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 끌고 다니는 게 잘못된 행동인가요?
유모차 끌고 다니는 게 잘못된 행동인가요?
  • 기고 = 하진영
  • 승인 2013.09.10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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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약자들의 외침에 귀 기울여 주세요"

[특별기획] 부모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쓰는 편지 - 가고 싶은 유모차

 

유모차를 끌고 지하철에 탄 것이 잘못된 행동처럼 보여지는게 현실이었습니다. ⓒ하진영
유모차를 끌고 지하철에 탄 것이 잘못된 행동처럼 보여지는게 현실이었습니다. ⓒ하진영

 

안녕하세요. 저는 난임으로 고생하다 6년 만에 어렵게 임신과 출산을 한 24개월 아들을 둔 엄마 입니다.

 

6년 동안 그저 막연히 아이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엄마들이 마냥 부럽기만 했습니다. 임부복도 예뻐 보였고 아기 옷이며 아기용품 모든 것이 좋아 보이고 갖고 싶고 또 아이와 외출하는 엄마들이 부러워 남몰래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하지만 힘든 임신과 출산을 거쳐 아이를 낳고 보니 제 생각은 말 그대로 '대책 없는 막연한 생각이었구나' 싶었습니다. 물론 대부분 사람들과는 다르게 오랫동안 남편과 둘만의 시간을 자유롭게 보냈다는 게 저를 더 힘들게 하는 부분 중 하나였습니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국회의원선거 안내 책자를 보다가 어떤 후보가 그런 문구를 작성해 놓은걸 보고 무조건 공약도 읽지 않고 그 후보에게 투표까지 했습니다. 그 문구는 '임신은 축복 육아는 지옥'이었습니다. 왜 이렇게 그 말이 가슴에 와 닿는지…

 

저는 그렇게 육아를 시작했습니다. 친정과 시댁은 모두 시골에 있어 육아에 도움을 받을 누군가가 가까이 살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집안에서만 육아를 하고 외출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만 낳아봐라 최고로 좋은 엄마가 되어주겠다'는 다짐은 어느새 사라지고 그냥 하루하루 겨우겨우 시간만 보내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대부분에 아기 엄마들이 그럴 것이고 지금 우리 육아맘들의 현실이기도 합니다.

 

그러다 아이가 돌이 되기 전, 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에 가서 구경도 하고 옷도 사고 싶어졌습니다. 그냥 아기가 이정도면 유모차를 태워 갈 수 있을 것 같은 생각과 동네를 벗어나서 무엇인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괜한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또 새롭게 단장해서 깨끗하고 좋아졌다는 소식을 듣고 과감히 실행에 옮겼습니다.

 

아이가 어려 디럭스 유모차를 끌고 어렵게 지하철 타기에 성공했고 설레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고속버스 터미널 지하상가에 가기 위해서는 유모차를 끌고 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없었고 에스컬레이터로는 디럭스 유모차를 가지고 탈 수도 없었습니다. 또한 에스컬레이터에 유모차를 가지고 타지 말라는 문구는 버젓이 있으면서 여기저기 출구를 돌아다녀 봐도 엘리베이터는 없었습니다. 역 직원에게 물어봐도 지하상가 쪽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는 없다는 답변뿐이었습니다.

결국 저는 10kg 아이를 업고 한손에는 기저귀 가방과 한손에는 15kg 유모차를 접어 어깨에 메고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지하상가에 갔지만 너무 지쳐서 바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시련은 거기가 끝이 아니었습니다. 아직도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하는 우리나라 국민들 역시 성숙한 매너를 가지지 못한 분들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혹시나 유모차 때문에 다른 승객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이리저리 신경 쓰고 하차할 때도 제일 마지막에 내리려 한쪽에 비켜서서 기다리는데 딴생각을 하시다 못 내리실 뻔 하신 아주머니가 갑자기 뛰쳐나오며 유모차 앞으로 달려와 유모차에 다리가 걸려 넘어질 뻔 하셨습니다. 전 그냥 서있는 상대였고 움직이지도 않고 있었는데 아주머니가 급한 마음에 걸려 넘어질 뻔 하신 것이었습니다.

 

아주머니는 다짜고짜 제게 와서는 유모차로 그렇게 밀면 어떡하냐며 뭐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가만히 듣고 있다 '이건 정말 안 되겠다' 싶어 조용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저는 마지막에 내리려 기다리고 있었고 갑자기 뛰어오시면서 걸리신 거 같은데 저는 절대 밀지 않았어요"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복잡하게 유모차를 왜 끌고 나왔냐"는 핀잔뿐이었습니다. 그때서야 '이것이 현실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 많이 낳아라 돈 줄 테니' 물론 아이를 키우는데 돈도 많이 들지만 유모차를 끌고 지하철에 탄 것이 잘못된 행동처럼 보여지는 게 현실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에스컬레이터는 노약자 분들이 많이 타시는데 '유모차가 자리를 차지해서 못탔다'며 어르신들 중에는 핀잔주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맹인 안내견 승차거부, 지하철에서 휠체어 타고 나오다 낙상사고 등… 그분들은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또 저처럼 휠체어에 걸려 넘어 졌다며 억울한 소리를 듣지는 않았을까요?

유모차에 앉아 아무것도 모르고 웃는 아이를 보면서 이제라도 주위를 돌아보는 마음을 갖게 된 것에 감사하고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대통령님 이글은 1년 전 제가 느낀 현실이었습니다. 지금은 어떠냐 물으신다면 달라진 건 없습니다. 다만 유모차를 끌고 지하철 타는 걸 즐겁게 생각하고 여전히 제일 마지막에 내려 많은 사람들이 지나간 한적한 지하철을 빠져나오면서 느림에 미학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도 지하철을 타고 유모차를 끌고 고속터미널 지하상가는 못가고 있지만요.

 

천천히 조금씩 바뀔 거라 생각합니다. 다만 저나 대부분에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엄마들은 몇 년이면 졸업하지만, 휠체어를 타거나 몸이 불편한 장애인 분들은 한 평생 계속되어질 일상이니 그분들의 외침에도 귀를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누군가 그런 말을 했다는데 출처는 잘 모르지만 '내 아이가 행복해지려면 남의 아이가 행복해야 한다' 결국 이 말은 내가 또 '내 가족이 행복해지는 길은 내 이웃이 행복한 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비록 유모차로 인해 교통약자가 되었지만 유모차만 잘 다니는 대중교통을 만들어 달라는 생각은 아닙니다. 제가 또 많은 엄마들이 큰 눈과 귀로 내 아이를 하나하나 살피듯이 우리 국민의 구석구석을 하나하나 살펴주시기 바랍니다.

 

◇ 대통령에게 쓰는 편지 공모 안내

 

오는 9월 15일 오후 2시부터 서울광장에서 '유모차는 가고 싶다' 연중캠페인 서포터즈 발대식이 열린다. ⓒ베이비뉴스
오는 9월 15일 오후 2시부터 서울광장에서 '유모차는 가고 싶다' 연중캠페인 서포터즈 발대식이 열린다. ⓒ베이비뉴스

 

'박근혜 대통령에게 쓰는 부모들의 편지 - 가고 싶은 유모차' 공모에는 누구나 자유롭게 응모할 수 있습니다. 유모차를 이용하면서 느꼈던 불편했던 점과 유모차를 이용하게 되면서 교통약자에 대한 자신의 시선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적어 보내면 됩니다. 심사를 거쳐 채택된 원고에는 소정의 원고료가 지급됩니다. ▶ 보내실 곳 ibabynews@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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