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미술이 10년 뒤 수능 비문학 지문 해석력을 결정한다?
[이연지의 문해력 미술로 여는 아이의 미래] 수능 비문학의 해답은 '독서'가 아니라 '시각적 문해력'에 있다
최근 수능 국어에서 가장 높은 변별력을 보이는 영역은 단연 비문학(독서)이다. 과학, 경제, 철학, 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 지식을 담은 긴 지문을 제한된 시간 안에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많은 학부모가 독서량을 늘리고 국어 학원에 보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글을 읽느냐가 아니다. 글 속에 숨어 있는 구조와 관계를 읽어내는 능력이다.
수능 비문학 지문은 단순한 정보의 나열이 아니다. 원인과 결과, 비교와 대조, 주장과 근거가 촘촘하게 연결된 하나의 설계도에 가깝다. 따라서 독해력이란 문장을 해석하는 능력을 넘어 정보를 구조화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실제로 상위권 학생들은 지문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도식과 흐름도를 그린다. 개념 간 관계를 파악하고, 핵심 논리를 시각적으로 정리한다. 반면 글을 문장 단위로만 읽는 학생들은 지문이 길어질수록 길을 잃기 쉽다.
최근 교육계에서 주목하는 '시각적 문해력(Visual Literacy)'도 같은 맥락이다. 시각적 문해력은 정보를 이미지와 구조로 이해하고 재구성하는 능력이다. 이는 단순히 그림을 잘 그리는 능력과는 다르다. 복잡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하는 사고력에 가깝다.
그림책을 읽고 내용을 재구성하거나, 이야기를 도화지 위에 배치하는 활동이 교육적으로 의미를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핵심 내용을 선별하고, 정보 간 관계를 파악하며, 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시각화한다. 이러한 과정은 비문학 독해에서 요구되는 정보 구조화 능력과 맞닿아 있다.
국제 바칼로레아(IB) 교육이 강조하는 탐구 기반 학습도 마찬가지다. IB는 정답을 외우기보다 질문을 만드는 능력을 중요하게 본다. "왜 그런가?" "다른 관점은 없는가?"를 끊임없이 묻도록 한다. 이는 최근 수능이 요구하는 사고력 중심 평가와도 연결된다.
특히 생성형 AI 시대에는 이러한 역량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제 정보 자체는 누구나 쉽게 얻을 수 있다. AI는 긴 글을 요약하고 핵심 내용을 정리해 준다. 하지만 어떤 정보를 선택하고, 어떻게 연결하며, 어떤 의미를 발견할 것인지는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결국 미래 교육의 핵심은 암기력이 아니라 해석력이다. 정보를 받아들이는 능력이 아니라 정보를 재구성하는 능력이다. 그리고 그 출발점에는 시각적 문해력이 있다.
초등 시기의 미술 활동이나 그림책 읽기를 단순한 예체능 교육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과정은 훗날 복잡한 비문학 지문을 이해하고,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사고력의 토대를 만들어 준다.
수능 국어의 본질은 국어 실력이 아니라 사고력에 있다. 그리고 사고력은 책상 앞 문제집만으로 길러지지 않는다. 텍스트를 구조로 읽고, 구조를 이미지로 바꾸며, 다시 자신의 언어로 재해석하는 경험 속에서 자란다.
AI가 글을 읽어주는 시대일수록,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문제풀이가 아니라 세상을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눈일지 모른다. 그 힘이 결국 미래 학습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
*칼럼니스트 이연지는 홍익대학교에서 미술교육을 전공했으며, 교육과 예술을 융합한 창의적 인재 양성에 주력해온 교육 전문가다. 2017년 9월부터 ㈜책읽는미술관 프랜차이즈 대표를 맡아 교육 콘텐츠 개발과 운영을 이끌어왔다. 현재 ㈜책읽는미술관 기업부설연구소를 운영하며 교육과 예술을 접목한 프로그램 연구에 힘써왔으며, ㈜인터불고 뮤즈랩 대표로도 활동해왔다. 또한 (사)한국휴먼이미지디자인학회 이사 및 편집위원으로 학술 활동을 병행해왔으며, 대한민국 미술대전 수상 작가로서 공공기관과 대기업 미술대회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등 예술 분야에서도 전문성을 인정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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