아동, 함께 키워요] 7. 은수연 안산시글로벌청소년센터 기획행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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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은 우리 사회에서 성장하는 모든 아이들이 차별 없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이주배경아동, 함께 키워요’ 연속 기고를 마련했습니다. 이번 연재는 언어·문화 장벽과 불안정한 법적 지위로 인해 여전히 교육과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배경아동들의 실태를 조명하고 제도적 개선 방향을 모색합니다. 모든 아동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포용적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공감과 연대의 마음이 확산되길 바랍니다. - 편집자 말

2025년 8월, 안산시글로벌청소년센터가 이주배경청소년을 위한 진로캠프를 진행했다. ⓒ초록우산
2025년 8월, 안산시글로벌청소년센터가 이주배경청소년을 위한 진로캠프를 진행했다. ⓒ초록우산

“저 어차피 공장에 갈 거잖아요…?”

올해 현장에서 만난 한 이주배경청소년의 이 말에는 지금 이 아이들이 마주한 현실이 담겨있다. 안산시글로벌청소년센터는 2013년 ‘중도입국자녀 한국사회 적응지원’ 사업을 시작한 이후 13년째 이주배경청소년, 특히 ‘중도입국청소년’을 지원해 오고 있다. 매년 120여 명 이상의 청소년에게 한국어 교육을 제공하고 대부분을 공교육으로 연계해 왔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아이들은 언어 장벽과 제도적 한계 앞에서 학교 문턱을 넘지 못하거나, 어렵게 들어간 학교를 중도에 포기하고 있다.

2025년은 특히 많은 아이들이 학교를 떠난 해였다. 위탁교육을 받던 30명 가운데 4명이 자퇴했다. 모두 고등학교 2·3학년 학생들이었다. 담임교사와 센터가 수차례 설득했지만, 현실의 어려움 속에 졸업을 불과 몇 달 앞둔 아이들마저 결국 학교를 포기했다. 한 학생은 학교를 떠나며 “언어를 몰라서 수업시간에 배우는 걸 이해하지도, 따라가지도 못했어요. 같은 반 친구들과 대화하고 싶어도 못 했고요. 어린 저에게 친구가 없다는 건 정말 큰 상처였어요”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원래 나라에서는 공부를 잘했어요. 영어도 잘했는데, 한국에서는 영어도 한국어로 가르치니까 하나도 모르겠어요. 부모님도 예전엔 잘했는데 왜 한국에서는 못하냐며 많이 놀라셨어요. 많이 노력했지만 결국 극복하지 못했어요”라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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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할 수 없는 수업을 들으며, 친구 하나 없이 교실에 덩그러니 앉아 있어야 했던 그 몇 달은 아이들에게 너무 길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을 것이다. 2021년 OECD는 「Young People with Migrant Parents」 보고서에서 OECD 전체 청년(15~34세)의 약 20%가 이민자 부모를 둔 이주배경청년이며, 이들의 교육과 노동시장 성과가 국가 경제와 사회적 결속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들의 자립 성패는 아동기·청소년기·후기청소년기라는 ‘골든타임’에 필요한 지원을 제때 받는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 시기를 놓치면, 이후 어떤 정책도 아이들의 격차를 되돌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성장주기마다 필요한 지원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아동기(12세 이전)는 문해력과 기초학습역량, 생활습관 등 기본기를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시기로 유아기 언어 자극 프로그램과 조기 보육 참여가 필수적이다. 한국에서는 미등록 아동의 출생등록과 보육료 지원 확대가 이 단계의 핵심 과제다. 청소년기(13~18세)에는 학업 준비와 진로 방향 설정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신뢰할 수 있는 멘토와 롤모델이 중요하다. ‘꿈빛학교’와 같은 위탁형 대안학교나 지역 기반 멘토링 프로그램은 이 시기의 중요한 안전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후기청소년기(18세 이후)에는 체류자격 확보와 취업·기술교육을 중심으로 한 현실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직업훈련과 자격증 과정 연계, 안정적인 비자 제도 마련이 시급하지만, 한국 사회는 이 단계에서 가장 큰 공백을 안고 있다.

특히, 이주배경청소년에게 한국어는 평생의 과제일 수 있다. 일상 한국어, 교과 한국어, 진로 한국어, 전공 한국어, 취업 한국어까지 삶의 단계마다 새로운 언어 과제가 등장한다. 그러나 언어 교육에만 매몰돼서는 안 된다. 아동·청소년기는 자아정체감 형성, 사회적 관계 기술 습득, 부모로부터의 정서적 독립, 사회적 책임 실천, 진로 결정 등 중요한 발달과업이 집중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OECD는 모든 아동의 공평한 출발선 보장, 유연한 교육 경로 제공, 취약 학생 집중 완화, 중도탈락 예방과 재도전 기회 제공, 직업훈련 확대, 차별 해소와 사회통합 활동을 주요 정책 교훈으로 제시한다. 이는 한국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제언이다. 필자가 현장에서 목격해 온 어려움은 OECD가 지적한 국제적 과제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 단순히 학교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양질의 교육이 제공돼야 하며, 아이들이 각 시기의 발달과업을 놓치지 않도록 단계별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2022 개정 초·중등교육과정은 “모든 학생이 자기주도적이고 창의적이며 공동체적 역량을 갖춘 미래 인재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주배경청소년이 이러한 역량을 온전히 발달시키기 위해서는, 골든타임 단계별 맞춤형 지원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이제는 단순히 학교 접근성을 높이는 것을 넘어, 이주배경청소년의 발달에 ‘의미 있는 교육’이 무엇인지 묻고 답해야 할 때다.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꿈에 한계를 긋지 않도록, 모국에서의 교육 경험과 강점을 존중하는 맞춤형 교육이 필요하다. 입국 초기 한국어 교육을 넘어, 1.5세대 이주배경청소년을 위한 전반적인 교육체계 마련이 시급하다. 아이들이 “공장에 갈 수밖에 없다”는 체념 대신, “내 꿈을 이루고 싶다”고 말할 수 있도록, 이제 한국 사회가 OECD의 교훈을 현장에 맞게 적용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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