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의사회 “임신중지약 건보 적용, 법적 기준·안전대책 마련이 먼저”
“급여화는 국가가 의료행위 기준 인정하는 결정…법 개정 선행돼야”
이유주 기자yj.lee@ibabynews.com수정 2026.10.22 15:45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임신중지 의약품의 건강보험 적용에 대해 법적 허용 범위와 의학적 안전기준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2019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에도 관련 법률 정비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급여화부터 추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회장 김재연)는 21일 성명을 내고, 국회 일각의 임신중지 의약품 건강보험 직권 등재 요구와 정부의 급여 적용 검토 언급에 대해 “법률로 정해야 할 기준과 의학적 안전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급여화를 먼저 논의하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것”이라며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의사회는 불법 유통 약물로부터 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권 관리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급여 확대 여부는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을 통해 허용 범위와 절차가 정해진 뒤에 논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급여화는 단순히 약값 부담을 덜어 주는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해당 의료행위의 범위와 기준을 공적으로 인정하는 결정”이라며 “그 결정은 법률과 안전기준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의사회에 따르면 현재 임신중지에 대한 건강보험은 모자보건법 제14조가 정한 사유, 즉 모체 건강 위해와 강간 등에 해당하는 경우에 한해 적용되고 있다. 2019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7년이 지나도록 허용 주수와 사유, 상담·숙려 절차가 법률로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사유를 묻지 않는 임신중지까지 급여 대상으로 넓히는 것은 국회가 정해야 할 사항을 행정 절차로 먼저 결정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다만 의사회는 “현행 의학적·법적 사유에 따른 임신중지에 급여를 계속 적용하는 데에는 반대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안전성 문제도 제기했다. 의사회는 임신중지약이 투약 전 초음파로 자궁 내 임신 여부와 임신 주수를 확인하지 않으면 자궁외임신을 놓쳐 파열·대량출혈로 이어질 수 있는 고위험 전문의약품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사항에 따르면 미국 내 임상시험에서 수술적 처치가 필요했던 경우가 2.6%(임신이 지속된 0.7% 포함), 응급실 방문이 2.9~4.6%로 보고돼 있다.
의사회는 “불완전유산, 출혈, 감염이 생기면 즉시 자궁소파술 등 수술적 처치와 응급의료가 이어져야 한다”며 “대면 진료, 초음파 진단, 응급 연계, 사후 추적 기준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급여 여부부터 논의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처방 자격, 투약 장소, 사후 관찰 기준, 부작용 보고 체계, 의료진의 법적 보호와 처방 거부권은 행정 지침이 아니라 법률로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인터넷·SNS를 통한 불법 유통을 막기 위해 공급 경로와 사용량 관리, 처방 의료기관 기준, 이상사례 보고·추적 체계가 먼저 구축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은 “의사회는 임신중지약 도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법적 기준과 안전체계를 먼저 갖추자는 것”이라며 “이러한 기준을 갖춘 제도가 마련되도록 국회 입법 논의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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