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편견과 싸우는 청소년 미혼모의 현실
빈곤·편견과 싸우는 청소년 미혼모의 현실
  • 정가영 기자
  • 승인 2014.08.21 1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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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미혼모 통계내고 체계적인 지원해야"

【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21살 박지은(가명) 씨는 18살 청소년기 출산을 하고 4살 아이를 둔 미혼모다. 출산에 대한 두려움에 7개월이 되어서야 처음 산부인과를 찾아 아이의 건강한 심장소리를 들었다. 아이 아빠와 아이를 낳아 기를 수도, 미성년자인 상태에서 입양을 보낼 수도 없는 상황. 박 씨는 혼자 아이를 기르겠다는 큰 결심을 했다.

 

하지만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학력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력한 엄마였다. 결국 6개월 된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공부를 시작, 90점이 넘는 점수로 검정고시 합격증을 받아냈다. 그러나 검정고시 합격증 하나로는 취업에 성공할 수 없다는 생각에 새벽까지 공부하며 7개의 자격증까지 따냈다. 완벽하게 채운 이력서를 들고 기쁜 마음에 면접을 보러 다닌 박 씨. 어린 나이에 아이를 키운다는 것을 곱지 않게 보는 시선에 맞서고 모욕적인 말까지 들어야 했다. 다행히 색안경을 끼지 않고 박 씨를 받아준 현재의 사무실에서 회계사로 근무 중이며, 사이버대학에 진학해 더 많은 공부를 이어나가고 있다.

 

서울특별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 일본 동양대학, 한국두리모지원협의회가 20일 오후 서울특별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 3층 강당에서 개최한 ‘청소년 한부모 양육 지원을 위한 국제 포럼’에 참가한 박 씨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말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박 씨는 “지금도 아이와 함께 밖에 나가면 궁금한 시선들을 느낄 수 있지만, 어린 나이인 만큼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아무 것도 없던 제게 와준 아이는 너무나 큰 축복”이라고 말했다.

 

박 씨처럼 아이를 키우는 청소년 한부모는 우리나라에 다양한 가족 중의 하나로 구성돼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청소년 한부모에 대한 정확한 통계를 내지 않고 있지만, 2013년 2400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청소년 한부모는 경제, 학업, 양육까지 다양한 문제에 대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또한 주변의 따가운 시선과 편견은 물론, 원가족의 비난까지도 맞서야 한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한부모가 사회의 한 가정으로 인정받고 다양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는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청소년 한부모 가정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을 강조했다. 

 

서울특별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 일본 동양대학, 한국두리모지원협의회가 20일 오후 서울특별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 3층 강당에서 ‘청소년 한부모 양육 지원을 위한 국제 포럼’을 개최하고 청소년 한부모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을 강조하는 자리를 가졌다. 정가영 기자 ky@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서울특별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 일본 동양대학, 한국두리모지원협의회가 20일 오후 서울특별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 3층 강당에서 ‘청소년 한부모 양육 지원을 위한 국제 포럼’을 개최하고 청소년 한부모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을 강조하는 자리를 가졌다. 정가영 기자 ky@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발제자로 나선 이영호 서울특별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장은 “미혼 및 청소년 한부모의 생활은 의료문제, 자립문제, 가족관계 및 친구관계 회복의 문제, 친차자확인문제, 자녀훈육 및 양육지도 문제, 상담서비스의 부족 등의 욕구가 충족되지 못한 상태에서 경제적 지원과 주거 등 다양한 생활욕구가 표현되고 있다”며 “사회로부터 인식되는 부정적인 시선도 감내해야 하는 부담감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2013년 미혼모부자거점기관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한국건강가정진흥원 보고서에 따르면 자녀 양육과 관련해 가장 필요한 서비스로는 ‘보육비 등 자녀양육비 지원’이 33.3%로 가장 많았으며 ‘기초생계보장(28.9%)’, ‘임대아파트 등 주거지원(21.4%)’, ‘자립 정착금 지원(16.1%)’ 등으로 나타났다.

 

이 센터장은 “청소년 한부모의 생활은 미리 준비하거나 예측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어느 한 순간 직면하게 됐다. 삶의 생소한 국면이 새롭게 전개돼야 하는 당혹스럽고 피하고 싶은 상황”이라며 “단편적인 서비스가 아닌 유기적이고 통합적인 서비스를 통해 부족한 영역을 지원하면서 생활의 균형을 갖추도록 한걸음씩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소년 한부모 가정이 제대로 생활자립을 하기 위해서는 주거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 이 센터장에 따르면 대다수의 미혼모부자거점기관 이용자들은 공공임대주택에 거주를 희망하지만, 공공임대주택의 종류, 신청방법 등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 센터장은 “청소년 한부모들은 주거지원의 서비스 유모도 파악하지 못한 채 지인의 집을 전전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부모와 자녀 모두의 심리적 안정과 주거안정이 선행되기 위해서는 임대주택 정보나 SH공사의 문자서비스 신청 등의 정보를 적시에 제공하고, 여성가족부의 한부모가족지원사업 안내에도 주거지원에 대한 정보와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청소년 한부모들이 겪는 양육비 문제를 해결할 적극적인 지원도 필요한 상황이다. 이 센터장은 “청소년 한부모의 경우 인지적 능력의 차이로 양육비청구소송의 어려움이 가중되기도 한다”며 “미혼모부자거점기관의 서비스에 집행권원확보를 위한 교육 및 양육비청구소송시행, 그리고 이때 함께 동행하는 서비스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 센터장은 “한부모가정 생활코디네이터를 전문가로 특화하는 방법을 고려해 주거지원 등을 도와줄 수 있는 맞춤형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며 “초기한부모가족의 생활안정과 자립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한부모가정지원 생활코디네이터를 한부모가족을 위한 법률 및 행정기관 동행서비스 지원 전문가로 양성해, 전문직업군으로 발전시킨다면 훨씬 많은 청소년 한부모의 자녀들이 양육비 지원을 받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무엇보다 청소년한부모에 대한 제대로 된 지원을 위해서는 청소년한부모가 얼마나 있는지 정확한 통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이와 관련 김경희 여성가족부 가족지원과 사무관은 “환경적인 요인으로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나 미성년자가 임신이나 출산을 경험하는 것에 대한 비우호적인 통념이 있기 때문에 미혼모지원정책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정책을 개발하고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이 녹록치 않다”며 “정확히 미혼모 통계를 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시도함에도 비우호적인 통념에 정확한 통계를 산출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김 사무관은 “청소년 한부모 대부분이 원가정이랑 단절돼 지원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경제적 어려움, 아동양육, 사회적 편견이라는 삼중고를 겪기 때문에 출산이나 양육을 결심하는 것조차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내년 통계청에서 인구주택총조사를 진행하는데, 이 조사에 미혼모 항목을 추가할 수 있도록 통계청과 협의하고 있으며, 꼭 항목이 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사무관은 “2015년 3월 25일 양육비이행관리원을 설립해, 비양육부모로부터 양육비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양육비 협의 상담 등의 서비스를 할 계획이다. 아동양육비 인상이나 미혼모 자립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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