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8일 ‘제103회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지난 9일 KBS 뉴스9의 [이슈&뉴스]에서는 ‘여성시대 ‘명과 암’ 육아부담 해법은?’이라는 주제로, 늘어나는 직장 여성들의 고민을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워킹맘들의 일-가정 양립이 어려운 현실을 엿볼 수 있었다.
결혼을 하지 않거나 직장을 그만두거나
유명 레스토랑 브랜드 8곳의 마케팅을 총괄하고, 대학 전임강사로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직장 생활 11년차의 성상희 씨는 “지금처럼 편하게 제 맘대로 시간을 활용해서 일에 집중할 수 있는 부분은 조금 상황이 달라질 거 아니에요”라며 결혼을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민경란 씨는 “둘째를 임신해 두 달 전에 일을 그만뒀다. 일단은 아기 키우는 데 집중한 다음에 나중에 일자리를 찾아보게 되지 않을까 싶은데 그 땐 과연 내가 원하는 걸 할 수 있을까…”라고 말하며 착잡한 표정을 보였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의 사회진출은 늘었지만 여전히 OECD 국가 평균인 62%보다 크게 밑도는 47%로 나타났다. 또한 남녀를 비교한 성불평등지수에서는 전체 138개 나라 가운데 90위로, 남녀 간의 격차가 크게 나타났다. 즉, 한창 일할 30~40대 여성의 경우 육아문제로 직장을 그만두면서 경력이 단절된다는 것.
많은 직장 여성들은 출산 후 육아에 전념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거나 일자리를 옮길 수밖에 없다.
젖동냥까지 하는 워킹맘
출산을 하고 넉 달 전에 복직한 김문정 씨는 “생후 1년동안은 모유를 먹이기로 결심했는데, 일을 하면서 모유를 모으는 일이 어렵네요. 점심 먹고 짜고, 여섯 시 넘어서 짜는데, 괜히 좀… 땡땡이는 아니지만 10분, 15분도 좀 눈치 보여서…”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내비쳤다.
김 씨처럼 출산 후 복직한 여성들은 모유 수유 때문에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한 인터넷 육아카페에는 ‘복직하면서 억지로 모유를 끊었는데, 아이가 분유를 거부한다’며 모유를 구한다는 글이 넘쳐난다.
남는 모유를 보관했다가 나눠주고 있는 지아임 씨는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올 때까지는, 모유를 계속 하는 동안은 나눌 수 있는 만큼 나눠야겠다고 생각해서…. 근데 모유를 나눠달라는 신청이 너무 많네요”라며 곤란해 했다.
많은 엄마들이 양육비 부담으로 직장을 다니면서 모유를 끊을 수밖에 없었고, 아이가 분유가 아닌 모유만을 원할 때 모유 동냥까지 해야 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엄마는 일하고 할머니가 아이를 돌본다
양육비 부담으로 맞벌이하는 가정이 늘면서 할머니가 돌보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등ㆍ하원 시간 어린이집 앞에서 할머니들이 손자를 기다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숙자(68) 씨는 “못 아프지, 어디 갈 수도 없어. 아이들 때문에 남들은 다리 수술한다고 그러는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다섯 살짜리 외손자와 생활하는 이상림(68) 할머니는 “딸이 다니는 직장에 육아시설이 돼 있으면 딸이 아이를 키울 수 있을 텐데….. 힘들어도 내가 봐야지 어떻게 해요? 힘들어도!”라고 말하며 내심 직장에 다니는 딸이 둘째를 낳는다고 할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많은 엄마들이 양육비 부담으로 직장을 다니면서
모유를 끊을 수밖에 없었고, 아이가 분유가 아닌 모유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