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이유주 기자】
영유아 부모들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초등학교 교과목을 얼마만큼 가르쳐 아이를 입학시켜야 하는가'다. 요즘은 영유아 때부터 한글, 영어 등 선행학습이 보편화돼 있기 때문에 적지 않은 부모들이 혹여 우리 아이가 예습 부족으로 또래들보다 뒤쳐질까 불안해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을 '일찍 가르치는 것보다 제때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선행학습 과연 얼마만큼 도움이 될까?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 수학교육
▲조경희 시매쓰 연구소장 = "하나를 '1', 둘을 '2', 셋을 '3'으로 수를 '개념화'시키는 것은 적어도 5세가 돼야 가능하다. 수를 개념화시키는 것은 수 개념의 저변이 충분히 마련돼야 이뤄지므로, 2~4세 때는 수를 학습시키기 보다는 세상 곳곳에 숨어있는 수를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5세 이전에는 수를 정확히 개념화시키려고 하면 안 된다. 아직 아이는 수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 하는데, 억지로 수를 가르치면 들면 트러블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실제로 4살 때부터 수학을 시작한 아이와, 7살 때부터 수학을 배운 아이의 수학 능력은 별 차이가 없다. 오히려 2~4세 때 생활 속에서 수와 관련된 많은 경험을 습득한 아이가, 수학을 조기에 배운 아이보다 수학 능력이 훨씬 높아질 가능성이 많다."
▲익명을 요청한 창의력 수학 학원 관계자 = 학원들은 '미리 공부를 해두고 학교에 가면 예습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예습이라는 것은 해당 영역에 대한 원리와 탐구심을 키워주는 것이어야 하는데, 학원 선행학습은 문제 풀이 중심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학원은 6개월, 1년, 심지어 2~3년씩 엄청난 선행을 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미리 수년 전에 배워 놓으면 머리에 남아 있는 것이 없다."
◇ 영어교육
▲이병민 서울대 영어교육과 교수 = "부모 중 일부는 영어를 배울 때 소위 '결정적 시기가 있다'는 가설에 부담을 느낀다. 하지만 경절적 시기 가설은 우리나라 같은 비 영어 사용 국가에서는 적용될 수 없다. 이민 상황을 전제한 이론이다. 우리나라와 같은 상황에 적용해서 결정적 시기가 있다는 학문적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영어 교육은 조기교육이 아니라 적기교육이 중요하다."
▲김채현 전 SLP 영어 전문학원 강사 = "5살 짜리 아이가 2년에 걸쳐 습득한 영어 수준을 초등학교 1학년 아이는 6개월 정도면 다 터득할 수 있다. 실제로 영어 학원에서 보면 5세부터 영어를 배운아이나 1학년 때부터 배운 아이나 몇 년후 결국 레벨이 같은 반에서 만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참 허탈하다."
◇ 한글교육
▲최현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연구원 = "뇌발달 상 언어는 만 6세 이후에 배우는 것이 적합하다. 이는 기존 학자들의 연구 등을 통해 많이 언급돼 왔다. 영유아 시기에 한글을 깨치는 과정은 2~3년이 걸리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 한글을 배우면 단 6개월 만에 쉽게 습득할 수 있다. 너무 어릴 때의 한글교육은 비효율적이다.
오히려 영유아 시기에 한글을 가르치느라 많은 시간을 소비하면, 그 시기에 아이가 정말 이뤄야 할 과업들을 놓치는 수가 있다. 교육 업체들은 '선행학습을 안 하면 학교 진도를 따라가지 못 한다'는 식의 광고를 하며 불안감을 조성하는데, 초등학교에서 한글 교육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과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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