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박스 아기들로 가득찬 양육시설
베이비박스 아기들로 가득찬 양육시설
  • 정가영 기자
  • 승인 2014.05.27 1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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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버리지 않는 세상 만드는게 가장 중요"

 【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특별기획] 갓난 아기를 버리는 나라

 

아동 유기는 명백한 범죄다. 그리고, 제 자식과 같이 살 수 없게 만드는 우리 사회는 유죄다. 부모 품 안에서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온 국민들의 관심이 필요한 때다. 서울 관악구 난곡동 주사랑공동체교회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들은 결국 장기양육시설에서 생활하게 된다. 서울시 성동구 하왕십리동에 위치한 아동복지시설 ‘이든아이빌’을 방문해 베이비박스 아기들이 자라고 있는 현실을 들여다봤다. 

 

◇ 시설 신생아반 전부 베이비박스 아기···아기를 버리는 나라

 

“동생이야, 동생. ‘반가워~~’ 인사해야지. 코 자니까 아기는 만지면 안 돼요.”

 

지난 21일 오후 5시 20분께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동에 위치한 아동복지시설 이든아이빌. 영유아들이 생활하는 301호로 이소영 원장이 갓난 아기를 안고 들어서자 3~4살 된 아이들이 “아가~ 아가~”하면서 아기를 반갑게 맞이하며 웃는다. 아이들은 자기보다도 작은 아기가 신기한지 이 원장 곁을 맴돌며 뛰어다닌다. 이날 이든아이빌에 들어온 아기는 생후 10일된 여자 아기다. 서울 관악구 난곡동 주사랑공동체교회의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는 서울시아동복지센터에서 이곳 시설로 왔다.

 

신생아반 침대에 막 누운 생후 10일된 갓난 아기는 배냇짓을 하는지 입꼬리를 올리며 씰룩 웃는다. 이든아이빌의 큰엄마인 이소영 원장은 “순하게 생기지 않았어요? 머리숱도 어쩜 이렇게 많아”라며 사랑스럽게 쳐다봤다. 이 원장이 토닥토닥 몸을 만져주자 아기는 또 배냇짓을 해댄다. 아기는 어떤 행복한 꿈을 꾸고 있는 걸까. 너무나 평온하게 잠들어 있었다. 이 원장은 “이렇게 예쁜 아기를 어떻게 버렸을까···”라고 혼잣말을 하며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아동복지시설 '이든아이빌' 이소영 원장이 태어난 지 열흘된 베이비박스 아기를 품에 안고 들어서자 한 아이가 반갑게 맞이 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아동복지시설 '이든아이빌' 이소영 원장이 태어난 지 열흘된 베이비박스 아기를 품에 안고 들어서자 한 아이가 반갑게 맞이 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생후 10일된 갓난 아기는 ‘잘 키워서 입양 보내주세요’라는 쪽지와 함께 베이비박스에 버려졌다. 베이비박스에 버려지면 관악구청 직원에 의해 서울시아동복지센터로 옮겨져 며칠 생활하다, 결국 서울시 32개 양육시설 중 한 곳으로 가게 된다. 생후 10일된 갓난 아기는 이곳 막내가 돼, 5~6개월 된 4명의 아기들과 함께 신생아반에서 생활하게 된다.

 

이날 생후 10일된 갓난 아기가 이든아이빌로 들어올 수 있었던 건 기존 신생아반에서 생활하던 돌 지난 아기가 유아들이 지내는 방으로 옮겨 가기로 하면서 한 자리가 남았기 때문. 신생아반의 정원은 5명, 10명 이상의 아기들이 자라고 있는 다른 시설에 비하면 그나마 양호한 편이지만, 신생아를 돌보는 게 어렵긴 마찬가지다. 먼저 들어온 아기들도 모두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들이다. 아기들은 생후 10일된 갓난 아기가 들어온 걸 아는지 모르는지 배를 바닥에 대고 기느라 정신이 없다.

 

◇ 양육시설 모두 베이비박스 아기들로 포화상태···인력 부족도 심각 

 

이든아이빌에 베이비박스 아기가 처음 들어온 건 2011년이었다. 작년부터 베이비박스에 버려지는 아기들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이든아이비를 포함해 32개 서울시 양육시설은 빈자리가 없을 정도다.

 

이 원장은 “유기 아동이 발생하면 서울시아동복지센터에서 각 시설로 연락이 온다. 자리가 있는 시설로 아기들이 오게 되는데, 현재 모든 시설이 다 포화상태”라며 “전에는 거의 연고가 있는 아기들이 대부분이라 명절에 데려가기도 하고 찾아오기도 하는데, 작년부터는 무연고인 베이비박스 아기들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버려지는 아기들이 늘어나면서 아기를 돌볼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신생아반의 생활지도원은 총 2명. 24시간 교대로 아기 5명을 돌보니 하루 종일 혼자 5명을 돌보는 셈이다. 아기 한 명을 키울 때도 온 가족이 신경 써야 하는데, 선생님 한 명으로는 어려움이 많다. 혼자 아기들 목욕, 수유, 기저귀 갈기 등을 다 하다 보니 몸이 성한 날이 없다. 생활지도원 선생님은 “한 명이 울면 다 같이 우니 잠을 깊게 못 잔다”고 토로했다.

 

다행히 자원봉사자들이 오는 낮 시간에는 그나마 수월하다. 매주 수요일 2시간씩 이곳을 찾는다는 한 봉사자는 한 아기를 안고 모빌놀이를 해주며 시간을 보냈다. 봉사자는 “이곳에 왔다 가면 아기들이 눈에 엄청 밟힌다”며 “아기들이 너무 예뻐서 안아주고 싶지만 되도록 안아주지 않으려고 한다. 괜히 손 타면 선생님이 혼자 애들 돌보기 힘들지 않겠느냐”고 귀띔했다.

 

한창 엄마와 일대일 애착관계를 형성해야 하는 아기들이 여러 아기들과 사랑을 나눠 받다 보니, 정서적으로 부족함이 있을까 걱정이 많다. 이 원장은 “0~3세 시기가 제일 중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인력부족으로 제대로 기르지 못하니 안타깝다. 5명의 아기를 돌보려면 최소 4명의 직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아기들은 가족에게 사랑받고 자라야”···아기 버리지 않는 사회 절실

 

아기들은 탯줄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시설로 들어오기도 했다. 이 원장이 꺼내 보여준 아기들의 앨범에는 아기들의 성장 과정을 담은 사진과 함께 시커먼 탯줄이 담겨 있었다. 처음으로 이발한 날을 기념하는 머리카락도 기록으로 남겨뒀다. 이든아이빌 직원들은 아기를 버릴 당시 남겨진 쪽지 내용이나 시설에 누군가 찾아왔다는 기록 등 작은 메모까지도 빠짐없이 적어두고, 혹시 자료가 없다면 주사랑공동체교회에 직접 방문해 아기가 버려졌을 당시의 자료를 받아오기도 한다. 가정형편이 어렵다는 이유로, 미혼모라는 이유로 세상에 버려진 아기들. 아무런 연고가 없는 아기들에게 하나하나의 작은 기록들은 훗날 아기들이 자라서 자신의 출생을 궁금해 하거나 부모를 찾을 때 소중한 자료가 된다.

 

물론 시설에서도 온 힘을 다해 아기들을 키워나가지만, 가족의 품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이 원장은 되도록 베이비박스 아기들을 맡아줄 입양 부모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물론 국내 입양이다. 원 가정으로 복귀하는 게 가장 중요하지만 그럴 수 없다면 입양을 보내 가정에서 자랄 수 있도록 해주고, 그것도 어렵다면 최후의 선택으로 시설에 머물러야 한다는 게 이 원장의 생각이다.

 

이 원장은 “시설에서 꼭 지낼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면 시설에서 잘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키운다고 해도 가정에서 가족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아이의 얼굴은 다르다. 입양을 갔다 놀러온 아이들의 그 밝고 행복한 모습을 보면 ‘아이들은 저렇게 가정에서 커야 정상이지’라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베이비박스를 통해 이곳으로 들어온 아기들은 총 11명, 그 중 입양을 통해 새로운 가족을 얻은 아기들은 총 3명이다. 이 원장은 “아기를 버리지 않고 가정에서 키울 수 있는 사회가 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불가피하게 사정이 생겨 시설에 왔다면, 시설에서 해줄 수 있는 건 국내 입양을 갈 수 있도록 하거나 제대로 환경을 만들어 잘 길러주는 것”이라며 “아기들을 제대로 기를 수 있도록 생활지도원 등의 인력 지원이 필요한 이유”라고 재차 강조했다.

 

신생아반 문을 열고 나오니 3~4살 된 아이들이 ‘뽀롱뽀롱 뽀로로’ 노래에 맞춰 몸을 흔들고 있었다. 해맑게 웃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보였다. 갑작스레 방문한 기자에게도 거부감 없이 다가오는 아이들, 모두 가족의 사랑을 받고 자라야 할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이다.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동 '이든아이빌'에서 생후 5개월된 아기들이 배밀이를 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동 '이든아이빌'에서 생후 5개월된 아기들이 배밀이를 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서울시 성동구 하왕십리동 '이든아이빌'에서 생활하는 만 2세, 3세된 아이들이 손님이 들어서자 반갑다고 뛰놀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서울시 성동구 하왕십리동 '이든아이빌'에서 생활하는 만 2세, 3세된 아이들이 손님이 들어서자 반갑다고 뛰놀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 베이비박스 후(後) 캠페인은?

 

후 캠페인은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들의 건강한 성장과 자립을 지원하기 위한 복지사업의 일환으로 아기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제2의 부모, 후견인을 발굴하여 결연 매칭을 해드리는 캠페인입니다. 시설에서 약 20년간 생활하다가 만 18세가 되면 자립연령이 되어 시설에서 퇴소를 해야하는 아이들. 그 아이들의 건강한 자립을 위해 한 아이당 10명의 후견인을 결연하여 돕는 것이 목표입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아동복지 66년의 역사를 가진 국내 최대 아동복지전문기관으로, KBS사랑의 리퀘스트를 함께 방송하며 국내외 아동의 생존, 교육, 발달 지원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기후원문의: 02-325-2257 일시후원계좌번호: 국민은행 6585901-1003818 (예금주: 어린이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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