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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식 분위기 정도는 낼 수 있어야죠”

공공시설 예식장 개방사업 겉돌아…국민들 '외면' 국립도서관·청와대·서울시 3곳 빼고는 찾는 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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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 뛰~ 뛰~’

 

상대방이 통화중이라는 알림음에 여러 번 수화기를 내려놨다. 휴일에 국제회의장을 결혼식 장소로 시민에게 개방하는 국립중앙도서관 측과 인터뷰를 하기 위해 전화를 건 터였다. 결혼식 문의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총무과의 전화 회선 한 개. 어렵게 연결된 수화기 너머에서는 “기자님들이 워낙 기사를 많이 써주셔서 덕분에 바쁘네요. 하하!”라며 농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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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례허식에서 벗어나 건전한 결혼식을 올리려는 젊은이들이 늘면서 공공시설 결혼식에 관한 관심도 늘었다. 하지만 국립중앙도서관, 서울시 시민청, 청와대 사랑채 등 일부 시설로만 시선이 쏠리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구청이나 회관, 강당 등 무료 개방을 자처하는 곳이 많아졌지만 간혹 문의를 해오는 경우는 있어도 신청자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 시민청 태평홀 결혼식 모습.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서울시 시민청 태평홀 결혼식 모습. 이기태 기자 [email protected] ⓒ베이비뉴스

 

국립중앙도서관에는 하루 평균 10건의 결혼식 문의가 들어온다. 하지만 예식이 가능한 휴일은 실질적으로 1년에 100여 일에 불과하다. 형평성을 고려해 방문 선착순 접수를 받고 있는데, 관심이 많이 쏠리다보니 볼멘소리도 적지 않다. 지난해 2번의 결혼식 신청자 모집을 거치며 ‘접수 간격을 좁히고 횟수를 늘려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달라’는 건의를 많이 받아 올 하반기부터 분기별로 받는 방법으로 바꿀 계획이다. “인터넷 접수를 원하는 등 많은 건의가 있지만 모두 수렴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이곳 관계자의 설명이다.

 

서울시 시민청의 예식 관련 담당 부서도 쏟아지는 결혼식 관련 문의에 늘 바쁘다. 시민청 결혼식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서울문화재단의 한 관계자는 “혼례문화 개선에 동참하고 검소한 결혼식을 계획하는 분들을 위해 개방되고 있어서 이에 맞는 사연을 적어주신 분 중 선발해 분기별로 예정자를 정하고 있다”며 “꼭 필요한 분들에게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신청 방식을 조금씩 수정하고 있지만 늘어나는 신청자를 모두 받을 수 없어 안타깝다”고 전했다.  

 

청와대 사랑채는 공공시설 중 결혼식 신청이 가장 어려운 장소로 꼽힌다. 지난해 경쟁률은 4:1. 공공시설 예식 장소 정보를 제공하는 혼례종합정보센터를 통해 1년에 단 한 번 접수를 받아, 작은 결혼식의 의미에 부합하는 커플을 선발한다. ‘하객은 100명만’, ‘예식은 간소하게’ 등의 조건에 기꺼이 그러겠노라 약속한 40여 커플이 지난해 사랑채에서 웨딩마치를 울렸다.

 

혼례종합정보센터 게시판에서도 특정 시설에 대한 쏠림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결혼식 장소를 개방한 공공시설이 130여 곳이나 되는데, 게시판에 올라온 게시물들은 국립중앙도서관, 서울시 시민청, 청와대 사랑채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다. 혼례종합정보센터 관계자는 “장소 자체의 매력도 있어야 하고 기관 측에서 별도로 비용을 들여 예식을 위한 공간을 꾸며야 눈길을 좀 받는데, 어지간해서 예산 내기 쉽지 않으니 세 곳만 주목 받는 현상이 지속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 세 곳을 제외한 다른 공공시설의 모습은 조금 다르다. 이따금씩 결혼식 문의만 들어오는데, 실제 결혼식을 치르겠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지난해부터 대강당을 시민을 위한 무료 예식 장소로 개방키로 결정한 청년여성문화원 한 관계자는 “아직 공공시설 결혼식이 일반인들이 생각하기에 보편적인 결혼식은 아니다 보니 문의만 하고 신청은 하지 않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작은 결혼식을 위한 공공시설 예식을 준비하다가 신청 접수 기간이 결혼 준비 기간과 맞지 않아 포기했다는 송지연(30) 씨는 “우리가 정한 최소한의 조건에 맞는 곳들은 신청 일정이 안 맞아 넘보지도 못했다. 아무리 강당이어도 예식 분위기 정도는 낼 수 있는 장소가 양손에 꼽을 만큼은 돼야 마음 편히 알아보고 준비할 수 있을 텐데 선택 폭이 너무 좁고 일정이 촉박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숙자 여성가족부 가족정책실 과장은 “많은 기관의 동참을 얻어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공공시설들은 없는 일을 만들어 해야 하는 부담으로 힘들어하니 고민이 크다”며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끌어내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다양한 기획을 통해 많은 시설의 문이 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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