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가 뒤집히지 않게 해주세요"
"유모차가 뒤집히지 않게 해주세요"
  • 기고 = 김정아
  • 승인 2014.07.3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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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의 작은 턱 하나에도 위협을 느끼는 유모차와 아이 유모차가 어디를 다녀도 안전한 세상을 만들어주세요

[특별기획] 우리 동네 좀 고쳐주세요 - 가고 싶은 유모차, 갈 수 없는 우리 동네

 

안녕하세요? 저는 성북구 하월곡동에 사는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작년 가을 ‘유모차는 가고 싶다’ 캠페인에 참여했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 다 되어가네요. 그 때 돌 즈음 된 아들과 위의 딸까지 데리고 유모차를 끌고 지하철을 타며 서울광장까지 땀을 뻘뻘 흘리고 갔던 기억이 납니다. 그 때 고생하면서 이동하며 유모차의 보행권이 확보된 우리나라가 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있던 것이 기억납니다.

 

그 캠페인의 힘이었을까요? 그 후 소소한 것들이 변하는 것을 보면서 속으로 많이 기뻐했는데요. 제가 주거래 하던 농협 은행은 계단이던 턱이 경사로로 바뀌고, 계단만 있던 동네 상점도 경사로가 설치돼 유모차가 드나들기 쉽게 변했습니다. 울퉁불퉁 하던 도로가 정비된 곳도 있습니다. 또 유모차를 한 손으로 잡고 다른 손으로 문을 밀어야 열리는 구조라 불편했던 상점이 경사로를 만들고 자동문을 설치하면서 유모차를 밀며 쉽게 들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곳을 볼 때면 사장님께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제가 유모차를 이용하는 아이 엄마가 아니었다면 모르고 지나쳤을 변화를 유모차를 이용하는 엄마이기에 느끼고, 작은 변화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며 살고 있습니다. 아직 두 돌이 안 된 아이는 여전히 유모차를 타고 있으며, 운동 신경이 둔한 딸도 가끔 유모차를 타겠다고 우깁니다. 그러다보니 유모차 뒤에 보조 의자인 라이더까지 장착하고 다닐 때가 있어, 여전히 불편함을  많이 느낍니다. 변화하고 있는 우리 동네. 하지만 여전히 변해야 할 것은 더 많은 우리 동네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 인도 위 불법주차, 물건 적재로 갈 길을 잃은 유모차

 

인도 위의 물건 적재로 유모차는 갈 곳을 잃었습니다. ⓒ김정아
인도 위의 물건 적재로 유모차는 갈 곳을 잃었습니다. ⓒ김정아

 

이곳이 주차장인가? 유모차가 지나다니는 길인가? 생각해야 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김정아
이곳이 주차장인가? 유모차가 지나다니는 길인가? 생각해야 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김정아

 

저희 동네 엄마들이 모인 카페에 올라온 글 중에 이런 것이 있었습니다. 길 한가운데를 막고 주차를 해 놓은 학원 차 때문에 보행에 방해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사람도 지나다니기 힘든 곳에 세워놓은 차로 인해 유모차는 위험한 차도로 내려가 이동해야 하는데요, 이를 운전자에게 따지자 오히려 큰 소리로 윽박지르며 “나는 원래 이렇게 세우는데 왜 참견이냐”는 핀잔만 돌아왔답니다. 그 엄마는 경찰서에 신고했지만 “주차 위반은 구청 관할입니다”라는 말만 들었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전화를 해 신고를 해도 묵묵부답. 결국 저녁 7시에 휴대폰으로 생활불편 신고를 한 뒤, 저녁 8시 20분이 되어서야 돌아온 답은 “갔더니 차량이 없어서 단속 못함”이었다고 합니다.

 

이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입니다. 인도의 불법주정차 및 각종 물건 적재 때문에 사람은 간신히 지나가고, 유모차에 탄 아이들은 목숨의 위험을 받으며 차도로 가야 합니다. 저희 동네 상가가 있는 길은 작년에 일방통행으로 바뀌면서 한쪽 차선은 완전히 주차장으로 변해버렸습니다. 결국 차주와 상점 주인들만 좋은 일을 시킨 것이죠. 유모차가 다니기 쉬우라고 낮춰 놓은 턱에 차들이 올라와 주차를 합니다. 유모차나 휠체어 같은 보행 약자를 위한 조치를 했으면 그 후속 관리도 잘 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단속은 없이 정책만 시행하고, 결국 유모차나 휠체어는 지나다닐 수 없게 된 길. 지나다니려면 위험천만한 일방통행 도로 위를 차와 함께 가야 하는 것은 무언가 부조리한 것 같습니다.

 

◇ 울퉁불퉁 파인 길, 유모차에게는 위험천만한 길

 

그 외에도 유모차로 이동하는 것의 불편함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워낙 산동네다 보니 유모차를 가지고 다니기에는 힘든 경사로가 여러 곳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아찔했던 경험은 유모차가 옆으로 쓰러졌던 경험입니다. 여러분은 유모차가 옆으로 쓰러지는 상황을 상상할 수 있나요? 저는 한번은 유모차가 옆으로 쓰러졌고, 그 뒤에도 자주 쓰러질 뻔한 상황을 겪고 있습니다.

 

울퉁불퉁하고 파인 길은 유모차와 아이에게는 위험천만한 길입니다. ⓒ김정아
울퉁불퉁하고 파인 길은 유모차와 아이에게는 위험천만한 길입니다. ⓒ김정아

 

울퉁불퉁하고 파인 길은 유모차에게는 위험천만한 길입니다. ⓒ김정아
울퉁불퉁하고 파인 길은 유모차에게는 위험천만한 길입니다. ⓒ김정아

  

앞뒤의 홈에 걸려버린 유모차- 유모차를 들지 않으면 결국은 헛돌다 옆으로 쓰러집니다. ⓒ김정아
앞뒤의 홈에 걸려버린 유모차- 유모차를 들지 않으면 결국은 헛돌다 옆으로 쓰러집니다. ⓒ김정아

 

다행히 유모차 안에 있던 아이는 놀라기만 하고 다치지는 않았지만 그 후 저는 유모차를 몰 때마다 손에 힘을 꽉 주고, 항상 경직된 자세로 운전합니다. 혹시 또 쓰러질까 항상 조마조마해하면서요.

 

사진 상으로 볼 때는 작은 앞바퀴 앞의 작은 턱과 뒷바퀴에 있는 땅이 조금 파여 있는 정도 같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앞에는 턱이 있고, 뒷바퀴는 홈에 들어가 버리면 유모차 바퀴는 엇갈려서 돌게 됩니다. 그리고 한쪽으로 쓰러져버립니다. 정말 손에 힘을 꽉 쥐고, 힘을 줘서 올리기를 몇 번 해야 턱을 넘어섭니다. 유모차 자체를 들어서 올린 적도 많습니다. 저희 동네에는 이런 길이 한두 곳이 아닙니다. 한쪽만 턱이 있으면 힘으로 어찌 해 볼 텐데, 앞뒤로 턱과 홈이 있으면 걸려서 움직여지지 않거든요. 유모차를 운전하는데도 기술과 경험 노하우가 필요한지 유모차를 이용하지 않을 때는 전혀 몰랐습니다. 왜 매년 도로공사를 그렇게 하면서 이런 턱과 파인 땅은 고치지 않는 걸까요? 왜 이왕 맨홀을 만들고 도로를 정비하면서, 유모차가 가기 쉽게 만들 수 없는 걸까요?

 

왜 맨홀을 만들면서 도로랑 높이를 똑같이 만들지 않고, 튀어나오거나 꺼져있게 만드는 걸까요? 걸어 다니는 사람, 자동차로 다니는 사람에게는 이 작은 높이가 얼마나 불편한지 전혀 모르겠죠? 하지만 유모차를 몰고 다니는 엄마, 유모차를 타고 다니는 아이에게는 유모차가 쓰러질 정도로 큰 사고이며, 며칠을 경기하게 만드는 악몽이 될 수 있답니다.

 

◇ 시장 옆 좁은 인도에 쓰레기까지 가득해 차도로 내몰려

 

제가 가장 싫어하는 시장 옆 좁은 인도, 작은 유모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나가는 좁은 길위 에 쓰레기까지 가득! ⓒ김정아
제가 가장 싫어하는 시장 옆 좁은 인도, 작은 유모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나가는 좁은 길위 에 쓰레기까지 가득! ⓒ김정아

 

유모차가 밟고 지나가야 하는 음식물 쓰레기의 잔해, 인도도 좁고, 바로 옆이 차도라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김정아
유모차가 밟고 지나가야 하는 음식물 쓰레기의 잔해, 인도도 좁고, 바로 옆이 차도라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김정아

 

그리고 이곳은 제가 가장 싫어하는 저희 집 바로 건너편의 길입니다. 어쩔 수 없이 이 길을 가야할 때는 일부러 먼 길로 돌아서 가곤 합니다. 건너편에 보이는 저 길 옆의 천막이 보이시나요? 그 천막 아래가 길 아래 동굴처럼 되어 있는 시장입니다. 저 곳을 지나가려면 좁은 시장 길로 가거나, 시장천막이 있는 곳 옆의 정말 사람 하나 지나갈만한 좁은 인도로 가야합니다. 큰 유모차는 지나가기도 힘듭니다. 작은 유모차를 가지고 가더라도, 시장에서 버린 쓰레기와 오물로 코를 막고 지나가야 합니다.

 

유모차 밑으로 흐르는 저 음식물 찌꺼기의 잔해가 보이시나요? 음식물 쓰레기의 국물을 유모차가 밟고 지나갈 수밖에 없다는 걸 알지만, 도로로 가는 것보다는 위험하지 않아 그냥 지나갑니다. 지나갈 수라도 있으면 다행입니다. 쓰레기가 많이 쌓여 있는 날은 통행조차 안 됩니다. 그냥 유모차를 들고 도로로 내려가야 합니다. 턱도 높아서 들고 내려가야 하는 곳입니다. 그리고 이 길에는 울퉁불퉁한 길은 어찌나 많은지, 이곳저곳이 파이고 높낮이가 다르며, 경사도 있어서 유모차를 한쪽으로 기운 채 이동해야 하기도 합니다.

 

◇ 계단 아래의 놀이터, 유모차는 갈 수 없다

 

그 외에도 저희 동네 놀이터도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저희 동네에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구에서 운영하는 놀이터가 있습니다. 모래 및 시설이 잘 정비되어 있는 우수한 시설을 자랑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이용하는 놀이터인데, 유모차는 가지고 갈 수 없습니다. 입구가 두 곳이 있는데, 한 곳은 계단, 한 곳은 계단과 경사로가 같이 있는 곳입니다.

 

구에서 운영하는 놀이터로 가는 길목에 있는 계단과 경사로. 계단과 같은 각도로 경사로를 만들었으니 사람이 혼자 내려가도 미끄러지기 쉽습니다. ⓒ김정아
구에서 운영하는 놀이터로 가는 길목에 있는 계단과 경사로. 계단과 같은 각도로 경사로를 만들었으니 사람이 혼자 내려가도 미끄러지기 쉽습니다. ⓒ김정아

 

계단 옆 경사로 보이시나요? 보통 계단보다 경사로는 더 경사를 낮게 만들어야 사람이 오르내리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경사로는 빙 둘러 만드는 것이 보통이죠. 그런데 이곳은 계단과 같은 각도로 경사로를 만들었으니 사람이 혼자 내려가도 미끄러지기 쉽습니다. 그렇다면 이 경사로에 유모차를 가지고 내려가면 어떻게 될까요?

 

올라가는 것은 좀 힘을 들여 어찌 올라가는데, 내려갈 때는 공포를 느낍니다. 유모차를 앞으로 하고 내려가면 유모차에 끌려 제가 굴러 떨어질 것 같았습니다. 뒷걸음질로 내려가면 아이가 탄 유모차 무게에 제가 밀려서 역시 굴러 떨어질 것 같습니다. 저와 유모차와 아이 모두가 다치기 십상이죠. 결국 저는 앞으로, 뒤로 이렇게 저렇게 내려오길 시도하다가 포기했습니다. ‘이러다 사고 나지’ 싶어서 아이를 태운 채 유모차를 들고 다른 입구 쪽 계단으로 이동했습니다. 그 뒤로 아이가 그 놀이터를 가자고 졸라도 안 갑니다. 아니 못 가는 것이죠. 꼭 가야하는 날에는 유모차 없이 아이를 업고 이동을 합니다. 모래놀이 도구와 짐까지 잔뜩 지고 말입니다.

 

경사로를 만들었으면 왜 끝까지 만들지 않는 걸까요? 경사로의 맨 아래가 갑자기 턱이 되어 있는 곳. ⓒ김정아
경사로를 만들었으면 왜 끝까지 만들지 않는 걸까요? 경사로의 맨 아래가 갑자기 턱이 되어 있는 곳. ⓒ김정아

 

구청장님께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공사를 할 때, 주차 단속을 할 때, 놀이터를 만들 때 유모차의 이동권을 한 번 더 생각해 주세요. 그 한 번의 생각으로 너무 기뻐하고, 감사하는 엄마와 아이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요.

 

유모차를 타는 사람은 몇 명 안 되는데 그것 때문에 공사를 하면 돈이 낭비된다고요? 그러니까 유모차를 타는 사람이 참아야 한다고요? 어찌 보면 그 말이 옳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유모차를 타는 사람은 우리 미래의 희망인 아이들입니다. 유모차는 아이들의 다리입니다. 아이들은 유모차를 타고 더 넓은 세상을 바라봅니다.

 

이 아이들이 더 넓은 세상을 보고, 다양한 경험을 할 때, 우리의 더 밝은 미래가 보장 된 것이 아닐까요? 교통약자의 보행권이 보장된 세상, 아이들이 마음껏 이동할 수 있는 세상, 유모차가 가고 싶은 곳에 언제든 갈 수 있는 세상, 유모차가 어디를 다녀도 안전한 길이 보장 된 세상. 그런 세상이 행복한 세상임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공모 종료] '우리 동네 좀 고쳐주세요 - 가고 싶은 유모차, 갈 수 없는 우리 동네' 기사 공모에 응해주신 애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지난 2월부터 시작된 기사 공모가 7월 31일로 종료됩니다. 8월부터는 새롭게 단장한 '유모차는 가고 싶다' 캠페인이 진행됩니다. 오는 10월 9일 서울광장에서는 제2기 서포터즈 소망식이 열립니다. 매월 우수 원고를 선정해 150만 원 상당의 최신 유모차(깜 플루이도)를 선물로 제공해주신 유아용품 전문기업 아벤트코리아(www.greaten.co.kr)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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