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국정감사] 아이 낳으라더니 지원금은 ‘나 몰라라’... 산모·신생아 사업 지방이양 ‘후폭풍’
난임시술비 지원사업과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업 국고사업으로 전환... 국감 이슈로 떠올라
저출생 대응을 위해 난임과 출산 지원을 확대해온 정부가 관련 사업을 지방자치단체로 이양하면서 지방정부의 재정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업에서는 예산 부족으로 서비스를 제공한 민간기관에 대금 지급이 지연되고, 일부 지자체가 업체에 대출을 안내하는 사례까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난임시술비 지원사업과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업에 대해서, 다시 국고 지원 사업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건의와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 지자체들, 난임시술비 지원사업과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업의 국고보조사업 전환 촉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소병훈 더불어민주당(경기 광주시갑) 국회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아 지난 5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는 지방이양 첫해인 2022년 5월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사업에 대한 예산 지원을 건의했고, 충청남도도 같은 해 6월 원활한 사업 수행을 위한 추가 예산 교부를 요구했다.
2025년에는 세종시가 국비사업 전환을 요구했고, 인천시는 ‘지역 간 재정여건에 따른 형평성 저해 우려’를 이유로 국고보조사업 전환을 건의했다.
같은 해 9월에는 인천·대전·경기·전남·경남 등 5개 시도가 난임시술비 지원사업과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업의 국고보조사업 전환을 공동으로 건의했다.
특히 대전시는 두 사업에 대해 지방이양 이후 수요 증가와 재정부담 가중을 지적하며 지방이양 철회 또는 전환기간 연장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배경에는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사업의 지자체 예산이 지방이양 전인 2021년 670억원에서 2022년 915억원, 2023년 1198억원, 2024년 1451억원, 2025년 1672억원으로 증가한 점이 있다. 2021년과 비교하면 4년 만에 1002억원, 149.6% 증가한 규모다.
또한 출산 이후 산모와 신생아를 지원하는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업에서도 지방이양에 따른 재정 부담과 예산 부족 문제가 현실화하고 있다.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업은 출산가정에 전문 건강관리사를 파견해 산모의 산후 회복과 신생아 돌봄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2007년 국비 지원으로 시작한 대표적인 사회서비스 바우처 사업이었지만, 2022년 지방이양사업으로 전환되면서 사업비를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는 구조로 바뀌었다.
사업 구조를 보면 지자체가 사업비를 한국사회보장정보원에 예탁하면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 시스템을 통해 서비스 제공기관에 비용이 지급된다. 따라서 지자체가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거나 예탁이 늦어지면 이미 서비스를 제공한 민간기관에 대한 대금 지급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국 곳곳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
베이비뉴스가 단독 취재한 결과, 한 지자체 보건소는 지난 6월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바우처 사업 예산이 상반기 출산율 증가로 빠르게 소진돼 남은 예산이 한 달도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제공기관에 안내했다. 다른 지자체 역시 출생아 수 증가와 미숙아 등 정책 변화로 예탁금이 부족해 서비스 비용 정산 지급이 지연되고 있으며, 지급 시점이 9월 말경으로 예상된다고 통보했다.
결국 산모와 신생아에게 서비스를 제공한 민간기관이 먼저 인건비와 운영비를 부담하고, 지자체의 예산 확보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심지어 서울의 한 자치구에서는 예산 부족으로 지급이 늦어지자 민간 바우처 제공기관에 대출을 안내하는 사례까지 나타났다. 지난해 전국 곳곳에서 발생한 미지급 사태가 올해 또다시 재연된 셈이다.
◇ “국가 출산지원정책 재정적 부담, 민간기관 희생으로 감당해서는 안 돼”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지원사업 제공기관들의 연합체인 한국산후관리협회는 지방이양 이후 반복되는 예산 부족과 정부지원금 지급 지연 문제를 국가 차원의 재정 구조 문제로 보고 있다.
한국산후관리협회는 8일 공식 성명을 내고 최근 소병훈 국회의원이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확인된 지방자치단체들의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지원사업 지방이양 철회 및 국고보조사업 전환 요구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와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국산후관리협회는 이를 두고 “그동안 한국산후관리협회가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지방이양사업의 구조적 문제와 국가 재정책임 강화의 필요성을 지방자치단체들 역시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산후관리협회는 지방이양 이후 지역별 재정 여건과 예산 편성에 따라 사업의 안정성이 좌우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 정부지원금 지급 지연과 미지급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산후관리협회는 “출산지원정책은 지역의 재정 여건에 따라 흔들려서는 안 되며, 민간 제공기관의 희생으로 유지돼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산후관리협회는 정부에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지원사업의 지방이양 철회 및 국고보조사업 전환을 수용하고, 지방이양 이후 반복되는 재원 부족과 정부지원금 미지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 재정책임 강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또한 국고보조사업 전환 전까지 재원 보전체계가 중단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마련하고, 이미 발생한 정부지원금 미지급 사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서정환 한국산후관리협회 회장은 “출산율을 높이겠다는 정책으로 출생아가 늘었는데, 정작 출생아가 늘자 산모·신생아 지원 예산이 부족해지는 역설적인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국정감사의 주요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이라면서 “저출생 대응을 국가적 과제로 추진한다면 난임시술비와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업을 지방정부의 재정 여건에 맡겨두는 것이 적절한지, 국가와 지방정부의 재정 책임을 어떻게 재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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