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 외출, 엉엉 울고 돌아온 사연
유모차 외출, 엉엉 울고 돌아온 사연
  • 기고 = 김정아
  • 승인 2013.09.11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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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아이의 이동의 자유 보장해 주세요"

[특별기획] 부모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쓰는 편지 - 가고 싶은 유모차

 

아이 둘과 유모차를 동반한 저에게는 그 두세 칸의 턱이 부잣집 담벼락처럼 감히 접근 못할 곳으로 느껴집니다. ⓒ김정아
아이 둘과 유모차를 동반한 저에게는 그 두세 칸의 턱이 부잣집 담벼락처럼 감히 접근 못할 곳으로 느껴집니다. ⓒ김정아

 

안녕하세요? 대통령님. 저는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산전수전 다 겪어 잔뼈가 굵어지고 씩씩하질만한데도 오히려 저는 아이를 키우면서 소심해지는 저를 발견하게 됩니다. 어른들은 "아이 키우기 좋은 세상이다"고 이야기 하지만 왜 저에게는 아직도 아이 키우기 좋은 세상은 멀게만 느껴지는 것일까요?

 

사실 저는 깡마른 몸에 저질 체력인데도 유모차 마니아입니다. 남들은 아기 띠를 잘만하고 다니던데 사실 저는 조금만 매도 어깨에 오십견이 젊은 나이에 찾아와서 밤에 잠을 설칩니다. 산후조리를 잘못해서 그렇다는 이야기도 있고요.

 

그렇게 좋지 않은 체력으로 두 아이를 키우다보니 저희 아이는 나들이에 목이 말라 있습니다. 바쁜 아빠 때문에 주말에도 잘 놀지 못하고요.

 

모처럼 딸아이의 생일날 나들이 때 있었던 이야기를 통해 유모차가 다니기 편안한 세상이 오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리고 싶습니다.

 

사실 저를 닮아서인지 제 딸아이는 다섯 살인데도 잘 걸으려 하지 않습니다. 다섯 살이지만 12월 생이라 4살과 같고, 체력도 약하고, '꽈당'이란 별명이 있을 정도로 잘 넘어지죠. 그래서 그런지 어릴 때도 "업어줘", "안아줘"를 반복했죠.

 

그런 아이의 성향과 저의 어깨 통증으로 유모차를 항상 가지고 이동을 했습니다. 문제는 동생이 태어나고 입니다. 동생에게 유모차를 물려주어야 함에도 여전히 유모차를 타고 싶어 하는 딸. 결국 저는 유모차에 연결하는 2인용 보조 의자를 구입했습니다.
 
아이와 외출할 때마다 걸으라고 협박을 하면서 싸우고, 아이가 넘어지고, 힘들어 하는 것보다는 나았으니까요. 아니면 한 아이는 업고, 한 아이를 유모차를 밀고 다녀야 하는데, 그것 또한 너무 곤욕스러웠으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다니는 것도 쉽지는 않았습니다. 보조의자 장착으로 유모차 무게도 더 나가 무거웠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문제는 좁은 길. 2인용이 되어서 유모차가 커짐과 동시에 더 좁은 길은 더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인도와 차도를 반복하며 이동하기 일쑤였습니다.

 

게다가 인도에 어떻게 장애물은 그렇게 많은지 상점 앞 도로는 상점에서 내 놓은 물건을 진열하는 진열장이 되어버리는 것은 다반사. 인도에 세워 놓은 차들은 유모차가 올라가는 턱을 가로 막아 놓아 어디로 자니가야 할지 고민 고민하다가 그냥 차도로 지나갑니다. 그러면 차들은 빵빵 거리며 삿대질을 합니다.

 

"여기로 다니면 어떡하라는 거야? 위험하잖아. 이 아줌마가 정신이 있어 없어?"

 

그러면 정말 '나보고 어떻게 하란 말이야'면서 울고 싶은 기분입니다. 유모차가 지나갈 길도 없게 만들어 놓은 게 불법주정차인데 차도로도 다니지 말라고 하니까요. 누구는 인도로 다니기 싫어서 안 다닐까요?

 

계단이 있는 음식점을 가려면 온갖 힘을 다 주고 유모차를 들어 올려야 합니다. 1층인데도 턱이 있는 음식점과 상점은 아직도 여전히 많습니다. 아이 둘과 유모차를 동반한 저에게는 그 두세 칸의 턱이 부잣집 담벼락처럼 감히 접근 못할 곳으로 느껴집니다.

 

그래도 견디며 다녔던 제가 가장 힘들었던 하루는 아이의 생일이였습니다. 아이의 생일날 모처럼 아이가 아쿠아리움을 가고 싶다고 해서 두 아이를 데리고 지하철을 타려고 시도했습니다. 조금 불안하고, 걱정스럽긴 했지만 아이가 가고 싶다니까요.

 

저희 집에서 아쿠아리움까지 택시를 타면 몇 만원 나올 것 같아서 그 돈도 부담이 되었고요. 면허는 있지만 초보 때 심하게 사고를 내고는 운전 공포증이 있어 운전은 할 줄 모르니 방법이 없었죠. 나라에서 대중교통을 권장하니 유모차와 함께 이동하는 것도 권장이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엘리베이터가 없는 지하철역에서 1차 난관에 돌입했습니다. 결국 역사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러자 "휠체어 리프트에 유모차를 싣고 오세요"라는 답뿐.

 

결국 휠체어리프트에 아이까지 태울 수는 없어 한 아이는 업고, 한 아이는 손을 잡은 채 유모차에서 내리게 했습니다. 그리고 휠체어리프트에는 유모차만 싣고 한참을 유모차가 내려가는 것을 기다렸죠. 그리고 다시 아이를 태워 이동을 하기를 몇 차례 반복한 후 힘들게 지하철 승강장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지하철을 타려는데 낮 시간임에도 지하철에 사람이 많았습니다. 다음 차를 기다렸다 탈 수 있었지만 안 그래도 휠체어리프트와 씨름을 하느라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고, 다음 차도 사람이 적으리라는 보장이 없었기에 지하철을 탔습니다.

 

복잡한 지하철. 그 안에서 사람들이 저를 쳐다보았습니다. '안 그래도 비좁은데 유모차까지'라는 마음이 읽혀지는 듯 했습니다. 좁기 때문에 유모차가 지나가면서 사람들과 닿을 수밖에 없었는데 "에이~"하는 짜증 섞인 목소리도 들었습니다.

 

저는 고개를 숙이고, 아이들만 단속하며 조용히 시켰습니다. 사실 유모차 가지고 지하철 타는 게 죄도 아닌데 말이죠. 그런데 노약자석의 한 할아버지. 술을 드신 것 같더군요.

 

 "아니, 유모차가 있으면 택시를 타거나 운전을 하지. 그럴 돈도 없으면서 왜 애는 둘이나 나았어?"

 

순간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갛게 변했고, 다음 역에서 저는 내려서 엉엉 울었습니다. "엄마 왜 울어?"라는 딸의 질문에 딸을 끓어 안고 그냥 울었습니다. 물론 다시 마음을 굳게 먹고, 아쿠아리움에 갔다 다시 지하철을 타고 돌아왔지만요. 저는 강해야 하는 엄마니까요.

 

대통령님. 아이 낳고 살기 좋은 세상이라고, 아이를 많이 낳으면 좋은 세상이라고, 아이 낳기를 권장하는 세상이라고 하지만 저에게는 왜 아직 각박하게 느껴지는 것일까요.

 

사실 저는 내년에 복직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민입니다. 그러려면 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야합니다. 시간 때문에 직장 근처 어린이집에 보내려면 두 아이를 데리고 출퇴근 시간에 유모차로 이동을 해야 하죠. 하지만 매일 위와 같은 일이 일어날까 두렵습니다. 복직을 접고, 사직을 해야 할지도 고민이 됩니다.

 

사람은 누구나 이동의 자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진 엄마에게는 해당이 되지 않는 자유인 것 같습니다. 유모차가 우선시 되어 대중교통도 탈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인도에도 불법주정차 단속을 하고, 유모차 및 교통 약자가 다닐 수 있는 공간 확보를 해야 할 것입니다. 상점 및 건물의 턱을 없애고 장애물 없는 거리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인식이 개선 될 수 있도록 홍보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아이를 낳는 게 좋은 것이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낳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유모차 배려 캠페인’ 등으로 유모차를 탄 사람의 마음을 십분 이해할 수 있도록 홍보활동을 벌여야 할 것입니다.

 

아이 엄마에게 유모차는 사치가 아닙니다. 엄마와 아이의 기본권인 이동의 자유를 보장해주는 필수품인 것입니다. 

 

◇ 대통령에게 쓰는 편지 공모 안내

 

오는 9월 15일 오후 2시부터 서울광장에서 '유모차는 가고 싶다' 연중캠페인 서포터즈 발대식이 열린다. ⓒ베이비뉴스
오는 9월 15일 오후 2시부터 서울광장에서 '유모차는 가고 싶다' 연중캠페인 서포터즈 발대식이 열린다. ⓒ베이비뉴스


'박근혜 대통령에게 쓰는 부모들의 편지 - 가고 싶은 유모차' 공모에는 누구나 자유롭게 응모할 수 있습니다. 유모차를 이용하면서 느꼈던 불편했던 점과 유모차를 이용하게 되면서 교통약자에 대한 자신의 시선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적어 보내면 됩니다. 심사를 거쳐 채택된 원고에는 소정의 원고료가 지급됩니다. ▶ 보내실 곳 ibabynews@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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