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엔 아이 안고 오른손은 유모차 들고
왼쪽엔 아이 안고 오른손은 유모차 들고
  • 기고 = 김구슬
  • 승인 2014.07.30 14: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역 앞 어린이집 가는 길 너무 힘들어요

[특별기획] 우리 동네 좀 고쳐주세요 - 가고 싶은 유모차, 갈 수 없는 우리 동네

 

지난 3월부터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집은 인천이나 직장어린이집을 다녀야 해서 서울로 같이 출퇴근했습니다. 시설 좋고 먹거리 좋은 직장어린이집을 보낼 수 있어 기대감은 한껏 부풀어 올랐습니다.

 

그러나 유모차를 끌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것은 너무 불편하고 힘들었습니다. 더군다나 둘째를 임신한 상태로 유모차에 첫째 아이까지 데리고 다니기에는 무리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결국에 둘째는 2주나 빠르게 나왔고 몸무게도 2.5kg으로 작게 태어났습니다.
 
저희 집은 부평삼거리역이고 어린이집은 서울역 앞입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역인 서울역. 유모차도 잘 다닐 수 있도록 장애시설이 잘 되어 있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오마이갓! 서울역은 건물만 번지르르하더이다. 서울역을 바로 벗어나면 길은 울퉁불퉁, 보도와 횡단보도 사이 턱은 왜 이렇게 높은지 가다가 퍽 걸려서 만삭인 배에 부딪히는 일도 다반사였습니다.

 

서울시장님, 인천에서 서울역까지 가는 험난한 과정을 한번 보시겠어요? 수도인 서울보다 인천이 조금 더 낫습니다. 주의 깊게 봐주시옵소서. 먼저 집을 나와서 부평삼거리역으로 왔습니다. 엘리베이터는 출입구마다 있지는 않지만 도로만 건너면 있습니다.

 

휴대용 유모차라 이런 길도 심하게 흔들리고 가다가 멈춥니다. ⓒ김구슬
휴대용 유모차라 이런 길도 심하게 흔들리고 가다가 멈춥니다. ⓒ김구슬

 

하지만 울퉁불퉁한 길은 어쩌지요? 휴대용 유모차라 이런 길도 심하게 흔들리고 가다가 멈춘답니다. 그래서 이런 패인 길을 피해서 엘리베이터를 탑니다. 지하 1층까지 가서 다시 장애인 엘리베이터로 갈아타서 지하 4층까지 갑니다. 느리지만 장애인 엘리베이터라 이해합니다. 사람은 최대한 적은 곳을 찾아서 탑니다.

 

전철 사이의 공간이 넓어 만삭 배에 퍽! 오래된 지하철일수록 전철과의 공간이 매우 넓습니다. 유모차의 바퀴가 걸리는 것은 기본이고 아이 장난감도 빠진 적도 몇 번 있습니다. 주울 수도 없고 만에 하나 이 장난감으로 전철 운행에 무슨 문제가 되지 않을까도 걱정이 된답니다.

 

1호선으로 타기 위해 부평역에서 내립니다. 하지만 엘리베이터는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습니다. 겨우 찾은 것이 에스컬레이터네요. 유모차는 타지 말라고 하지만 유모차 끌고 계단으로 갈 수는 없어서 사람들을 보내고 뒤늦게 에스컬레이터에 탑니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1호선은 지옥철이라 출퇴근 시간에 사람이 많습니다. 한참을 기다리고 눈치 봐가며 에스컬레이터를 탑니다. 에스컬레이터가 위험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여기를 이용하지 않을 수 없게 한 역사 측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리프트만 만들어 놓으면 장땡인지, 매일 이 길을 지나다니는 유모차나 휠체어는 대체 어떻게 다니라는 것인지. 이제야 우리나라에서는 장애인과 노약자는 살기 불편하다는 것을 또 다시 깨닫습니다.

 

그런데 우리를 기다리는 왕건이가 있었으니… 서울행 1호선을 타기 위해 올라가야 하는 수많은 계단! 사람이 많아서 사진은 못 찍었지만 이 코스가 제일 고난이도입니다. 만삭에 왼쪽에는 아이 안고 오른손은 유모차 들고 힘차게 걸어 올라갑니다. 덕분에 손목아대는 필수조건입니다.

 

오래된 지하철일수록 전철과의 공간이 매우 넓습니다. 유모차의 바퀴가 걸리는 것은 기본이고 아이 장난감도 빠진 적도 몇 번 있습니다. ⓒ김구슬
오래된 지하철일수록 전철과의 공간이 매우 넓습니다. 유모차의 바퀴가 걸리는 것은 기본이고 아이 장난감도 빠진 적도 몇 번 있습니다. ⓒ김구슬

 

서울행 1호선을 타기 위해 올라가야 하는 수많은 계단! 만삭에 왼쪽에는 아이 안고 오른손은 유모차 들고 힘차게 걸어 올라갑니다. 덕분에 손목아대는 필수조건입니다. ⓒ김구슬
서울행 1호선을 타기 위해 올라가야 하는 수많은 계단! 만삭에 왼쪽에는 아이 안고 오른손은 유모차 들고 힘차게 걸어 올라갑니다. 덕분에 손목아대는 필수조건입니다. ⓒ김구슬

 

아이를 빌미로 노약자석에 앉아서 서울역까지 갈 수 있었습니다. 서울역에 도착하니 안내원이 엘리베이터를 안내해줍니다. 11번 출구로 나간다고 하니 엘리베이터 안내를 포기합니다. 완전 반대거든요. 엘리베이터는 거기 한 대뿐이랍니다. 어쩔 수 없이 새로 생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갑니다. 유모차 빠져나갈 수 있는 개찰구가 하나뿐이라 삥삥 돌아갑니다.

 

11번 출구로 가기 위해 유모차를 끌고 힘차게 갑니다. 그런데 또 난관! 휠체어를 위한 리프트가 있으나 매일 부를 수도 없고, 또다시 계단이 등장해 왼쪽에는 아이 안고 오른손은 유모차 들고 내려갑니다.

 

다시 11번 출구로 출발하니 또 계단이 등장합니다. 12번 출구 쪽에 엘리베이터가 있지만 반 토막 나서 반 층은 계단으로 올라가야 합니다. 이건 뭡니까? 돈 없어서 땅 파다 만 거지요? 어찌 됐건 계단 3총사를 올라가면 드디어 어린이집이 나옵니다.

 

[공모 안내] '우리 동네 좀 고쳐주세요 - 가고 싶은 유모차, 갈 수 없는 우리 동네' 기사 공모에는 누구나 자유롭게 응모할 수 있습니다. 평소 동네에서 유모차를 이용하면서 느꼈던 불편했던 점을 생생히 적어 사진과 함께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심사를 거쳐 채택된 원고에는 소정의 원고료가 지급됩니다. 매월 우수 원고를 선정해 유아용품 전문기업 아벤트코리아(www.greaten.co.kr)에서 150만 원 상당의 최신 유모차(깜 플루이도)도 선물로 드립니다. 원고 보내실 곳 ibabynews@ibabynews.com

 

[Copyrights ⓒ No.1 육아신문 베이비뉴스 기사제보 pr@ibabynew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