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배려로 유모차 보행이 행복해져요
작은 배려로 유모차 보행이 행복해져요
  • 기고 = 김윤철
  • 승인 2014.06.25 18: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숙하지 못한 보행환경, 작은 실천부터 제안합니다

[특별기획] 우리 동네 좀 고쳐주세요 - 가고 싶은 유모차, 갈 수 없는 우리 동네

 

안녕하세요. 서울 시장님과 시민 여러분. 저는 며칠 전 돌잔치를 끝낸 도담이 아빠 김윤철입니다. 오늘은 아내와 만난 지 14주년이 되는 날이고, 아들이 태어난 지 370일 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아내의 권유로 오래 전에 글을 쓴다는 것이 오늘에서야 더는 미루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이렇게 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저는 베이비뉴스의 값진 캠페인을 접하고, 한 아이의 아빠로 전국 각 지역의 시장님들께 보내는 편지들에서 느껴지는 유모차의 열악한 보행환경에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많은 분들의 글과 사진은 우리 사회가 교통약자에게 아직까지도 성숙하지 못한 환경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앞서 편지를 보내오신 많은 분들의 제안과 건의사항들은 정부 차원의 예산 확보와 더불어 점진적인 개선이 시급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편지를 시장님께만 쓸 것이 아니라 시민여러분께도 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모차를 끌면서 '한 아이를 키우는데 마을 전체의 힘이 필요하다'는 말을 더 공감하게 되었는데, 시민여러분의 제안과 건의와 더불어 작은 배려, 아이디어가 있다면 유모차가 다니는 환경개선에 감초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사실 저희 부부는 연애기간 내내 전국 어디든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여행을 다녔고, 아직까지 자가용을 보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결혼하면서 서로 합의하에 현재까지 5년째(앞으로도..) TV를 들여놓지 않은 것처럼, 이런저런 이유로 아직 한 살 배기 아들을 데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동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유모차를 끌며 느껴지는 불편함과 작은 배려의 아쉬움에 대해 누구보다도 더 잘 말씀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시장님, 그리고 시민여러분께 큰 정비 사업보다 작은 아이디어와 실천이 있다면 바로 개선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먼저 시장님께 지하철 보행환경에 대해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서울시와 수도권의 여러 기사에서 제보된 것과 같이 지하철 1호선의 엘리베이터 문제 등 보행환경은 심각합니다. 다행히 연차별 계획에 따라 3년 이내에 대부분 개선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하루 이틀이 아닌 오랜 기간을 또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라 그 전에 이런 것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모유 수유 중인 아내가 지하철마다 표기된 수유실 정보를 확인하고, 도움을 얻었듯이 유모차를 끌고 이동 중인 사람들에게 단절된 구간에 대한 정보가 정리되어 역사에서 제공된다면 정말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됩니다.

 

또한 대중교통으로 이동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주는 스마트폰 앱이 있듯 유모차의 보행을 안내해주는 앱이 개발된다면 좋겠습니다. 아마도 이러한 앱의 개발에는 큰돈이 들지 않으면서 많은 교통약자들이 도움을 얻는 소중한 정보가 되지 않을까요?

 

이촌역 엘리베이터. 긴 계단을 지나야 환승이 가능하다. 유모차는 갈 수 없다. 안내 문구는 역사 어디에도 없고, 엘리베이터 앞에만 있다. ⓒ김윤철
이촌역 엘리베이터. 긴 계단을 지나야 환승이 가능하다. 유모차는 갈 수 없다. 안내 문구는 역사 어디에도 없고, 엘리베이터 앞에만 있다. ⓒ김윤철

 

다음으로 저상버스에 대해서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저희 부부는 최근 베이비뉴스의 캠페인과 기사를 통해 저상버스가 휠체어 뿐 아니라 유모차도 탑승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지하철로 돌아가야 할 곳을 버스를 이용해 가 보았습니다.

 

다행히 여러 번 탑승했고, 서울시 저상버스 기사님들은 승차거부는 하지 않으셨습니다. 유모차가 내리기 쉽게 차량 내 슬로프장치를 내려주시거나 하지는 않으셨지만, 아내와 달리 팔 힘이 센(?) 저는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기띠가 아닌 유모차가 버스에 탑승하니 한적한 버스라도 승객들의 눈총이 참으로 따갑더군요. 장애인용 휠체어가 주차하기 쉽게 닫았다 열었다 할 수 있는 간이의자에 앉아 계신 승객께서는 그 곳에 유모차도 주차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르시는 것 같았습니다. 안내 픽토그램에 유모차는 없으니 당연한 것이겠지요.

 

이러한 심리적인 부담 외에도 혹시나 버스가 급정차를 하거나 할 때 아기의 안전에 문제가 될 것 같았습니다. 이런 문제는 시민들에게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것이고, 사회적인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아서라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각 버스정류장이나 버스에 정보안내와 더불어 배려해 달라는 홍보를 시작한다면 유모차의 버스 탑승 환경도 크게 개선될 수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버스 안에서 안전장치 없이 유모차가 통로에 서 있는 것은 참으로 위험하다. 그러나 본인이 앉아있는 자리에 유모차가 정차되어야 하는 것을 대부분의 승객은 알지 못한다. ⓒ김윤철
버스 안에서 안전장치 없이 유모차가 통로에 서 있는 것은 참으로 위험하다. 그러나 본인이 앉아있는 자리에 유모차가 정차되어야 하는 것을 대부분의 승객은 알지 못한다. ⓒ김윤철

 

버스하차 시 필요한 슬로프가 정작 유모차에게 허락되지 않는다. ⓒ김윤철
버스하차 시 필요한 슬로프가 정작 유모차에게 허락되지 않는다. ⓒ김윤철

 

세 번째는 편한 길의 조성도 중요하지만 지속적인 보행로 정비 사업에 대해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보행자가 많은 곳의 대기 공간은 다른 곳 보다 쉽게 부서지고 파여 있습니다. 유모차를 끌고 여성들이 횡단보도를 건널 때 아주 쏜살같이 건너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아기의 안전과 무게 때문에 빨리 걷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지인이 건널목에서 유모차 바퀴가 파인 보도블록에 끼어서 몹시 당황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보행인구가 많고, 수시로 보수가 필요한 곳에 대해 좀 더 집중적으로 관리한다면 위험한 상황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보행인원이 많은 곳은 대부분 다른 곳보다 쉽게 파인다. 유모차 바퀴가 걸려 자칫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김윤철
보행인원이 많은 곳은 대부분 다른 곳보다 쉽게 파인다. 유모차 바퀴가 걸려 자칫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김윤철

 

마지막으로 시민여러분께 요청 드리고 싶습니다. 얼마 전 아내는 아이와 둘이서 여수를 다녀왔습니다. 유모차를 끌고 KTX를 성공적으로 탑승했더군요. 기차에 유모차가 어떻게 탑승했을까요? 어떤 슬로프가 내려오거나, 탑승 높이가 지상과 같거나 하지 않았답니다. 유모차를 끌고 입구에 서니 지나가던 군인 청년이 유모차를 들어 올려주고, 복도에 잠시 서 있던 남성이 유모차를 접어주었다고 하더군요.

 

승무원이 없어도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사회적 배려가 참 따뜻하고 고마웠습니다. 유모차에 어려움이 있는 것 같아 보일 때 먼저 다가가 도울 수 있는 배려가 곳곳에 있다면 유모차의 보행은 더 행복해 질 것 같습니다.

 

유모차를 들어주는 군인. ⓒ김윤철
유모차를 들어주는 군인. ⓒ김윤철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탑승이 불가능한 KTX. ⓒ김윤철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탑승이 불가능한 KTX. ⓒ김윤철


[공모 안내] '우리 동네 좀 고쳐주세요 - 가고 싶은 유모차, 갈 수 없는 우리 동네' 기사 공모에는 누구나 자유롭게 응모할 수 있습니다. 평소 동네에서 유모차를 이용하면서 느꼈던 불편했던 점을 생생히 적어 사진과 함께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심사를 거쳐 채택된 원고에는 소정의 원고료가 지급됩니다. 매월 우수 원고를 선정해 유아용품 전문기업 아벤트코리아(www.greaten.co.kr)에서 150만 원 상당의 최신 유모차(깜 플루이도)도 선물로 드립니다. 원고 보내실 곳 ibabynews@ibabynews.com


[Copyrights ⓒ No.1 육아신문 베이비뉴스 기사제보 pr@ibabynew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실시간 댓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