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결혼식 하겠다니 엄마가 집을 나가…"
시민청 첫 한식 결혼식 치른 이민수 신혜성 부부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사랑이로구나 내 사랑이야. 이이이이 내 사랑이로다. 아매도 내 사랑아.”
지난해 5월 서울 시민청, 신부가 신랑을 위해 판소리 ‘사랑가’를 걸쭉하게 뽑아냈다. 시민청 결혼식 최초로 한식 결혼식을 올린 이민수(37) 신혜성(37) 씨 부부의 이 결혼식 장면은 서울시가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언론 곳곳에 소개됐지만, 이색적인 예식으로 눈길을 끌었다는 점이 부각됐을 뿐이었다. 이 특별한 결혼식에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은 수고와 눈물이 있었다.
◇ ‘작은 결혼식’ 하겠다는 말에 부모님께서는…
“엄마가 집을 나가실 정도로 강경하게 거부하셨어요. 보신 적도 없으시거니와 하객 수도 줄여야 한다니 거부반응이 심하셨던 것 같아요.” 아내 신 씨가 부모님을 설득하는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말씀드리기 전에는 시댁 어른들이 반대하실까 봐 걱정이었지만, 막상 시댁 어른들은 하고 싶은 대로 해보라고 응해주셨고 친정, 정확히 친정엄마의 반대가 예상보다 극심했다.
신 씨가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 중에 가장 크게 후회하는 것이 이 부분이다.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어머니에게 본의 아니게 툴툴대고 다툼을 만들었던 것이다. 신 씨는 “서울에서 전세로라도 신혼집을 차리려니 부모님 지원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그런 와중에 하객을 줄이겠다고 하니까 부모님은 기가 막히셨을 것”이라며 “지금이라면 부모님께 조심스럽게 결혼식에 대한 안내를 드리고 답사도 함께 다니면서 시작했을 텐데, 그땐 서툴렀던 태도 때문에 서로 마음을 상하게 했다”고 말했다.
6개월의 결혼식 준비 기간 동안 신부 신 씨와 신랑 이 씨가 시민청 작은 결혼식 관련 워크숍에 참여하고 적극적으로 둘만의 결혼식을 계획하는 것을 보며 친정 부모님도 결국 마음을 누그러뜨렸다. 차츰 취지에 공감하시면서 가장 든든한 후원자가 돼 주셨다. 결혼식이 끝난 지금도 먼저 시집 보낸 작은 두 딸보다 큰 딸 신 씨의 결혼식을 가장 뿌듯해 하신다고.

◇ 힘들었던 점 말하려면 수도 없지만, 보람도 컸어요
작은 결혼식을 해야겠다고 처음 마음먹었던 건 신 씨였지만 아직 시민청이 개관되기 전이었던 그곳에서 결혼식이 가능하다는 소문을 듣고 온 건 신랑 이 씨였다. 두 사람이 함께 2012년 12월부터 워크숍을 다니며 정보를 모으긴 했지만 맞벌이로 일하는 두 사람에게 6개월도 안 되는 시간 동안 결혼준비를 하는 일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신랑이 학원 강사라서 일이 늦게 끝나거든요. 제가 종일 알아본 정보 정리해서 신랑 퇴근하고 나면 쭉 브리핑하는 일상을 오랫동안 보냈어요. 아직 한식 결혼식은 올려진 적이 없으니까 백지에 대고 하나부터 열까지 다 제가 구상해야 했는데, 결혼준비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말하라고 하면 끝이 없어요. 일하느라 바쁜데 시간은 없고, 조목조목 일일이 스스로 준비해야 하고, 신랑과 의견을 조율해야 하고, 부모님도 설득해야 하고….”
고생한 만큼 보람은 컸다. 결혼식 당일 어른들은 “기특하다”며 칭찬 일색의 반응을 보였다. 보통 다른 결혼식이면 예식 시작 전이나 중간에 식사 자리로 떠났을 지인들도 결혼식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비우지 않았다. “장소도, 예식 방식도 다들 처음 보는 거라며 다음에 뭐가 진행될지 궁금하다고 끝까지 지켜보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었어요”라고 신 씨가 말했다.
결혼식이 길지는 않았다. 원래 전통 혼례라면 순서가 많고 시간이 오래 걸렸겠지만 신 씨 부부는 복잡한 순서를 빼고 현대식 예식 순서를 넣어 30분가량으로 식을 마친 후 가족끼리 폐백 시간을 따로 가졌다. 전통혼례 집례자의 약식 혼례 진행, 주례 대신 혼인선언문 낭독, 신부의 축가, 동생 부부의 축사와 동영상 상영 정도의 순서였다.
한식 결혼식을 하겠다는 말에 결혼한 지인들은 직접 한복을 입고 오기도 했다. 이런 풍경을 낯설지만 즐겁게 지켜보는 이들과 예식 전 즉석 사진을 찍어 선물해 주느라 신부는 앉아있을 틈이 없었다. 예식 장소 주변 곳곳에 두 사람의 데이트 사진을 걸어 꾸몄고 후에는 양가 부모님께 선물로 전해 드렸다.

◇ 예식이 끝나고 난 뒤
‘나눔의 순환’이라는 메시지를 결혼을 통해 여러 사람과 나누고 싶어 축의금 일부를 평소 몸담고 있던 기운차림 봉사단에 기부했다. 축의금 일부를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축의금함 옆에 작게 적어 알렸는데, 신 씨는 “좋은 일한 것 크게 소문나게 글씨를 크게 쓸 것 그랬다. 기부하실 분들은 크게 알리라”며 우스갯소리를 덧붙였다. 신혼여행은 피곤한 몸으로 가고 싶지 않아 언제든 마음에 여유 있을 때 가자고 미뤄뒀는데, 첫 아이 ‘신’이가 들어서면서 나중으로 좀 더 미루게 됐다.
그래서 이제는 아이와 함께 나눔의 순환을 삶 속에서 반복하고 있다. 임신 6개월 차의 몸으로 시민청 시민 봉사단 '동행'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 작은 결혼식을 계획하는 사람들을 위해 본인은 어려웠지만 다른 사람들은 조금 쉽게 갈 수 있는 길들을 내주고 있다.
신 씨는 “쉽게 한 결혼식이 아니어서 남들보다 배로 고민하고 수고했지만 그만큼 우리의 결혼생활에 중요한 부분들을 얻고 갈 수 있었다. 우리가 결혼생활을 어떻게 하겠다는 마음 다짐이 결혼식에 녹아들어 우리도, 함께한 사람들도 보기 좋은 결혼식이 됐던 것 같다. 내가 했던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신 분들을 위해 언제든 기꺼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이민수 신혜성 부부의 결혼식 요약
장소 : 서울 시민청
하객 : 200여 명
방식 : 전통혼례 약식 진행
사진 : 스튜디오 촬영 생략, 데이트 사진 전시. 본식 촬영 진행
예복 : 한복 협찬받음
화장 : 전문 업체에서 진행
청첩 : 시민청에서 준 키트에 삽지를 추가로 출력해서 친지와 어르신만 발송
사회 : 전통혼례 집례자
축가 : 신부가 직접 판소리, 집례자도 판소리 축가
음식 : 친환경 비빔밥과 뷔페
총비용 : 750만 원(신혼여행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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