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독일에서 아기 키우는 엄마입니다
전 독일에서 아기 키우는 엄마입니다
  • 기고 = 김잔디
  • 승인 2013.09.24 14: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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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차 끌고 외출할 때 불편 느낀 적 없어

[특별기획] 부모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쓰는 편지 - 가고 싶은 유모차

 

한국도 아이를 키우기 위한 여건이 좋아졌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이 있습니다. ⓒ김잔디
한국도 아이를 키우기 위한 여건이 좋아졌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이 있습니다. ⓒ김잔디

 

안녕하세요. 박근혜 대통령님.

 

저는 독일에서 거주 중이고 생후 11개월 여자아기를 키우고 있는 엄마입니다. 결혼 후 남편의 일로 독일 생활을 시작한지 햇수로 4년이 되었습니다.

 

첫아기를 낳고 키우는 일이 누구에게나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문화와 언어가 전혀 다른 타국에서의 임신과 육아는 또 다른 차원의 어려움이었습니다.

 

독일에서는 임신 막달이 되어야 분만할 병원을 새로 정하고 검진을 받습니다. 말 한마디 잘못 알아들어 혹시 아기가 잘못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던 때가 엊그제 같네요. 지금은 많이 커서 제법 엄마, 아빠 말을 따라하고 걸음마를 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제 눈에는 많이 큰 것 같지만 아직은 눈 떠 있는 시간 내내 엄마를 쫓아다니는 '엄마 껌딱지'입니다. 엄마가 곁에 없으면 불안해 할 시기라 많이 안아주려고 노력하지만 힘에 부친다 싶게 떼를 쓰면 전 유모차를 끌고 산책을 갑니다.

 

아기를 유모차에 앉히고 걷거나 버스를 타면 아기는 언제 떼를 썼나 싶게 얌전하게 바깥 풍경을 구경합니다. 외출을 할 때 단 한 번도 유모차 없이 나간 적은 없습니다. 또 유모차를 갖고 다니면서 불편하다고 느낀 적도 없습니다.

 

독일에서는 '아기와 관련된 일이라면 99% 수용해준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많은 배려를 해줍니다. 특히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거짓말 같던 그 말이 사실이구나' 싶었습니다. 통행불편자를 위한 저상버스가 일반화되어 있고, 전철이나 기차를 탈 때도 많은 승객들이 유모차를 갖고 타는 부모에게 공간을 내어줍니다.

 

한 번은 살짝 눈이 내려 길이 매우 미끄러운 날 유모차를 타고 버스를 타게 되었습니다. 유모차를 버스 중간에 안전히 세우고 앞쪽으로 가서 표를 끊은 뒤 다시 자리로 되돌아가는 동안 버스는 출발하지 않았습니다. '배차시간 때문에 일부러 그런가?'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엄마인 제가 유모차 앞에 안전히 착석할 때까지 기다려준 것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살 때는 경험해보지 못했던 따뜻한 배려로 지독하게 춥고 음습하다는 독일 겨울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물론 독일과 한국의 일면만을 비교하여 '어느 곳이 더 좋다 나쁘다'고 평가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한국 같은 경우에는 대도시 인구밀도가 훨씬 높고, 대중교통의 상황과 여건이 다르니까요.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는 독일의 정책과 사회적인 배려 및 인식이 부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남편의 일이 잘 마무리되는 대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엄마이기에 '한국도 아이를 키우기 위한 여건이 좋아졌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소망도 있구요.

 

대통령님. 저는 한 국가의 지도자가 그리는 비전 하나가 국가의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자원이고 경쟁력인 이 시대에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이 행복한 경험이 될 수 있도록 힘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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