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당신 덕분"
경기가족패션쇼 피날레 장식한 정해두씨 가족

“사랑하는 여보, 자식 덕분에 이런 무대도 서보는구려. 작년, 다시는 가족을 볼 수 없을 줄 알았던 암 판정과 큰 수술 그리고 항암치료를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나보다 더 강했던 당신이 있었기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걸을 수 있는 지금 이 감사한 순간에 당신에게 드릴 말이 있습니다. 당신을 항상, 그리고 영원히 사랑합니다.”
휘트니 휴스턴의 ‘I will always love you’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맞춰 입은 노부부가 무대에 올랐다. 마치 리마인드 웨딩(Remind Wedding)을 하듯 노부부는 팔짱을 낀 채 천천히 무대 앞으로 걸어 나왔다.
걸음을 멈춘 남편이 재킷 주머니에서 편지를 꺼내 낭독하기 시작했다. 담담하게 읽어 내려간 편지에는 자신의 곁을 한결같이 지켜준 아내를 향한 고마움을 가득 담았다.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수줍은 아내는 따뜻한 미소로 화답했다. 그 순간 무대 위로 꽃가루가 뿌려졌다.
이들의 뒤로는 가족의 보디가드를 자처하며 아기를 안은 아들과 며느리가 함께 모델로 나서 노부부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26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성남아트센터 앙상블시어터에서 임산부, 일반가족, 다둥이, 다문화, 대가족 등 21개 참가팀이 참석한 가운데 ‘2013 경기가족패션쇼’가 열렸다. 이들은 자신들만의 가족 분위기를 전하고자 개성있는 포즈를 취하며 특색 있는 가족의 행복이야기를 무대 위에서 마음껏 펼쳐보였다.
이날 패션쇼의 피날레는 3대가 함께 참여한 정해두(남·33·평택) 씨 가족이 장식했다.
정 씨는 “오남매를 키워 다 결혼시키고 여유를 가질 무렵 지난해 아버지께서 희귀성 다발성골수종암 3기 진단을 받아 생사를 오가는 큰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으셨다”며 “지금은 일상생활을 할 정도로 건강을 되찾은 아버지와 간호와 농사일을 하시느라 애쓰시는 어머니께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 드리고 싶어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북 예천에 거주하는 정 씨의 부모님은 패션쇼를 위해 전날 아들네 집에 올라왔다.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 패션쇼 준비할 시간이 많이 부족했지만 지난 추석 명절에 정 씨 가족이 고향을 찾아 짬짬이 준비한 덕에 패션쇼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이날 패션쇼를 통해 정 씨의 어머니는 웨딩드레스를 처음 입게 됐다. 정 씨는 “부모님이 전통혼례를 올리셔서 어머니께서 드레스를 입어보지 못하신 게 마음에 걸렸는데 이렇게 기회가 생겨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패션쇼를 마치고 부모님 다 별다른 말씀은 없으셨지만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으셨다”며 “11월에 첫돌을 맞는 아들에게도 기념 이벤트가 된 것 같고, 우리 3대가 모여 행복한 추억을 만들게 돼 기쁘다. 가족들에게 정말 좋은 추억을 선물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 씨의 아내 역시 “참가 신청할 때만 해도 설마 우리 가족이 당첨이 될까 했었는데 연락이 와 기뻤다”며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긴장도 많이 했는데 다행히 좋은 무대를 꾸민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정 씨 가족은 ‘천생연분상’을 수상했다. 정 씨는 “패션쇼를 준비하면서 가족들과 대화도 더 많이 나누고 가족애가 더 깊어진 것 같다.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이런 가족 행사에 또다시 참여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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