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부모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쓰는 편지 - 가고 싶은 유모차
안녕하세요. 박근혜 대통령님.
저는 얼마전 첫돌을 지낸 12개월 남자아이를 키우고 있는 육아맘입니다.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여성 대통령이 당선 되었을 때 정말 기뻤답니다. '아~여자들의 고충을 좀 더 알아주는 대통령이 생겼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육아를 경험해보지 않은 분이기에 육아맘들의 어려움에 대해 잘 모르실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대통령님께 이렇게 편지를 쓰고 있답니다.
저는 결혼 전 인덕원역 근처에 살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친정 부모님은 그곳에 살고 계시고요. 결혼 후 저는 청량리로 이사를 갔습니다. 결혼 후 아이가 생기니 친정 부모님은 정말 기뻐 하셨고 우리 준서를 너무도 보고 싶어 하셨답니다.
그래서 저는 준서가 50일 때부터 매주 한 번씩 지하철을 타고 친정에 다녀왔답니다. 아이가 어릴 때는 아기띠로 안고 다녔지만, 아이가 점점 자라면서 1시간이 넘는 거리를 아기띠로 안고 다니기엔 무리가 있더라고요. 6kg 이상 나가는 아이와 많은 짐을 들고 다니기 힘들어 유모차로 친정을 가고자 마음을 먹었답니다.
청량리 역에서 인덕원을 가려면 중앙선을 타고 가다 이촌역에서 4호선으로 갈아타야 합니다. 하지만 이촌역 중앙선에서 4호선으로 갈아타는 구간에는 엘리베이터가 설지되어 있지 않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있지 않을 뿐 아니라, 중앙선과 4호선을 관리하는 업체가 다릅니다. 그래서 유모차 이동의 도움을 요청하면, 중앙선을 관리하시는 분은 중앙선 관리 구역 까지만 유모차의 이동을 도와주십니다. 그러면 저는 또다시 4호선 이촌역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 합니다.
물론 도와주시는 부분에 있어서는 정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지만 기왕에 도움을 주는 거 끝까지 한분이 도와주시면 환승하는 시간도 줄어들고 편할 텐데요. 늘 두 분의 도움을 받으며 가고 있답니다.
손주를 너무도 보고 싶어 하는 친정 부모님에게 가려면 전 힘도 들고, 가면서 도움을 요청할 때마다 눈치를 보게 됩니다. 결국 돌아오는 길은 부모님 차를 타고 다른 역(안양역)으로 가서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다른 노선을 타고 집에 돌아옵니다.
대통령님. 비단 이촌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있지 않은 역은 많습니다. 저는 아마 1~2년 유모차를 끌 테지만, 유모차가 아닌 장애를 가진 분들의 휠체어는 더 오래도록 불편을 겪어왔고, 앞으로도 겪을 것입니다.
유모차나 휠체어가 지하철에 타면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도 느껴집니다. '저 부피 큰 걸 가지고 왜 지하철을 탈까?'하는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말이죠. 출, 퇴근 시간을 제외하고 지하철을 타야하는 시간적인 제한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블로그를 시작하며 지하철역의 엘리베이터 정보를 제공하는 포스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정보제공은 제가 아니라 각 지하철역들이 제공해야 하는거 아닐까요? 아니 그보다 '엘리베이터가 있는지'에 대한 정보제공이 아니라 모든 역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게 맞는 거겠죠?
대통령님. 육아맘들에게도 이동의 자유를 좀 더 확대해 주세요. 아이와 서울 곳곳을 여행하고픈 육아맘의 외침입니다.
◇ 대통령에게 쓰는 편지 공모 안내
'박근혜 대통령에게 쓰는 부모들의 편지 - 가고 싶은 유모차' 공모에는 누구나 자유롭게 응모할 수 있습니다. 유모차를 이용하면서 느꼈던 불편했던 점과 유모차를 이용하게 되면서 교통약자에 대한 자신의 시선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적어 보내면 됩니다. 심사를 거쳐 채택된 원고에는 소정의 원고료가 지급됩니다. ▶ 보내실 곳 ibabynews@ibab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