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뉴스팀 김고은 기자】
1인당 식대 4만 8000원, 한 테이블 당 음료 12만 9000원, 꽃장식 150만 원, 홀 사용료 50만 원, 부대비용 30만 원, 원판사진 앨범포함 140만 원.
A씨는 최근 결혼 준비를 위해 서울 모 예식장을 찾았다가 이런 항목이 나열된 계약서를 받았다. 모두 필수 항목이었다. 폐백실 사용 등 더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선택 항목에서 더하자 210만 원이 추가됐다. A씨의 예상 보증인원은 300명이었다. 총합 2400여 만 원의 예상 견적이 나왔다. A씨의 연봉과 맞먹는 금액이었다.
속절없이 값비싼 예식비용으로 인해 예비부부의 결혼 부담이 날로 커지고 있다. “결혼을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는 높은 결혼 비용 때문”이라고 답하는 청년들을 흔하게 볼 수 있을 만큼 고비용 예식 상품 관련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웨딩 서비스, 예식 관련 상품으로 이뤄진 예식비용은 해마다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한국소비자물가감시센터의 지난해 자료에 따르면 예식 비용은 2001년부터 연평균 6.2%씩 증가해 소비자 물가 상승률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예식비용이 발생하는 예식장의 매출액 역시 다른 서비스업보다 큰 폭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예식비용이 날로 상승하는 주된 이유는 예식장의 고급화 경쟁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크고 근사한 예식장이 호황을 누리면서 업계 간 리모델링이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투자한 금액을 회수하기 위한 가격 인상이 이뤄지고 있는 것.
한 웨딩컨설팅 관계자는 “예식장 입장에서는 주변 경쟁사에 안 밀리려면 최신 트렌드에 맞춰서 인테리어와 홍보 등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 투자한 비용이 있으니 손님을 많이 유치해야 하는데 요즘 예식 인구가 줄고 있는 추세다. 식대를 인상하거나 꽃장식, 부대비용의 필수 구매를 유도해야 손실을 메울 수 있다”며 예식비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까닭을 설명했다.
예식 상품의 가격 인상을 제어할 정부의 노력이나 장치가 없다는 점은 주요 소비자 단체들이 지적하는 예식비용 상승의 주범이다. 먼저 예식 상품의 거의 대부분은 공정한 가격 기준이 없다. 또, 예식장 표준약관이 마련돼 있긴 하지만 필수 옵션 강매 등 불공정약관을 적용하는 예식장을 일일이 단속하지 않아 소비자 불만은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소비자물가감시센터 관계자는 “집약적 판매 노하우를 가진 예식장, 웨딩컨설팅 등 업체가 결혼이 처음이라서 상품 정보력이 약한 예비부부를 상대하니 소비자는 불리한 입장이 될 수 밖에 없다. 업체 간 원가와 가격비교가 쉽도록 표준화된 재무재표와 가격 공개 의무화 등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고, 약관에 대한 모니터링이 강화돼야 한다”고 전했다.
또 “웨딩 시장의 구조적인 부분과 웨딩 시장을 단속할 정부의 제도적인 부분이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지만 소비자의 의식도 함께 바뀌어야 고비용 예식 문화를 탈피할 수 있다”며 “결혼식을 통해 사회적 지위를 평가받고 부와 명예를 과시하려는 관습에서 벗어나 검소한 결혼식을 지향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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