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가지 못하는 이주배경아동들, 필요한 것은 지원 제도 접근성
[이주배경아동, 함께 키워요] 34. 최한빛(가명) 아동권리옹호활동가
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은 우리 사회에서 성장하는 모든 아이들이 차별 없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이주배경아동, 함께 키워요’ 연속 기고를 마련했습니다. 이번 연재는 언어·문화 장벽과 불안정한 법적 지위로 인해 여전히 교육과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배경아동들의 실태를 조명하고 제도적 개선 방향을 모색합니다. 모든 아동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포용적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공감과 연대의 마음이 확산되길 바랍니다. - 편집자 말
이미 우리 곁에는 국제결혼, 중도입국, 난민 등 다양한 문화적 배경의 이주배경아동·청소년들이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 아이들이 적응해 살아가기에 우리 사회가 충분히 포용적인가를 들여다보면 그렇다고 말하기 어렵다. 대표적인 것이 다양한 이유로 청소년기에 입국하는 중도입국 청소년들의 교육 문제다. 많은 중도입국 청소년들은 언어적 문제나 체류 자격으로 인해 공교육에 진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로 인해 ‘학교 밖 청소년’이 되어 충분한 교육권을 보장받고 있지 못하는 실정이다.
필자 역시 제도적 문턱을 온몸으로 마주한 경험이 있다. 7살 때 가족과 함께 아랍에미리트(UAE)로 이주해 약 8년 동안 거주하다가, 2021년 고국인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한국의 학업 환경과 문화는 거대한 장벽이었다. 집에서 늘 한국어를 사용해 왔기에 일상 대화는 문제없을 줄 알았지만, 사자성어나 한자어 같은 학업적 어휘는 전혀 알지 못했다. ‘양면테이프’를 ‘양념테이프’라 말해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들거나, ‘윷놀이’와 ‘옻닭’ 같은 전통문화를 이해하지 못해 교실에서 겉도는 경우도 있었다. 결국, 한국 고등학교에 적응할 엄두가 나지 않아 진학을 포기했다. 청강을 통해서라도 학교생활을 경험하고 싶었지만, 학업을 따라가기엔 한국어 실력이 부족하다며 거절당했다. 그렇게 나는 공교육 울타리 밖에서 이주배경을 가진 학교 밖 청소년이 되었다.
당시 필자는 학교라는 소속감이 없다보니 친구를 사귈 기회조차 흔치 않았고 자신감도 떨어졌다. 나와 비슷한 배경을 가진 아이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함께 공부하면서 위안을 얻을 수 있을텐데라는 생각을 하며 지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를 도와줄 사람이나 기관, ‘꿈드림 센터(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를 알지 못해 귀국 후 첫 1년은 굉장히 힘들고 외롭게 지낼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다양한 대외 활동에 참여하게 되면서 여러 친구들과 선생님들을 만나 자신감을 많이 회복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다른 이주배경아동·청소년 역시 정보 부족으로 인해 어려운 시간을 겪었음을 알게 되었다.
물론 지금도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제도와 센터는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정보가 절실한 중도입국 청소년들은 행정적 연계가 되지 않아 제도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또한, 어렵게 센터를 찾아가더라도 대다수의 아이는 한국 학교를 자퇴하고 온 일반 재학생 출신이기에 이주배경아동·청소년이 느끼는 문화적 이질감을 해소하기는 매우 어렵다.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예산도 부족하여 충분한 지원이 이뤄지기엔 한계가 있다. 공교육 재학생 1인당 제공되는 교육비에 비해 학교 밖 청소년에게 배정된 예산은 20배나 적고, 교과서조차 3명이 나눠 쓰며 필기 한 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아무리 좋은 취지의 프로그램이 있어도 당사자들이 참여하지 못하거나 겉돈다면 실효성이 있다고 보긴 어렵지 않을까.
우리 사회가 이주배경아동·청소년을 포용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특성과 상황에 맞는 실질적인 지원과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 우선 이주배경아동·청소년들이 혼자서는 배우기 힘든 한국의 실생활 문화를 또래들과 함께 경험하며 소통할 수 있는 맞춤형 문화 교류, 교육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자연스러운 교류와 함께 심리상담, 진학 안내, 그리고 한국인이라면 당연히 아는 문화를 배울 수 있는 특화 강의가 있다면 아이들이 정착 단계에서 겪는 혼란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주배경아동·청소년들 스스로 자신이 어떠한 제도적 지원 대상에 해당하고, 어떻게 하면 손을 내밀 수 있을지를 구체적으로 알고 접근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널리 알릴 필요성도 있다.
모든 아동에게 꿈꿀 기회만큼은 공평하기를 바란다. 언어와 환경의 차이, 정보 부재로 인해 청소년들이 너무 일찍 자신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도록 사회와 어른들이 좀 더 세심하게 사각지대를 살펴나갈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 이주배경아동·청소년들이 사회적 편견이나 소외감 없이 자신의 꿈을 마음껏 말하며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따뜻한 관심과 실효성 있는 지원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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