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웨딩뉴스팀 김고은 기자】
“신부님, 식사 못 하고 가는 분들은 화과자 드릴 거 맞으시죠? 사인은 여기 하시면 돼요.”
결혼식 1시간 전, 신부대기실에 앉아 친구들과 사진을 찍고 있던 이미란(가명) 씨에게 예약실 직원이 다가와 이렇게 말했다. “네? 그게 뭐예요?” 당황한 신부는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식사 못 하고 가는 분께 식권 화과자로 바꿔드리는 거요 신부님.” 올봄 서울 강남 A 예식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지난 5월 인천 B 예식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신부 유선영(가명) 씨는 예식비 정산 과정에서 축포 결제가 추가된 사실을 알게 됐다. 알아보니 예식을 치르기 바로 직전 유 씨의 신랑에게 결제 사인이 요구된 것이었다. 유 씨가 강하게 항의하자 예약실장은 이렇게 유 씨를 설득했다. “정 그러시다면 서비스로 넣어드릴게요. 화 푸세요.”
예식장 꼼수 영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예식 당일 신랑 신부가 하객들과 인사하느라 정신없는 틈을 타서 추가 계약 사인을 유도하는 예식장이 적지 않은 것이다. 식사를 하지 못하는 손님들을 위해 식권을 화과자 등의 답례품으로 바꿔주는 서비스, 신랑 신부 퇴장 시 축포를 터뜨리는 서비스, 예식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도우미를 투입하는 서비스 등이 대표적인 품목이다. 예식 시작 1시간 전 결제 사인을 요구하면 대부분 오케이를 한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결혼식 당일 축포 추가 계약을 요구받은 유 씨는 “몇천 원이면 살 수 있는 폭죽을 미리 얘기 안 해서 25만 원에 사게 하다니 사기나 다름없다. 정신없어서 내가 직접 계산하러 못 가고 따지지 못했으면 25만 원 그냥 버릴 뻔했다”며 말했다. “꿍꿍이가 있지 않은 다음에야 굳이 미리 얘기 안 하고 사람들하고 인사하고 있을 때 급히 계약서 들고 오겠느냐”고 덧붙였다.
식권 답례품 교환 건으로 예식장과 갈등을 빚은 이 씨도 “너무 당연히 이미 오케이했던 것처럼 얘기해 깜빡 속았다. 신랑 쪽에는 시어머니에게 가서 어른들 밥 못 먹고 가시는 분들 있다며 사인 받아냈더라. 그런 식으로 말하는 데 그 정신없는 상황에서 안 한다고 할 어른이 있겠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예식 당일 분주한 분위기를 틈타 소소한 항목의 결제를 유도하는 예식장의 꼼수 영업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예전에는 예도 도우미나 화촉 도우미, 웨딩케이크 커팅 도우미 비용을 예식 당일 추가하도록 유도하는 사례가 많았다. 유행에 따라 항목만 계속 바뀌고 있을 뿐, 수법은 동일한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유명 예식장 관계자는 “몇몇 예식장 때문에 깔끔하게 장사하는 곳들이 다 같이 몰매를 맞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도 “어수선한 분위기를 악용하는 예식장들이 더러 있다. 요즘은 정보가 워낙 많고 소비자들이 똑똑하니 예전보다 많이 줄긴 했지만 지방이거나 소규모 예식장일수록 투명하지 않은 영업행위가 많다”고 전했다.
분주한 결혼식 당일 결제 사인을 들이미는 수법에 대해서는 “단가가 터무니없게 잡힌 항목이거나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 사람에 대한 비용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식장 입장에서 못 팔아도 크게 손해 볼 것 없는 항목이라서 미리 받지 않고 당일 결제로 넘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추가 결제로 문제 일으키는 곳은 해당 항목을 외주 업체에 주면서 서로 커미션을 주고받는 등 모종의 거래가 있는 것”이라며 “식대 할인 같은 소비자 눈에 당장 보이는 항목을 크게 할인해주는 것처럼 하면서 기타 항목에서 모자란 매출을 채우는 영업 방식의 형태로 보인다. 계약 시 식대 등 가격을 너무 낮게 부른다면 주의하고 다른 사항을 살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예식 당일 예식장의 꼼수 영업은 이렇듯 심심치 않게 오랫동안 발생해 온 문제지만 이보다 더 심각하고 규모가 큰 예식서비스 불만 사례가 워낙 많다 보니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식이 끝난 뒤 공식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신랑 신부가 많은 편은 아니라서 관계당국도 실태 파악이 어려운 현실이다. 한국소비자원 피해구제팀 관계자는 “불만 접수가 들어왔을 때 원만히 문제가 해결됐거나 주요 불만 사례가 아니어서 집계가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업자가 상술을 이용해 충동구매를 유도하긴 했지만 소비자에게 고시를 했고, 당사자가 사인한 것이라면 법적 근거를 들어 보상을 요구하거나 소비자 구제를 하기는 조금 어려운 문제”라며 “다만 소비자 상담에 자주 오르내리는 업자라면 경고 차원에서 공개하는 것은 좋을 수 있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계약서 작성 시 추가 계약이 있을 때 본인 사인이 아닌 신랑 어머니 등 타인의 사인은 유효하지 않다는 추가 약관을 기입한다면 추후 있을 문제에 대비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계약 당사자와 온가족이 예식 전 상의해 문제 발생할 수 있는 것을 차단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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