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적 아이의 모습, 자녀에게 강요마세요"
"모범적 아이의 모습, 자녀에게 강요마세요"
  • 이유주 기자
  • 승인 2015.01.28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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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초등학교 교사가 전하는 아이 교육법

【베이비뉴스 이유주 기자】


"우리 사회가 원하는 '모범적 아이'의 틀에 자녀를 가두지 말라."

 

한희정 유현초등학교 교사는 28일 오전 서울 도봉구 창동 서울북부교육지원청 4층 강당에서 열린 '새내기 학부모 교실 - 엄마, 나 학교가요! 2탄'에서 "사회에서 원하는 아이의 모습은 우리 아이에게는 진실이 아닐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참교육학부모회 동북부지회와 도봉구건강가정지원센터 주최로 열린 이번 강연은 '초등생활, 겁내지 마라'라는 주제로, 유치원 교육 과정을 마치고 오는 3월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자녀를 둔 새내기 학부모들을 위해 마련됐다. 

 

이날 강사로 초청된 한희정 교사는 '교과서를 믿지마라', '초등교육을 재구성하라' 등의 다수 교육서의 저자로, 현행 초등교육의 문제점을 연구하는 한편, 이 문제점을 학교와 가정에서 해결해 나가기 위한 대책을 연구하고 있는 교육 전문가다.

 

한 교사는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을 걱정하는 200여 명의 엄마들을 위해 이날 강연에서 아이의 문제점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학교 생활을 어떻게 하면 잘 도와줄 수 있을지에 대한 아낌없는 조언을 던졌다.

 

주 기자
주 기자

 

◇ "초등학교는 사회적 경험을 확장할 수 있는 곳"

 

먼저 한 교사는 현재 우리 사회가 아이들을 어떻게 바라 보는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초등학교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을 설명했다.

 

두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낸 경험이 있는 한 교사는 "자녀들과 MBC '아빠 어디가'를 함께 봐왔다. 그런데 ‘아빠 어디가’의 첫 회부터 어떤 출연자의 아이는 '울보', '찌질이'라는 별명이, 또 다른 출연자의 아이는 '선비'라는 별명이 붙었다"며 "서로 너무 다른 두 아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해 봤을 때 모범적인 아이 쪽이 훨씬 위험할 수 있다"고 말문을 떼었다.

 

"울보라는 별명이 붙은 아이는 첫 회부터 메주냄새가 나고 다 쓰러져가는 제일 좋지 않은 숙소를 배정받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펑펑 울었다. 이 아이는 사회적으로 잘나가는 아빠의 아들로, 물질적으로 부족할 것 없는 안락하고 따뜻한 환경에서 자라왔다. 그간 자란 환경에 비춰 봤을 때, 이 아이는 우는 행동으로 자신의 불만스러운 마음을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표현하는 행동이 맞는 것이다. 하지만 방송에서는 이 아이를 '울보', '찌질이'로 낙인찍고, 또 다른 아이는 모범적인 아이로 비춰졌다. 모범적인 아이의 모습을 아예 정해놓은 것이다."

 

한 교사는 "그렇다면, 아침 늦게까지 늦잠을 자는 아빠를 배가 고파도 깨울 생각을 하지 않고, 추운 아침 다 식은 감자로 배를 채우면서도 의젓함을 보이는 아이가 과연 7살 남자아이의 일반적인 모습이겠느냐"고 엄마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울보 별명의 아이는 부당한 상황에서 울고불고 했지만, 회를 거듭해 갈수록 계속 좋지 않은 숙소를 배정받는 아빠를 오히려 위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상황을 거치면서 아이는 충분히 성장했고, 위기의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하는지를 배우게 됐다. 그러한 과정을 생각지 않고 방송은 첫 회부터 아이를 찌질이라고 불렀다."

 

한 교사는 "이 아이를 비롯해 아빠 어디가의 아이들은 횟수가 진행될수록 다른 아이들이 아빠와 어떤 교감을 하는지 학습하고, 나중에는 불만과 어려운 점들을 아빠와 충분히 공감하며 얘기할 수 있는 단계까지 나아갔다"며 "초등학교의 의미가 그렇다"고 강조했다.

 

초등학교는 엄마, 아빠 등 아이가 늘 접하는 범위를 넘어서 사회적 확장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관계 속에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한 교사의 설명이다.   
 
"섣불리 겉으로 드러난 행동만 가지고 아이를 판단하면 안 된다. 모범적인 아이의 모습을 생각하고 자녀를 보면 아이가 힘들다. 앞서 예를 든 아이처럼 아이가 점차 바뀌어 가는 상황을 보라.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이상적 아이의 모습이 우리 아이에게는 안 맞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 아이에게 진실이 아닐 수 있다."
 
◇ "문제의 행동, 근원부터 생각해 보라"

 

한 교사는 요즘 초등학생들의 잘못된 놀이문화를 짚어보고, 부모가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한 교사는 "초등학교 1학년이 되면 아이들은 스티커, 색종이 등을 모으고, 그것을 학교에 들고 오기 시작한다. 또 엄마의 지갑에 손을 대는 경우도 있다"며 "이 이유는 (아이스크림을 사주는 등) 물질적인 것으로 친구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교사는 "만일 아이가 엄마 지갑에 돈을 댔을 때, 혼부터 내기 전 아이가 왜 이러한 행동을 했는지 맥락부터 알아야 한다"며 "무조건 다그치면 그것이 상처의 기억이 될 뿐, 치유의 기억이 되지 못 한다"고 조언했다.

 

한 교사는 이 문제들의 근원을 어린이집의 생활에서 봤다. "3, 4살부터 아이들은 어린이집에서 또래와 놀면서 '너하고 안 놀아'라는 말을 듣고, 상처를 입는다. 어린이집 생활에서부터 권력 관계를 접하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이 자꾸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는 이유도 ‘우리 집에는 이것이 있다’는 식의 자랑을 하는 등 또래의 마음을 사기 위해서 일 수 있다. 아주 어린 아이들이 일찍부터 물질적 관계에 물들어 진 것이다."

 

또한 한 교사는 "요즘 초등학생들의 놀이는 경악할 만하다. 약한 아이를 한 곳에 몰아넣고 싸움을 붙이는 '콜로세움', 한 아이를 공처럼 다루는 '베이스볼', '왕따 놀이' 친구를 조종하는 '아바타 놀이', 동전 입에 넣고 빼기, 몰카 찍기, 로또 놀이 등이 있다"며 "이러한 놀이를 하면서 아이들은 ‘그냥 놀이에요’라고 답할 뿐, 아무런 도덕적 문제가 없다고 느낀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아이들이 자랐던 환경은 물질적인 환경이다. 그저 소비문화에 빠졌던 아이들이 그대로 자란 것이고, 이런 물질적 사회에서 아이들은 모든 걸 배워왔다. 우리 사회가 만들어 놓은 필연적 결과다. 이런 잘못된 사회를 아이들이 놀이로 승화시키고 있다."

 

아울러 한 교사는 "과거 부모들은 '잼잼', '섬마섬사' 등의 놀이로 아이와 잘 놀아줬다. 돈이 없어도 됐다. 하지만 요즘에는 엄마들이 비싼 돈을 지불하고 백화점에서 '베이비마사지' 등의 프로그램으로 아이와 논다"며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방송의 예를 들었다.

 

"최근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봐도 그렇다. 이휘재 씨가 쌍둥이 서언, 서준이가 서자마자, 아이 다리 근력을 키우겠다고 '베이비수영장'을 보냈다. 이런 모습이 전파를 타면, 많은 육아맘, 예비부모들은 '저 수영장이 어디지?'하며 똑같이 베이비수영장에 보내려고 한다. 끊임없이 우리 사회는 아이 교육을 돈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한 교사는 "잘못된 놀이를 하는 아이를 백번 만번 교육을 해도 효과 없다. 아이 인성이 잘 못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사회 문화가 잘 못 돼서다. 우리 사회가 이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하면 소용없다"며 "우리 아이에게 어떤 문화를 전수해 줄 것인지 부모로서 잘 생각해 봐야 한다"고 전했다.

 

끝으로 한 교사는 "아이에게 비싼 교육을 하고, 비싼 뮤지컬 등을 보여주는 것보다, 아이와 무엇 하나를 같이 하더라도 어떤 장면이 아름다웠는지, 어떤 것에서 눈물이 났는지 등 감정을 공유 하는 놀이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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