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병원 4곳 중 3곳 전문의 부족… “4년 내 진료체계 유지 어렵다”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전국 회원 병원 71곳 조사… 전문의 미충원·진료 축소 악순환
국내 소아청소년병원 4곳 중 3곳이 진료에 필요한 전문의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의료진을 구하지 못해 야간·휴일 진료를 줄이거나 중단한 병원도 10곳 중 6곳에 달했다. 현행 인력과 채용 여건이 이어질 경우 절반 이상은 4년 안에 현재의 진료체계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4일까지 전국 회원 병원 71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11일 공개했다. 조사 결과, 진료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전문의가 부족하다고 답한 병원은 53곳으로 전체의 74.6%를 차지했다. 전문의가 충분하다고 응답한 병원은 18곳(25.4%)에 그쳤다.
전문의 부족을 겪는 병원 53곳에 인력을 충원하지 못하는 이유를 물은 결과(복수 응답), ‘지원자가 없다’는 답변이 86.8%로 가장 많았다. 이어 지원자가 야간·휴일·입원 진료 근무를 기피한다는 응답이 71.7%, 지원자가 희망하는 급여 수준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응답이 58.5%로 나타났다.
전문의 채용에 나서더라도 인력을 확보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3년 이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채용을 시도한 병원은 68곳(95.8%)에 달했지만, 이 가운데 6개월 이내 채용에 성공한 곳은 19곳(27.9%)뿐이었다.
채용에 6개월 이상 1년 미만이 걸린 병원은 27.9%였으며, 1년 이상 소요된 곳도 11.8%였다. 채용을 시도했지만 조사 시점까지 필요한 전문의를 확보하지 못한 병원은 32.4%에 달했다.
의료진 부족은 진료 공백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3년 이내 전문의 부족을 이유로 진료를 축소하거나 중단한 경험이 있는 병원은 43곳으로, 전체의 60.6%를 차지했다.
축소·중단한 진료 유형(복수 응답)을 살펴보면 야간 진료가 33.8%로 가장 많았다. 외래 진료시간 단축이 29.6%, 휴일 진료 축소·중단이 28.2%, 입원 병상 축소가 23.9%로 뒤를 이었다. 달빛어린이병원 지정을 반납하거나 신청을 포기한 병원도 7.0%로 나타났다.
향후 진료체계 유지에 대한 전망도 밝지 않았다. 현재의 인력 상황과 채용 여건이 지속된다는 가정 아래 야간·휴일·입원 진료를 포함한 현행 진료체계를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는지 물은 결과, ‘2년 미만’이라는 응답이 28.2%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2년 이상 4년 미만’이라는 응답은 23.9%였다.
응답 병원의 52.1%가 현재의 진료체계를 4년 이내에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본 셈이다. 전문의 확보난이 장기화할 경우 소아청소년 환자들이 필요한 시기에 진료받기 어려워지고, 지역 내 소아의료 기반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전문의의 고령화도 문제로 지목됐다. 조사에 참여한 병원의 상근 전문의 313명을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40대가 34.5%로 가장 많았고, 50대 31.6%, 60대 16.6%, 30대 16.0%, 70대 이상 1.3% 순이었다.
특히 60대 이상 전문의 비중은 17.9%로, 30대 전문의 비중인 16.0%보다 높았다. 젊은 전문의 유입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의료진의 고령화까지 진행되면서 소아청소년병원의 인력난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는 전문의 확보가 어려워지는 가운데 진료 축소와 인력 고령화가 맞물리면서 소아청소년 진료체계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다고 보고 있다.
최용재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장(의정부 튼튼어린이병원장)은 "소아청소년병원은 소아의료의 허리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하려고 가까스로 버티고 있다"면서도 "조사 결과에서 보듯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정부가 제도적 안전장치와 지원책 마련을 미룬다면 지역 소아필수의료는 머지않아 제 기능을 잃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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