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사치품? ‘가난한 사랑 노래’ 현실 되나
美, 젊은층 소득 낮을수록 결혼율 낮다
최근 해외에서 결혼이 과연 사치품(luxury good)인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경제학에서는 사치품을 소득탄력성(수요증가/소득증가)이 1보다 큰 재화로 정의한다. 하지만 사치품을 쉽게 설명하면 "돈 있는 사람은 살 수 있고 돈 없는 사람은 살 수 없는 상품"이란 뜻이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매체인 CNBC는 "먼저 사랑이 오고 나서 결혼이 온다는 오랜된 격언을 이제는 잊어야 한다"며 "오늘날에는 먼저 학벌, 좋은 직업, 집과 통장이 온 뒤에야 결혼에 대해 얘기할 수 있다"며 결혼이 사치재가 됐음을 지적했다.
매체는 이어 최근에는 대학 졸업장을 갖고 있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더 많이 결혼하고 , 결혼 생활을 유지할 확률이 높다면서 결혼한 사람이 미혼인 사람보다 경제적으로도 더 부유한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매체는 온라인을 통해 "결혼하기 전에 좋은 재정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가?"라는 설문을 진행했다. 4일 오후 현재 약 2만7000명이 투표에 참가했으며 이 중 67%(1만8300명)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결혼을 사치품으로 보는 것에 반대하는 시각도 있다. CNBC의 보도가 나오고 며칠 뒤인 30일 미국 시사지 더 애틀란틱의 데릭 톰슨 선임 편집인은 "결혼을 '사치품'으로 부르는 걸 멈춰라"라는 기사를 통해 반론을 제기했다.
톰슨은 "최근 결혼을 부자는 할 수 있고 가난한 사람은 못하는 사치재로 보는 많은 보도들이 있었다"며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혼이 만약 사치재라면 소득과 높은 상관관계가 있는 교육 수준에 따라 결혼 하는 사람의 비율이 무척 달라야 하지만 실제로는 교육 수준과 상관없이 결혼율은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46세가 될 때까지 대학을 졸업한 사람의 89%가 결혼을 하며 고등학교 졸업자와 중퇴자의 경우 각각 87%와 81.3%가 결혼을 했다고 설명했다. 즉 결혼이 사치재의 특성을 띠지 않는 다는 것.
하지만 그는 교육 격차와 결혼율에는 차이가 없지만 이혼율의 경우 교육 정도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고 부연했다. 교육 정도가 낮을수록 이혼율이 높다는 것. 46세까지 고등학교 중퇴자의 이혼율은 58.8%로 대학 졸업자의 이혼율 29.8%의 약 두 배였다.
또 흑인들의 경우 백인들에 비해 결혼하는 시기가 늦고 결혼하는 비율도 낮았다. 46세가 될 때까지 백인의 90.4%가 결혼하는 반면 흑인의 68.3%만이 결혼을 했다.
결혼은 사치재가 아니라는 톰슨의 주장에 대해 같은 날 더 애틀란틱의 또 다른 편집인 조단 웨이스만은 '유감스럽게도 결혼은 사치재가 맞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앞선 톰슨의 주장은 2010년 기준 46세 이상의 초기 베이비부머를 대상으로 한 장기적인 통계로, 오늘날의 미국 젊은이들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다는 것. 웨이스만은 2012년 미국 인구조사 통계를 바탕으로 젊은 세대일수록 소득이 낮을 경우 결혼할 확률이 부모 세대에 비해 훨씬 낮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그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대체적으로 소득이 낮을수록 한 번도 결혼하지 못한 남성의 비율이 높으며 젊은층일수록 그 정도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20대 중에도 연소득이 연간 약8000만원 이상으로 부유할 경우 예외적으로 소득이 적은 남성보다 결혼을 하지 않을 확률이 더 높았다.
웨이스만은 결혼을 해서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중산층이 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인데, 가난한 사람들은 이 기회마저 놓침으로써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처음부터 얻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경림 시인의 시처럼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가난하면 결혼하기 어려운 것'은 어느정도 사실인 셈이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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