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기록물 23만권 국가 이관했지만 전산화율 0.9%…완료까지 63년
올해 말 전산화율도 1.6% 전망…원본 훼손·분실 여부조차 파악 안 돼
이유주 기자[email protected]수정 2026.10.22 20:11
국가가 입양인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입양기록물 23만여 권을 넘겨받았지만, 전산화율은 0.9%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계획된 처리 물량을 기준으로 하면 전체 기록을 전산화하는 데 63년이 걸리는 데다, 과거 전산화 과정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고까지 발생해 예산·인력 확충과 기록물 관리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허종식 더불어민주당(인천 동구미추홀구갑) 의원이 국가아동권리보장원으로부터 제출받아 22일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보장원이 넘겨받은 입양기록물 23만 6,133권 가운데 올해 5월 말까지 전산화를 마친 기록은 2,100권(0.9%)에 불과했다. 보장원은 하반기 전산화 용역(9~12월)을 통해 약 1,580권을 더 처리할 계획이지만, 계획대로 진행돼도 올해 말 전산화율은 1.6%에 그친다.
이관 이후 연말까지 전산화 예정 물량은 모두 3,680권이다. 한 해에 이만큼씩 처리한다고 가정해도 남은 23만 2,453권을 모두 전산화하려면 정확히 63년이 걸린다. 상당수 입양인이 이미 중장년에 접어든 상황에서, 기록 접근이 늦어질수록 친가족을 찾을 기회도 사라지게 된다.
보장원은 지난해 8월 21일부터 9월 16일까지 홀트아동복지회, 동방사회복지회 등 종전 입양기관 8곳이 보관하던 입양기록물 23만 6,133권과 입양물품 732점을 이관받았다. 기관별로는 홀트아동복지회가 10만 7,949권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동방사회복지회 5만 5,663권, 대한사회복지회 5만 1,213권, 한국사회봉사회 1만 7,753권 순이었다.
원본 기록이 제대로 남아 있는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의원실은 이관 기록의 원본 훼손·분실 확인 건수를 요구했으나, 보장원은 구체적인 건수 대신 "보안관리, 항온·항습 유지 등 보존환경 관리를 통해 훼손을 방지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앞선 전산화 사업에서는 관리 부실로 대형 사고가 터지기도 했다. 2013~2022년 입양기록물 전산화 사업 과정에서 업체로부터 받은 CD 1장이 분실됐는데, 여기에는 입양인·입양부모·친생부모 개인정보 114만여 건이 담긴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4~5월에는 입양정보공개청구시스템 운영 초기 개발 오류로 다른 사람의 첨부파일이 조회되면서 해외 입양인 37명을 포함한 47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되기도 했다.
입양인이 친생부모를 찾거나 출생 배경을 확인하려면 입양 당시 기록을 열람해야 한다. 기록이 전산화되지 않으면 공개 청구가 들어올 때마다 담당자가 수많은 종이 기록을 일일이 뒤져야 해 처리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
허종식 의원은 "입양인의 알 권리를 보장하겠다며 기록을 국가로 모았지만, 지금 전산화 속도로는 60년이 넘게 걸린다"며 "기록을 기다리는 입양인들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전산화 예산과 인력을 대폭 늘리고, 원본 기록의 훼손 여부부터 전수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선 전산화 사업에서 개인정보가 담긴 CD를 잃어버린 아픈 기억이 있는 만큼, 이번에는 산출물 관리와 보안 대책을 철저히 세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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