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진로드 뜯어내고 새로 설치한 그 신부
"신랑 신부가 돋보는 결혼식 올리고 싶었어요"
친구의 소개로 만나 결혼을 약속하는 데 5일, 결혼 허락을 받기 위해 양가 부모님을 찾아뵙는 데 14일. 조영석(33) 씨와 김지수(24) 씨는 지난 5월, 사귄 지 한 달 만에 결혼날짜를 잡고 5개월간의 결혼준비를 거쳐 지난 25일 웨딩마치를 울렸다.
남들이 보기에는 미리 짜놓은 각본대로 술술 흘러가는 듯했지만 그리 녹록지 않은 과정이었다. 신랑 친구의 소개로 아이웨딩에 컨설팅을 의뢰하고 예식 장소를 결정할 때까지는 무난하게 진행되는 듯했다. 하지만 신부 김 씨는 결혼을 계획하며 확고하게 맘먹은 게 있었다. 신랑 신부가 돋보이는 결혼식을 올리겠다는 것, 장식 하나를 골라도 누군가 제시해준 것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본인이 직접 구상한대로의 실물을 찾아 선택하겠다는 것이었다.
◇ 손 많이 탄 예식 준비, 결과는 대만족

제일 먼저 김 씨가 손을 댄 곳은 버진로드다. 예식을 올릴 홀에는 약 2:3 비율 직사각형 면적에 좁은 면의 벽을 앞쪽 무대로 놓고 중앙으로 길게 버진로드가 설치돼 있었다. 신랑 신부가 입장하는 순간을 제외하면 뒤쪽 객석에서는 신랑 신부를 선명하게 보기 어려운 구조였다. 오른편 전후방으로 스크린이 설치돼 있긴 했지만 모든 객석에서 잘 보이는 위치에 놓인 건 아니었다.
그래서 식장에 버진로드 구조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다소 과감한 제안이었다. 하지만 공간 활용상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손이 많이 가는 일이긴 했지만 효율적인 공간 활용과 독창적이고 구체적인 콘셉트까지 제시하는 김 씨의 설득에 식장에서도 OK 사인을 내렸다.
무대는 넓은 면의 벽을 기준으로 설치했다. 무대를 향해 버진로드로 걸어 나오되 신랑은 왼편에서, 신부는 오른편에서 입장할 수 있도록 T모양으로 입장 라인을 연장 설치했다. 오른쪽 전후방에 자리했던 스크린은 자동으로 좌우편 신랑손님과 신부손님이 편하게 볼 수 있는 앞쪽 좌·우측으로 배치가 바뀌었다.
조명의 각도도 수정했다. 무대와 버진로드 배치를 변형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무대 중앙 앞편과 뒤편에 조명이 서로 마주 보도록 설치해 버진로드와 무대에 선 신랑 신부를 또렷이 볼 수 있게 했다. 객석은 조도가 낮은 핀 조명으로 각 테이블을 밝히게 하고 다른 조명은 거의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꽃장식도 직접 손을 썼다. 식장에서 권하는 업체나 스타일이 있었지만 직접 손을 대는 편이 좋을 거란 생각에서였다. 취미로 꽃을 공부한 적이 있어 꽃의 이름, 쓰임새와 가격을 잘 알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평소에 생각해왔던 꽃장식 콘셉트를 가까운 플로리스트에게 전하고, 조율을 거쳐 꽃부터 초를 담을 화기, 리본 등 리넨 뿐 아니라 높이, 컬러까지 모두 직접 선정했다. 덕분에 열 단 꽂을 꽃을 스무 단 꽂고 가격은 약 2배 낮춰 장식을 설계할 수 있었다.
◇ 선택과 결제의 반복, "꼼꼼하게 골랐는데도 아쉬움 남아"

결혼 준비에서 가장 어려운 건 쉴 새 없이 결정해야 할 것, 결제할 것이 쏟아진다는 점이었다. “간단하게 준비하고 싶어도 그렇게 안 되더라. 이건 준비해본 사람만이 안다.” 대부분 신부가 하는 이 말은 김 씨에게도 적용됐다. 그녀는 “결혼을 이틀 앞두고 보니 제일 아쉬운 건 무언갈 선택할 때 더 꼼꼼히 여러 가지 사항을 비교해보지 못한 점이다. 결혼 준비가 처음이고, 선택할 게 워낙 많아서 신중하게 선택한다고 해도 뒤돌아보면 ‘저것도 있었네!’ 싶은 것들이 태반이었다”며 아쉬운 마음을 털어놨다.
신부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 중 하나인 예단은 다행히 좋은 시부모님을 만나 걱정을 크게 덜었다. 그녀는 “두 집 다 개혼이고 해서 예단을 어느 정도 보내는 게 좋겠다고 시어머님께 말씀드렸더니 요즘 세상에 그런 격식은 안 차려도 괜찮다며 손사래를 치셨다. 우리 쪽에서는 그래도 보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해서 안 받으시겠다는 걸 졸라 옷 해 입으실 정도만 간략하게 보냈다”며 예단에 얽힌 일화를 풀어놨다.
듬직한 신랑도 결혼 준비 부담을 더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결혼 준비 과정을 신부에게 일임한 만큼 선택을 존중, 양보해주고 다독여가며 조력을 더했다. 김 씨는 “내가 서투른 부분이 많은데 옆에서 지켜보면서 따라주는 모습을 보며 ‘결혼 정말 잘하는구나’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예전에는 신랑이 내 친구들 만나 한턱 내고 하면 으쓱하는 마음에 좀 더 쓰라고도 했는데 이제는 신랑이 지갑 여는 일을 줄여주려고 먼저 고민하게 된다”며 신랑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담배를 피지 않겠습니다. 늘 젊어 보이게 하고 다니겠습니다." "가계부를 열심히 쓰겠습니다. 요리를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지금의 아름다움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지키겠습니다". 두 사람이 본식에서 각각 서로에게 건넨 세 가지 약속이다. 그렇게 두 사람은 5개월간의 여정을 마치고 다시 새로운 문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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