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도시 부산서도 유모차는 가고 싶다"
"국제도시 부산서도 유모차는 가고 싶다"
  • 기고 = 박성훈
  • 승인 2014.07.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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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차 보행이 불편한 국제도시 부산의 현실

[특별기획] 우리 동네 좀 고쳐주세요 - 가고 싶은 유모차, 갈 수 없는 우리 동네

 

안녕하세요? 서병수 시장님. 저는 살기 좋기로 소문난 해운대구에서 11개월 아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입니다.이번에 당선되신 서병수 시장님의 도시비전을 보면서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부산을 만들어 주실 수 있을 것 같아 이렇게 용기 내어 글을 써봅니다.

 

대한민국 제2의 도시이자 국제영화제 개최를 통해 세계적인 도시로 거듭난 부산, 여름이면 해운대 바닷가를 찾아 전국의 피서인파들이 모여들어 인사인해를 이루는 그곳에 저는 살고 있지만 제가 거주하는 곳은 인도가 잘 정비된 신도시가 아니라 산동네입니다.

 

깍아지른 도로와 오밀조밀 블록처럼 지어진 다세대 주택들이 모여 있는 곳, 그곳이 저희 가족의 첫 보금자리예요.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경사로를 오르내리는 것이 힘들지 않았지만 11개월 아들과 함께 살아가기엔 역시 가파른 길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더군요.

 

그러나 도시 지형상 어쩔 수 없는 구조이기에 그에 대한 불만은 없습니다. 다만, 아이와 유모차로 보행하기 불편한 현실은 시장님께 하소연하고 싶어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어요.

 

집 근처 은행을 가거나 장을 볼 때면 아기띠를 주로 이용해 아이와 외출을 하다가, 아이가 점차 무거워 지면서 차 트렁크에 실어둔 유모차로 외출하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그런데 유모차로 다녀 본 우리 동네는, 참으로 불편하고 위험하더군요.

 

집 앞의 좁고 가파른 길 양 옆으로는 이미 많은 차들이 불법 주정차 된 상태입니다. 한 낮에는 그래도 덜한 편이지만 저녁 무렵의 길가는 그야말로 주차장을 방불케 합니다. 유모차를 끌고 오르내리다 차가 지나가기라도 하면 저와 아이를 태운 유모차는 차량이 지나갈 때까지 한 쪽 구석에서 가만히 기다려야 합니다. 아이의 안전을 생각해 비싼 값을 들여 구입한 디럭스 유모차이지만, 이럴 때는 그 큰 덩치가 부담스럽게만 느껴집니다.


이렇게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오면 만나게 되는 2차선 도로의 사정도 비슷합니다. 인도라고 마련된 좁은 길을 걷다보면 지나가는 사람들 틈에서 유모차가 미운오리새끼 취급을 받게 됩니다.

 

사람들의 통행도 힘든 좁은 인도에 유모차의 통행이 반가울 행인들은 없겠지요? 곳곳에 놓여진 적재물, 가게 앞으로 삐죽 튀어나온 계단들, 인도 위를 차지한 오토바이, 물건을 팔기위해 나온 상인들까지...인도위의 불청객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빈 공간을 조심스레 빠져나오면 이미 저는 지쳐버립니다. 아이가 탄 유모차가 혹시 어딘가에 부딪히지는 않을지 조심하지만 장애물들을 모두 피해서 안전하게 도로를 통행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집 앞의 좁고 가파른 길 양 옆으로는 많은 차들이 불법 주정차하고 있다. 차가 지나가면 아이를 태운 유모차를 멈추고 한 쪽 구석에서 기다려야 한다. ⓒ박성훈
집 앞의 좁고 가파른 길 양 옆으로는 많은 차들이 불법 주정차하고 있다. 차가 지나가면 아이를 태운 유모차를 멈추고 한 쪽 구석에서 기다려야 한다. ⓒ박성훈

 

좁은 길을 걷다보면 지나가는 사람들 틈에서 유모차가 미운오리새끼 취급을 받게 된다. 사람들의 통행도 힘든 좁은 인도에 유모차의 통행이 반가울 행인들은 없을 것이다. ⓒ박성훈
좁은 길을 걷다보면 지나가는 사람들 틈에서 유모차가 미운오리새끼 취급을 받게 된다. 사람들의 통행도 힘든 좁은 인도에 유모차의 통행이 반가울 행인들은 없을 것이다. ⓒ박성훈

 

횡단보도 옆으로 불법 주차된 트럭 때문에 시야가 가려져 도로위의 차량 흐름이 보이지 않아 불안하다. 유모차를 먼저 밀고 횡단보도에 진입을 해야 하지만 신호를 지키지 않는 차량이 있을까봐 초록색 보행등이 켜져도 한참 기다렸다 길을 건너는 일이 다반사다. ⓒ박성훈
횡단보도 옆으로 불법 주차된 트럭 때문에 시야가 가려져 도로위의 차량 흐름이 보이지 않아 불안하다. 유모차를 먼저 밀고 횡단보도에 진입을 해야 하지만 신호를 지키지 않는 차량이 있을까봐 초록색 보행등이 켜져도 한참 기다렸다 길을 건너는 일이 다반사다. ⓒ박성훈

 

횡단보도와 연결된 인도는 경사면이 아닌 턱이 있는 인도라 유모차를 들어 올려야 하는 일이 빈번하다. ⓒ박성훈
횡단보도와 연결된 인도는 경사면이 아닌 턱이 있는 인도라 유모차를 들어 올려야 하는 일이 빈번하다. ⓒ박성훈

 

경사면이 없는 가게와 은행입구. 도로 중앙에서 찍어야 하는 사진인데 유모차를 끌고 사진을 찍기 위험해서 인터넷 로드뷰에서 동네 사진을 캡처해 올린다. ⓒ로드뷰
경사면이 없는 가게와 은행입구. 도로 중앙에서 찍어야 하는 사진인데 유모차를 끌고 사진을 찍기 위험해서 인터넷 로드뷰에서 동네 사진을 캡처해 올린다. ⓒ로드뷰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잠시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불법 주차된 트럭 때문에 시야가 가려져 도로위의 차량 흐름이 보이지 않아 불안합니다. 유모차를 먼저 밀고 횡단보도에 진입을 해야 하지만 신호를 지키지 않는 차량이 있을까봐 초록색 보행등이 켜져도 한참 기다렸다 길을 건너는 일이 다반사랍니다. 연신 고개를 내밀어 차량이 진입하는지 확인한 후 건너게 되네요. 이 좁은 횡단보도에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까지 정차하는 바람에 유모차가 설 곳은 더 좁아지고 있습니다.

 

곳곳에 움푹 파이고 깨진 보도블럭에 유모차 바퀴가 빠지거나 걸려서 덜컹거림이 심해 유모차에 앉은 아들은 연신 충격을 받고 있고 저의 보행속도도 지체되네요. 이런 인도 상태가 한 두 곳이 아니기에 엄마인 저는 전방주시 뿐 아니라 노면주시까지 소홀히 할 수 없답니다. 더구나 횡단보도와 연결된 인도는 경사면이 아닌 턱이 있는 인도라 유모차를 들어 올려야 하는 일이 빈번하답니다.

 

인도의 불편함을 감수하며 외출을 감행했지만 가게나 은행에 유모차를 끌고 들어가는 일은 더 힘듭니다. 경사로가 없는 영업점이 대부분인지라 아이를 위험하게 인도 위에 두고 볼일을 보고 나오거나 유모차를 들어 올려 상점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출입구에 작은 경사로 하나 마련하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닐텐데, 유모차에 대한 인식과 배려가 참으로 부족한 현실이 여실이 느껴집니다.


유모차가 다니기 힘든 인도와 도로 사정도 열악하지만, 대중교통 상황은 더 나쁘답니다.

 

제가 살고 있는 반여동은 지하철 노선이 없는 곳이라 번화가로 나가기 위해서는 승용차나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유모차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저상버스를 타야하지만 얼마 전 뉴스에서 접한 부산의 저상버스 상황은 열악하기 그지 없었어요.

 

전체 133개 노선 중 34%인 46개 노선만이 저상버스를 운해하고 있으며 2천 511대의 버스 중 단 13%인 326대가 부산시에서 운영하는 저상버스의 전체 대수라고 합니다. 그나마도 운전기사님들이 리프트 사용법을 모르시거나 운행 시간이 지체된다는 이유로 승차 거부를 하는 경우도 많아 장애인과 유모차 이용하는 저와 같은 아이 엄마들의 이용률이 1프로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시장님, 저상버스의 의미를 알고 계신지요? 저상버스는 시내버스 중 휠체어를 탄 장애인, 유모차를 탄 어린이와 부모, 무거운 짐을 든 사람이 타기 쉽도록 리프트가 설치돼 있고 출입문이 낮은 시내버스를 일컫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사회적 약자를 위해 마련된 저상버스가 실제 사용 대상자인 이용객들이 이용하기 불편하고 눈치 보인다면 쓸모없는 것 아닐까요?

 

저는 사실 유모차를 끌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습니다. 저의 스케줄에 맞춰 이용할 수 없거니와 유모차를 타고 버스에 오르면 달가워하지 않는 시선을 견디기가 힘들어서입니다. 복잡한 부산 교통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가장 먼저 떠올릴 해결책이 바로 ‘대중교통’이용이지요? 그러나 아이와 함께 외출을 해야 하는 수많은 아기 엄마들에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는 캠페인은 너무나 가혹하답니다.

 

얼마 전 남편이 비싸게 구입한 유모차를 왜 차 트렁크에만 넣어놓고 사용하지 않는지 퉁명스럽게 묻더군요. 아이의 안전을 생각해서 우리의 경제적 형편보다 과한 고급 유모차를 구입하고 방치만 한 것에 대한 질타성 물음이었답니다. 그래서 남편과 함께 유모차로 외출을 해 보았습니다. 그렇게 다녀온 잠깐의 외출에서 남편은 유모차 다니기 좋은 동네로 이사 가자는 말로 유모차 외출의 고단함을 표현하더군요.

 

인구 350만을 훌쩍 넘는 대도시 부산,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 글로벌 도시 부산광역시이지만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아기엄마들에게 부산은, 국제도시에 걸 맞는 인도환경을 갖추고 있지는 않은 듯합니다.

 

아이 낳아 기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서병수 시장님이 추진하고 계시는 돌봄서비스 확대 및 일상에 편리함을 제공하는 생활도시 건설 공약은 너무나 바람직하고 필요한 정책이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시장님, 공약에서 언급하신 사회적 약자에 유모차를 끌고 보행해야 하는 저희 아이들과 엄마들도 포함되어 있는 것인지요? 저와 아이가 부산의 도로 곳곳을 유모차를 타고 자유롭고 편안하게 걸을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해주세요.

 

인도를 걷는 모든 부산 시민들이 보행의 자유로움과 안전을 확보할 수 있게 다양한 정책을 마련해 주시고 부산에서 태어난 아이들과 그들이 타고 다닐 유모차의 통행권도 보장되어 살기 좋은 도시, 육아친화적인 부산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공모 안내] '우리 동네 좀 고쳐주세요 - 가고 싶은 유모차, 갈 수 없는 우리 동네' 기사 공모에는 누구나 자유롭게 응모할 수 있습니다. 평소 동네에서 유모차를 이용하면서 느꼈던 불편했던 점을 생생히 적어 사진과 함께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심사를 거쳐 채택된 원고에는 소정의 원고료가 지급됩니다. 매월 우수 원고를 선정해 유아용품 전문기업 아벤트코리아(www.greaten.co.kr)에서 150만 원 상당의 최신 유모차(깜 플루이도)도 선물로 드립니다. 원고 보내실 곳 ibabynews@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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